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미 오레스케스 외 지음ㅣ유강은 옮김ㅣ미지북스ㅣ626쪽ㅣ2만5천원
도넬라 H. 메도즈 외 지음ㅣ김병순 옮김ㅣ갈라파고스ㅣ488쪽ㅣ2만3천원

몇해 동안이나 ‘녹색 성장’이라는 이름의 토목 열풍이 우리나라를 휩쓸었다. ‘성장’이라는 말 속에 들어 있는 맹목적이고 단순한 도식이 ‘녹색’이라는 말로 상쇄될 수 있을까? 그러나 시간을 두고 많은 이들이 경험한 것은 ‘녹색’으로 인한 효용보다 무분별한 ‘성장’으로 인한 타격이었다. 부실 공사의 대명사 4대강과 비만 오면 속절없이 물속에 잠기는 광장은 과연 ‘성장’이 ‘녹색’과 타협할 수 있는 것인지를 되묻게 한다. 특히 최근 출간된 『성장의 한계』와 『의혹을 팝니다』는 환경 위기를 더이상 좌시할 수 없는 당면한 문제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이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하고 있다.

1972년 MIT 출신의 젊은 과학자들은 인류에게 앞으로 닥칠 환경 위기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보고서를 환경단체인 로마클럽에 제출했다. 이 보고서는 『성장의 한계』라는 이름의 책으로 출판됐다. 그 후 30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한 이 책의 개정판이 지난해 겨울 한역됐다. 인구 증가, 자원 고갈과 오존층 파괴 등 여러 최신 자료들로 업그레이드 된 이 책은 전보다 더 정교한 도표와 그래프를 동원해 직접적으로 환경 위기의 심각성을 언급하고 있다.

초판이 출간되고 난 후 유엔 위원회에서 처음으로 ‘지속가능한 개발’이라는 용어가 언급되는 등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이끌었던 ‘고전(古典)’답게 저자들은 환경 위기를 수치와 신빙성 있는 분석을 통해 당장 피부에 느껴지는 것 같은 충격으로 다가오게 만든다. 책 속에서 저자들은 성장을 위한 급격한 변화야말로 환경오염의 주범이라고 말한다. 서로 뒤처지지 않으려는 국가들과 기업체들의 경쟁이 낳은 것은 지나친 생산 과잉으로 인한 자원 소비와 폐기물 처리 능력의 한계 초과였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다년간의 통계를 이용한 치밀한 분석으로 설득력 있게 당장 직면한 환경 위기에 경각심을 촉구한다.

이처럼 30년 만에 등장한 『성장의 한계』가 성장 논리에 급급한 현재 인간의 생태에 제동을 걸고 다시금 ‘위기’에 대해 성찰하는 계기를 제공해준다면 『의혹을 팝니다』는 상업적 이유로 지식과 양심을 팔아버린 과학자들을 폭로하며 환경의 위기는 그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단순하게 치부될 것이 아니라는 점을 경고한다.

저자 나오미 오레스케스와 에릭 콘웨이는 단호한 목소리로 과학계에 잔존했던 ‘사이비 과학자’들을 일관되게 비판하고 있다. 각각 과학사와 역사학을 전공한 교수로서 저자들은 방대한 기사와 실험 보고서, 재판 기록까지 망라하며 특히 환경과 밀접한 부문에서 어떻게 사이비 과학자들이 ‘지식 거래’를 통해 많은 사람들을 호도해 왔는지 생생하게 재구성하고 있다.

저자들이 지목한 과학자들 중 눈에 띄는 사람은 ‘오존층 논쟁’의 프레임을 만들었던 영국 임페리얼칼리지의 이론역학 교수 리처드 스코러다. 에어로졸 기업이 후원하는 대기과학위원회의 대표 과학자였던 그는 “인간이라는 규모가 턱없이 작기 때문에” 대기에 영향을 미치기 힘들다며 오존층 파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염화불화탄소는 거대한 규모의 화산 폭발에서 분사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실제로 여객기에서 발생된 염화불화탄소 농도에 비례해 뉴멕시코 주 상공 성층권의 오존층이 감소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스코러가 마련한 “인간은 미약해 환경에 영향을 끼칠 수 없다”는 논리는 터무니없는 주장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그후에도 스코러의 주장은 수많은 혼란을 낳으며 반환경론자들과 친산업주의자들에 의해 앵무새처럼 되풀이됐다.

그렇다면 성장은 유예돼야 하는가? 두 책의 저자들이 제안하는 것은 역시 환경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늘상 언급됐던 '지속가능한 개발'이라는 대답이다. 그러나 저자는 고답적으로까지 느껴지는 이 개념을 실천가능한 양태로 새롭게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다소 당위적이고 원론적인 제안이 아쉬운 것은 사실이지만 이렇게 나란히 출간된 두 책은 적어도 현재 우리가 환경에 대처해왔던 방식과 이를 둘러싸고 이뤄졌던 담론 전체를 다시금 성찰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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