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3회 대학문학상 시 부문 심사평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 또한 컸다. 예년과 비교해 보더라도 전반적인 수준 면에서 하향화됐다는 것이 심사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우선 좋은 글을 많이 읽고 많이 고민하고 또 스스로가 많이 써봐야 한다. 이런 사실은 시작(詩作)의 경우에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자세히 훑어본바 대다수의 응모작들이 이 가운데 한가지 이상의 과정을 생략한 느낌이다. 아마추어 수준이라는 것까지는 이해한다 하더라도 치열함이 너무 부족하다. 쓸데없이 중언부언하거나 명징하지 못한 이미지의 남발, 그리고 빈곤하기조차 한 시상(詩想) 등은 응모작들에서 공통으로 발견되는 결함이다.

이러한 가운데 아쉬운 대로 두 편의 응모작이 최종 단계에서 논의됐다. 「수박」(안나)과 「0.3초 유성군」(박민규)이 그것이다. 후자의 경우 우주적 상상력 속에 실존적 고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착상 자체는 그런대로 괜찮으나 완성도 면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견됐다. 군데군데 군더더기 같은 구절들이 공연히 첨가된 점이 특히 눈에 거슬렸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엉성하게 덜 다듬어진 형태로 제시된 마무리 부분에서 점수가 많이 깎였다. 전자인 「수박」은 작품 자체만으로는 분명 수작(秀作)에 속한다. 절제된 감각과 시어 사용, 그리고 이미지의 자연스러운 흐름과 변용이라는 면에서 심사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반면에 같이 투고된 응모작들이 이 작품의 수준과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는 점에서 끝까지 선정을 주저하게 했다. 가작으로 낮춰 주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이왕이면 격려 차원에서라도 우수작으로 선정하는 편이 좋겠다고 낙착을 봤다. 다시 한번 수상자에게 축하와 더불어 격려의 인사를 보낸다.

김유중 교수 국어국문학과 윤여탁 교수 국어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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