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농생대 산악회 에베레스트 등정 도전자 서정환씨

 

사진: 길은선 기자 tttkt@snu.kr

“에베레스트에 오르려고 20시간 동안 ‘불수사도북’(불암산·수락산·사패산·도봉산·북한산)의 45킬로미터 능선에서 독하게 훈련 중입니다.” 이달 말 최초로 서울대의 이름을 내걸고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에 도전하는 이들이 있다.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는 농생대 산악회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에베레스트 등정 원정대의 일원인 서정환씨(식물생산과학부 작물생명과학전공 석사졸업)를 만나 ‘하늘과 가장 가까운 마루’에 서기 위한 각오를 들어봤다.

지난 1962년 창립돼 긴 역사를 자랑하는 농생대 산악회는 국내외 명산을 두루 오르며 산악 경력을 쌓아가는 실력파 동아리다. 특히 창립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2008년에 ‘세계 5대륙 최고봉 등정사업’을 기획한 이후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북미 매킨리(1989년 등정), 남미 아콩카과와 유럽 엘브루스(2009년 등정)에 이어 에베레스트 꼭대기를 탈환한 뒤 아프리카 킬리만자로에 도전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 중인 것이다.

원정대가 이번에 정상에 이르기 위해 택한 행로는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한 영국 에드먼드 힐러리 경의 힐러리 등반루트다. 이는 고전적인 루트인 만큼 비교적 쉽게 오를 수 있다고 여겨지지만 그만큼 가이드를 동반한 상업 등반대가 많아 자칫하면 페이스를 놓칠 염려가 크기도 하다. 서씨는 “고정로프를 잡고 차례로 줄서서 올라가기 때문에 앞사람이 중도에 쉬게 되면 뒷사람도 잠시 멈출 수밖에 없다”며 “이러한 과정이 반복돼 자기 페이스를 놓치면 금방 지치게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함께 등반하는 사람 간 호흡이 중요하므로 현재 원정대는 페이스를 유지하는 능력을 높이도록 국내에서 장시간 행군을 강행하며 팀워크를 다지고 있다.

원정대는 서정환씨를 비롯한 세명의 정상 공격조와 베이스 캠프까지만 함께 오르는 20명의 지원대원들로 꾸려져있다. 이번 등정에서 서씨가 정상에 도달하는 주요 역할을 맡은 이유는 단연 여러 차례의 해외 원정 산행 경험을 갖추는 등 실력면에서 인정받았기 때문. “산악회 활동 이외엔 학부 때 한 게 없는 것 같다”고 스스로 답할 정도로 그는 산에 청춘을 ‘올인’해 모든 열정을 쏟아 부었다. 심지어 산에 대한 큰 애정은 서씨가 2007년에 이번 에베레스트 등정의 또다른 정상공격조인 오영훈씨와 함께 일궈낸 울릉도 송곳봉 북서벽 개척등반으로 이어졌을 정도다. 서씨는 “4박 5일 동안 터미널, 텐트, 암벽 위, 부둣가 등 여기저기서 노숙하고 라면만으로 끼니를 때워가면서 산에 올랐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젊기에 힘들고 가난해도 즐겁게 등반했던 추억을 잊지 말자’는 취지로 늘 푸르리라는 의미를 담아 개척한 등반로를 ‘상록길’이라 명했다”고 덧붙였다.

이같이 산악회에 발을 내딛음과 동시에 서씨의 인생은 산과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서씨의 20대를 불태운 것은 산이었으나 한편 그가 스스로 되새김질할 기회를 준 것도 산이었다. 험난한 아콩카과를 등반한 직후 또다시 열흘간 칠레 파타고니아 지역 해안산지를 둘러보던 서씨는 우연히 새로운 결심을 세우게 됐다고 한다. “낮에는 트레킹을 하며 빙하와 절리 같은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감상하고 밤에는 텐트에 누워 별을 바라봤습니다. 그러다보니 문득 진로에 대한 고민으로 빠져들더군요. 그 결과 학업을 계속 이어가기로 정해 대학원에 오게됐죠.”

서씨는 “산을 오르며 다진 경험은 사람을 단단하게 만든다”고 강조하며 지금의 옹골찬 그의 모습 8할을 이루게 해준 산과 그를 산에 처음 닿게 해준 산악회에 대한 고마움을 드러냈다. 그렇기에 50주년을 맞이한 바로 올해에 떠나는 에베레스트 등정은 더욱 뜻 깊어 보였다. “무사히 잘 등반하고 돌아오겠다”고 담담히 에베레스트 등정에 임하는 각오를 밝히는 그였지만 이 말을 꺼내는 그의 두 눈빛에서 에베레스트 등정을 성공하고 돌아오겠다는 다부진 각오를 읽어낼 수 있었다.

산에 대한 무한한 애정 하나로 에베레스트에 오르기 위해 부단한 준비를 하고 있는 농생대 산악회와 서정환씨. 원정대가 무사히 에베레스트 정상 새하얀 눈 위에 각자의 꿈을 담은 발자국을 남기고 돌아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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