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리수 노조 조직률로 위기 맞은 노동조합
불안정 노동계층을 포괄하는 지역별, 산업별 노조 등 초기업 노조 형태가 대안으로 제시돼

국내 노동조합 조직률(노조 조직률)이 정부가 집계를 시작한 1977년 이래 처음으로 10% 아래로 하락했다. 노동운동의 위기가 본격화됨에 따라 대안 모색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6일(수) ‘2010년 전국 노동조합 조직현황’이란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해 노조 조직 대상 노동자 1680만4000명 가운데 노조에 가입한 인원은 164만3000명으로 조직률이 9.8%라고 밝혔다. 이는 2009년 조사에 비해 0.3% 떨어진 수치로 OECD 국가 중 프랑스와 터키를 제외하고 가장 낮은 수준이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으로 높아진 노조 조직 열기는 1989년 19.8%로 정점에 달한 뒤 2000년 12%,  2009년 10.1%를 기록하며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다.

노조 조직률은 단체협약 적용률(전체 임금 노동자 중 단체협약의 적용 대상이 되는 노동자의 비율)과 함께 노조의 교섭력과 파급력을 결정하는 양대 요소로 알려져 있다. 북유럽 국가들의 노조 조직률은 70%에 달하고, 서유럽 국가들의 경우 노조 조직률은 낮지만 산업별교섭으로 단체협약 적용률이 높아 노조의 투쟁이 강한 효력을 발휘한다. 일례로 프랑스의 경우 노조 조직률은 한국보다 낮지만 단체협약 적용률이 90%가 넘어 노조와 사용자 간의 단체협약이 비조합원을 포함한 대부분의 노동자에게 적용되기 때문에 노조가 낮은 조직률에도 노동권 보장장치 기능을 충실히 할 수 있다. 이와 달리 한국은 기업별 교섭이 일반화돼 단체협약 적용률이 10%대에 불과한데다 조직률마저 10% 이하로 떨어져 노조의 힘이 크게 약화된 상황이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종진 연구원은 “한국의 기형적 노사구조에서는 노조 조직률의 하락이 곧바로 노조의 무력화로 이어져 그 피해가 고스란히 노동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노조 조직률 하락이 비정규직 등 불안정 노동이 확대되는 현실에 노조가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데서 기인했다고 지적한다. 비정규직, 사내하청, 특수고용 등 기존 정규직 중심의 기업단위 노조로는 포괄하기 어려운 노동계층이 증가했지만 이들과 함께하기 위한 조직화 전략은 부족했다는 비판이다.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비정규직 문제에 총력 대응한다는 방침이지만 비정규직의 노조 조직률은 아직 1.7%(한국노동사회연구소 8월 분석 기준)에 불과한 수준이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안재원 연구원은 “현대차 기능직 3만명 중 비정규직이 만명에 달할 정도로 비정규직이 급속히 늘고 있다”면서 “노조가 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비정규직을 정규직 정리해고의 방패막이로 인식하는 등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역별, 산업별 노조 등 대안적 초기업 노조 형태를 통해 기업노조가 없는 사업장 노동자들을 포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 3월 고려대와 연세대, 이화여대에서 일하는 860여명의 청소경비노동자들이 벌였던 연대파업이 거론된다. 이들은 직장이 서로 다른 대학일뿐더러 고용된 청소·경비 용역업체도 달라 기존의 기업별 노조 형태로는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다. 그러나 산업별 노조인 공공노조를 통해 연대파업을 하면서 이들은 12개 업체와 집단교섭을 끌어냈고 임금 인상을 쟁취한 바 있다.

다양한 형태의 노조 조직화를 위해 법과 제도를 손질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특히 이번 정부가 노조법을 개정하면서 도입한 ‘교섭창구 단일화’에 초기업 노조도 대상으로 포함한 것은 초기업 노조로의 전환을 가로막는 대표적인 제도로 지적된다. 교섭창구 단일화는 하나의 사업장에 여러 노조를 허용하되 단체교섭시 노조들의 합의로 정한 노조나 과반수 노조 등으로 교섭 주체 노조를 단일화해야 한다는 규정이다. 그런데 초기업 노조의 각 사업장 지부는 대부분 비정규직으로 이뤄진 소수 노조인 경우가 많아 다수 노조에게 교섭권을 넘길 경우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안재원 연구원은 “산업별 노조로의 전환이나 산업단지에 기반한 지역 노조 등 대안적 조직화를 위한 움직임이 있지만 법과 제도가 기업별 노조 형태에 머물러 있어 한계가 많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노조의 무력화가 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사실상의 무노조 사회’가 돼 노동자의 정치·경제적 요구를 반영할 제도적 통로가 사라질 경우 사회 통합과 안정을 해쳐 더 큰 문제로 비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종진 연구원은 “노조 조직률이 하락해 노조의 힘이 약해지면 아웃소싱, 파견근로 등이 확대되고 정리해고가 일상화되더라도 이를 막을 안전망이 사라진다”며 “노동권 신장과 노조의 확대는 사회양극화를 막고 건강한 사회를 이루는 주춧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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