총학선거 기간에도 조용한 학생사회
급박한 법인화 사태 잊지 않아야
지난 여름의 기억과 치열함 기억하며
중요한 것 잊고 있진 않은지 돌아보길

부편집장
학교가 조용하다. 아니 학생사회가 너무 조용하다. 총학생회(총학) 선거 기간이어서 조금 시끌시끌할 줄 알았건만 이게 웬 일. 1차 유세를 진행하는 날에도 학생들은 모이지 않았다. 스누라이프에서는 학생들 사이의 총학 선거와 학내 사안에 관한 의견 교환이 있을까 싶었는데 딱히 그렇지도 않더라. 물론 학생사회의 이러한 조용함이 낯설지는 않지만 무엇인가를 잊고 있는 건 아닌가 싶은 우려에 선본들과 총학 선거를 지켜볼 학생들에게 글을 써볼까 한다.

학생들은 본부와 교수사회의 최근의 움직임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모르겠다. 법인설립준비실행위원회가 정관 초안을 내놓고 이를 위해 진행한 세 차례의 공청회가 무산된 이후 몇몇 단과대 교수사회는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지난달 27일 인문대 교수들은 현행 법인화 추진 과정의 문제점을 우려하는 의견서를 본부에 제출했다. 인문대 교수들은 법인화 비전의 모호성과 불명확한 정관으로 인한 불안감, 진정성 있는 소통 부족을 비판했다. 자연대 교수들도 지난 11일(금) 긴급 간담회를 개최했고 기초학문 진흥을 위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의견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법인화반대를위한공동대책위원회도 정관 초안의 불안 요소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교수협의회도 평의원회도 모두 정관 초안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학생사회는 어떠한가. 지난 9월과 10월에 누군가는 서울대 정문 위에 올라가 법인화법 폐기를 외쳤고, 누군가는 세 차례의 정관 초안 공청회에서 단상을 점거해 공청회가 요식행위라고 비판하면서 법인화 추진을 재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물론 이들은 소수였지만 누군가가 말을 꺼내고 행동했기에 그때 당시엔 법인화 문제가 학생들의 시야 안에 들어와 있는 듯했다. 하지만 몇 주가 흐르며 법인화에 대한 적극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게 됐다. 아이러니하게도 총학 선거 운동 기간이 되면서 더 잠잠해지고 있다.

한 명 두 명 잊어 가고 있는 상황에서 누군가는 법인화를 상기해야 한다. 이맘때 총학 선본이나 선거관리위원회가 총학 선거에만 역량을 집중시켜도 벅차다는 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무언가를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보길 바란다. 올 한해 학생사회가 본부 점거를 진행하면서 요구했던 그 마음가짐을 다 잊고 지내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고 지금 법인화가 어느 수준에 이르렀는지 직시해야 한다. 선거권을 가진 학생들도 법인화에 조금만 더 눈길을 줬으면 한다. 지난날 학생사회가 법인화를 독단적으로 추진하지 말라고 본부에게 가열차게 비판했으면서 이제는 그 독단적인 추진을 방관하고만 있는 건 아닌가.

나는 이 글에서 어떤 선본이나 공약을 지지하려는 건 결코 아니다. 어느 선본이든 법인화에 대해 어련히 잘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믿고 있다. 하지만 선본이나 선거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이전의 급박함을 잊고 법인화 반대의 원론적인 이야기만 자꾸 반복하지는 않을지 우려된다. 학생들 역시 지난 5월 30일 비상총회에서 법인설립준비위 해체를 결의하고 본부를 점거했던 그 여름날의 기억과 그때의 치열함을 다들 잊어가고 있는 듯해 불안하다. 본부 점거가 해제되고 개강을 맞이하면서, 시험을 치고 과제를 하면서 학생들에게 법인화가 점점 관심 밖의 일이 돼가고 있는 지금이 안타깝다.

중요한 일이 겹치고 겹치다보면 중요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일들은 ‘나중에 해야지’라는 생각으로 미뤄지게 되고 심지어 잊혀지기도 한다. 그리고 나중에 ‘아 그 일을 안했구나!’라고 후회하며 어떻게든 수습하려해도 그땐 이미 늦었다. 법인화도 총학 선거 운동 기간 중에 비교적 중요하지 않는 그런 존재로 치부돼버리지는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이렇게 조용히 우두커니 바라보고만 있다가 나중에서야 허겁지겁하는 대처하는 학생사회의 모습은 서울대의 한 학생으로서 보고 싶지 않다.

글을 마무리하며 지금의 학생사회에 다시 한 번 물어본다. ‘뭔가 잊고 있지는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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