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과 석박사통합과정

최근 한 판사를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시키면서 대법원법관인사위원회는 그의 근무성적이 하위 2%라고 하며 정당한 인사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객관적인 근무성적에 비추어 그가 SNS를 통해 정치적 입장을 드러낸 바 있으며 신영철 대법관의 재판권 독립 침해 행위에 대한 비판에 참여한 바 있다는 것이 법관 연임 탈락의 주된 이유라고 많은 사람들은 짐작하고 있다. 법관인사의 객관성이 심각하게 의문시되는 이 시점에서 지난달 26일자 「법률신문」은 변호사 경력자 법관 선발에 관해 논평하면서 “법관지원자가 과거에 법관으로서 금지되는 정치활동을 한 경력은 … 부정적 평가요소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라며 변호사 시절에 정당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법관 선발에서 제외하는 인사를 정당화하는 사설을 실었다.

이런 논리를 괴이하게 보지 않는 이들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판사는 오직 판결문으로만 말해야 한다.” 그러니 “판사가 정치적 견해를 표명했을 경우 비공개의 주관적인 평정을 통해 이들을 쫓아내거나 정치 성향이 드러나는 인사를 아예 임용하지 않는 인사는 아무 문제가 없다. 왜냐하면 법관은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이 이야기하는 ‘정치적 중립성’은 실제로 살펴보면 민주주의 사회의 헌법적 가치라고 할 수 없는 요구와 기대를 마구잡이로 집어넣은 것이다. 만일 법관들이 자신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마음대로 판결할 수 있다면, 그 법관들이 동일한 정치적 성향을 지니고 있으면서 그것을 외부로 말하지 않는다고 해서 재판이 공정할 리 만무한다. 판결의 공정성은 그것이 정해진 재판의 절차를 따라 충분히 이루어진 법적 논증대화의 결론을 따랐느냐에 달려 있다. 그러한 법적 논증대화는 재판관의 개인적 성향과는 무관하게 추구되어야 하는 것이다. 만일 이 점을 부인한다면 어떠한 인간도 법관이 될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이 말하는 그 ‘공정성’을 달성하는 법관은 아무런 이해관심도 성향도 없는 무색무취의 유령과 같은 존재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공직자가 개인의 책임과 다른 모종의 책임을 가지고 있는 것은 정치적 통합성(integrity)을 구현해야 하는 공동체의 의무를 행사해야 하기 때문에 그 ‘직무에 관해’ 불편부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민으로서 개인은 우리 자신의 개인적 관점, 여망, 애착을 자유롭게 추구할 수 있는 것이 당연하다. 만일 삶의 모든 측면에서 중립성의 요구를 받는다면 판사를 포함한 공무원들은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당사자로 소송도 할 수 없고, 투표도 할 수 없으며, 종교를 가질 수도, 종교 단체에 소속될 수도, 시민단체에 후원금을 보낼 수도, 심지어 자신의 아이를 기를 수도 없을 것이다.

‘공무원은 유령이어야 한다’는 기대는 그것을 억지로 자유연상기법에 의해 ‘중립성’이라는 단어와 아무리 연결시킨다고 해도 결코 헌법적 보호 가치가 있는 공익이 되지 못한다. 민주주의 정체는 시민의 정치 참여와 의견의 교환을 전제하는 것이며 능동적인 시민을 공직으로부터 배제하거나 축출해야 한다는 결론은 그 근간부터 뒤틀려 있는 논리에 뿌리박고 있다. 은폐된 장막에서 유령인 척 하고 있으면서 충분한 법적 논증도 공개된 인사도 수행하지 못하는 많은 법관들이야말로 공정성의 칼날을 들이대야 하는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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