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문화체육관광부(문광부)는 대학 수업에서 활용되는 여러 저작물에 대한 보상금 지급 기준을 고시했다. 하지만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측이 이러한 ‘수업 목적 이용 저작물 보상금 제도(수업 목적 보상금 제도)’에 반대하고 나서며, 고시 후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대학 내 저작물 이용에 대한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학신문』은 제도에 반대하고 있는 대교협 입장의 타당성을 짚고 보상금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되기 위해 필요한 보완점을 알아봤다.

◇수업 목적 보상금 제도 고시를 둘러싼 갈등=‘저작권법’에 따르면 저작권이 있는 저작물을 공표·복제·공연·공중송신·전시·배포·대여하거나 이를 바탕으로 2차 저작물 작성 시 저작자의 동의나 이용허락을 거쳐야 하지만(제46조) 저작재산권은 학교교육의 목적에서는 일부 제한이 가능하다(제25조). 수업 목적 보상금 제도는 수업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 한해, 저작물을 복제·배포·전송·방송·공연하고자 할 때 저작권자의 사전 이용 허락을 받지 않고 사용한 후 이에 대한 보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문광부 김규직 사무관은 “개인의 저작권보다 교육의 공공성을 우선에 두고 저작권을 일부 제한하는 것”이라며 제도의 취지를 설명했다.

문광부 고시에 따르면 보상금 산정 기준에 따라 각 대학이나 교육기관은 보상금 수령 단체인 한국복사전송권협회(복전협)와의 계약으로 보상금 단가를 결정해 복전협에 지급하고, 복전협은 보상금을 각 저작권자에게 전달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 8월 대교협, 전국대학교교무처장협의회,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한국원격대학협의회 대표가 공동으로 ‘대학의 수업 목적 저작물에 대한 자유 이용 추진’을 결의했고 지난달에는 대교협이 보상금 산정 기준에 대한 자체 조사에 착수했다. 이에 문광부와 복전협은 일단 대교협의 연구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저작권 보상금 청구권을 유예한 상태다. 복전협 측은 “다음달 15일로 예정된 대교협 연구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대교협과 문광부·복전협 측이 합의를 도출한다면 현 고시를 변경할  여지는 있다”고 밝혔다.

◇문광부·복전협, “대교협, 현 제도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대교협은 문광부와 복전협이 제시한 고시에서 학생 1인당 4,190원의 보상금액 산출 근거가 미비하고 주관기관의 보상금 배분 체제가 미흡하다는 입장이다. 한양대 이형규 교무처장은 “기준 금액 산정 과정에서 50개 대학으로부터 10명씩 교수를 선별해 조사한 것은 전체 대학의 입장을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복전협 보상금사업팀 송재학 팀장은 보상금 산출 근거가 미흡하다는 지적에 대해 “2009년부터 공개세미나와 의견수렴 회의, 설명 및 토론회 등 수십 번에 달하는 피드백을 거쳐 산정 기준을 마련했다”며 “1차 조사 결과로 나온 학생 1인당 요금(4,474원)도 대학 입장에서 부담이 된다고 판단해 최종 고시에서는 4,190원으로 하향 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송 팀장은 “규모가 작은 대학의 경우 4,190원도 부담 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 보상금이 대학 등록금 수입의 0.1%를 넘지 못하는 규정도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교협 정책연구부 김수경 부장은 “대학에서 주로 활용하는 저작물은 모두 대학의 구성원인 교수들이 작성한 것이 대부분”이며 “저작권자인 교수들 중 많은 수는 자신들의 저작물이 학교 내에서 사용될 경우 저작권을 행사하는 것보다 교육자로서 교육에 도움이 된다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교협 측은 “초·중·고와 같이 대학에서도 수업 목적 이용 저작물에 대해 보상금 지급을 면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현행 저작권법에 따르면 일반대와 전문·교육·전문·방송·통신·방송통신·사이버·기술대학 등 대학교에 준하는 교육기관에서만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 문광부 김규직 사무관은 “대학은 교과서 위주의 수업이 대부분인 초·중·고등학교와 달리 다양한 저작물을 이용한다”며 대학과 초·중·고교는 교육의 성격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복전협 보상금사업팀 송재학 팀장 역시 “초·중·고의 경우 교사용 지도서나 교육자료 등에 대해서는 교육청이 저작권료를 지급하기 때문에 대학만 저작권 보상금을 지불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가 곧 이용자’가 되는 대학의 특수성을 간과했다는 지적에 대해서 송 팀장은 “라이선스를 얻었거나 사전허락이 있었던 논문의 경우는 법안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며 학회를 통해 발표한 논문이나 출판물과 같이 저작권자가 일방적으로 이용허가를 내릴 수 없는 경우 혹은 사진·미술·음악 저작권과 같은 저작물의 경우를 대상으로 실시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행 고시, 미비점까지 보완해 진정한 보상금 제도로 뿌리내려야=이처럼 문광부와 복전협은 대교협이 현 고시의 취지와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현 제도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보완돼야 할 점이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안효질 교수(고려대 법학과)는 “고시에서는 복전협이 저작권 보상금을 징수한 후 이를 각 저작권자에게 배분하는 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명시가 없다”며 현 고시의 결함을 지적했다. ‘만약 저작권자를 찾을 수 없어 그들에게 지급하지 못한 보상금은 분배 공고 후 3년이 지나면 공익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법 조항을 언급한 안 교수는 “‘공익 목적’이라는 표현이 불분명하다”며 “모호한 표현으로 관리단체가 보상금을 자의적으로 쓸 수 있는 여지를 주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업 목적 저작물에 대한 보상금을 지급하더라도 징수 주체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정상조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저작권자가 자신의 저작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복전협이라는 단체에 대해 일부 양도 혹은 허락을 해야 복전협이 나설 수 있는 것”이라며 복전협의 권한, 나아가 징수 주체에 대한 추가적인 고려의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러한 가운데 다음달 발표될 대교협 연구결과는 수업 목적 보상금 제도의 향방에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수업 목적 보상금 제도가 어떤 방향으로 그 합의점을 찾게 될지 대교협 연구결과 발표에 그 귀추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