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의 정신』, 『1421 중국, 세계를 발견하다』, 『중국은 지금 몇 시인가』

▲ © 김응창 기자

얼마 전 중국 원자바오 총리의 ‘중국경제 과열 억제론’에 세계 증시가 요동치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는 중국이 세계 경제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만큼 성장했음을 증명한다. 또 중국의 정치적 영향력 증대에 따라 한국 정치권에서는 중국이 대외정책에서 최우선 고려 국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런 현상들은 세계 속에서  중국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고속 성장으로 인해 제기되는 ‘중화주의의 부활’ 가능성은 주변국에게 위협적 요소로 작용할 여지가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출간된 『1421 중국, 세계를 발견하다』(개빈 멘지스 저, 사계절)와 『중국인의 정신』(고흥명 저, 예담 차이나), 『중국은 지금 몇시인가』(허칭리엔 저, 홍익출판사)는 중화주의의 허와 실을 서로 다른 접근법을 통해 다루고자 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우선 『중국인의 정신』은 한 세기 전인 1915년 중화주의 지식인이었던 고흥명이 중국인의 입장에서 본 중국인의 내면을 집중적으로 서술한다. 저자는 서양의 기독교 정신을 대체할 대안으로 ‘우량시민종교’개념을 제시하고 “우량시민종교는 폭력으로 폭력에 대응하지 않는 예(禮)의 본질로서 충과 효를 강조하는 개념”이라고 주장한다. 중국인은 우량시민종교를 가지고 도덕적 책임감을 확신하기 때문에 전쟁이 필수불가결한 유럽과 달리 중국에서의 전쟁은 우연한 사건이라는 것이다. 이는 중국 전통의 학문이자 종교인 유학과 도학을 강조하는 것으로, 당시 서양문명의 병폐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중화주의적 전통에서, 찾으려 한 저자의 노력에서 중국인 의식의 원형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당시 중국은 근대화에 뒤쳐져 열강에게 수탈당하던 시기였다. 시대적 상황을 외면하고 과거에 집착하는 모습은 중국 중심적 태도를 버리지 못한 것으로 역자인 김창경씨도 “자민족 문화에 대한 자부심으로 가득 찬 고흥명은 근대 중국의 역사적 환경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효와 충의 ‘우량시민종교’ 강조하는 『중국인의 정신』

 

 

 

『중국인의 정신』이 중국인의 내면에 대한 일반론을 전개한다면 『1421 중국, 세계를 발견하다』는 방대한 자료의 고증을 통해 근대 이전 중국의 선진성을 보여준다. 저자는 15세기 중국의 선박 기술과 자원 동원력 등을 검증해 ‘콜럼버스의 1492년 신대륙 발견’보다 71년 앞서 ‘정화 원정대’가 신대륙을 발견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정화 원정의 성공이 쌀․옥수수 등의 식물 재배를 태평양 건너 세계에 전파하는 등 서양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서술은 기존의 서구 중심주의적 인식과 다른 주장을 사실적으로 증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그러나  서양에 가려졌던 근대 이전 중국의 선진성을 드러내기 위해 ‘위대한 중국인의 업적’을 강조하는 측면도 없지 않다. 사계절 출판사의 강창훈씨는 “이 책은 정화 함대 원정이 서양 근대에 끼친 영향 외에 명나라가 받은 몽골과 이슬람의 영향을 소홀히 해 중화주의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의 역사와 정신에 주목하기 보다는 현대 중국의 경제개혁을 주제로 한 『중국은 지금 몇시인가』는 중국 경제의 미래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비판하는 책이다. 저자는 현재의 중국을 ‘활화산 위의 중국’으로 정의하고 중국 개혁의 낙관적 전망은 자국 언론을 통제하는 중국 정부의 조작된 통계에 의해 나왔다고 비판하면서 중국의 개혁이 공산당 간부를 비롯한 기득권층을 위한 사회주의 만찬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중국의 경제개혁이 부정부패, 빈부격차, 환경파괴와 전체 인민 대다수를 차지하는 소외계층의 형성 등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한다. 김익수 교수(고려대ㆍ경영학과)는 “중국에 대한 낙관적 전망에 대해 균형을 잡아주는 책”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은 지금 몇 시인가』중국 경제개혁의 이면 비판

 

 

 

이렇듯 최근 발간된 중국 관련 서적은 미국 패권의 강력한 견제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의 저력과 현실을 비판적으로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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