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국언론노동조합 이강택 위원장

사진: 김은정 기자 jung92814@snu.kr

‘공정보도 실현과 언론의 독립’을 기치로 내건 언론노동조합 총파업이 장기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파업을 선언한 언론들은 정권의 언론장악이 시정될 때까지 물러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혀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대학신문』은 사상 초유의 대규모 파업에 돌입한 언론인들의 입장을 들어보기 위해 지난 22일(목) 서울시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이강택 위원장을 만났다.

◇이달 초 3대 언론사 파업을 시작한 후 지금까지의 파업 현황을 설명해달라=현재 MBC, KBS, YTN 3개 방송사를 비롯해 국민일보, 연합뉴스 등이 파업 중이며 부산일보, 서울신문, 아시아경제는 파업을 결의하며 투쟁 태세에 접어들었다. KBS는 보름째, MBC는 50여일째, YTN은 열흘째 투쟁중이며 각 사업장이 연합한 총궐기대회가 서울과 부산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총 5천명 정도의 조합원이 파업에 참여하고 있다.

◇언론 파업을 시작한 이유는 무엇인가?=현 대통령은 언론사들을 자신의 대리 통치자로 이용해 ‘신식민지’ 체제의 유지자로 전락시켰다. 국민의 눈과 귀가 돼야 할 언론이 여당의 정치 권력과 특정 이익집단의 사익을 보호하는 하수인의 역할을 강요당했다. 더 이상 간헐적인 소규모 저항만으로는 이 불합리한 권력 구조를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을 통감해 3개 방송사와 여러 언론사들이 가담한 총파업까지 결의하게 된 것이다. 총·대선 등 큰 틀의 대전환이 있는 올해야말로 변화가 가능한 시점이라고 판단해 나서게 됐다.

◇이번 언론사 3대 파업이 이전의 파업 양상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과거 총파업 형태는 한두군데 사업장의 파업을 주축으로 나머지 사업장들이 이를 지지하는 정도에 머물렀다. 실질적으로 이렇게 많은 사업장들이 파업에 동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파업들이 하향식이었던 데 비해 이번 파업은 횡적인 동조파업으로부터 시작해 실질적 총파업으로 발전한 상향식 파업이다.

◇‘공정방송 복원’이라는 요구에서 구체적으로 원하는 것이 있다면=기본적으로 언론을 장악하고 있는 낙하산 인사들을 퇴출시키는 것이다. 김재철, 김인규 등 친정권 성향의 사장을 퇴진시키고 이동관 전 청와대 언론특보,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등 문제 인사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청문회를 열어 이들의 언론탄압 죄행을 낱낱이 밝혀 ‘인적 청산’을 이뤄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동안 상부의 압력으로 기자들이 보도하지 못한 내용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지난 2006년 나는 「KBS 스페셜」에서 ‘FTA 12년, 멕시코의 명과 암’이라는 제목으로 한·미FTA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프로그램을 만든 적이 있다. 이것이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유튜브나 트위터를 통해 활발히 유통되고 있는 것은 작금의 언론통제 현실을 말해준다. 정권의 압박으로 인해 FTA와 같은 국민적 이슈조차 언론이 제대로 다루지 못했기 때문에 정보에 목마른 국민들이 예전 프로그램이라도 찾아보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MBC 「PD수첩」은 최근 영세상권 몰락이 FTA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지난 2008년 ‘「PD수첩」 광우병 사건’으로 전면 교체된 보수적 성향의 PD들이 보기에도 그랬다는 것이다. 하지만 캐나다에서 취재하던 도중 취재중단 지시가 떨어졌고 방송불가가 됐다. 이외에도 다뤄지지 못하고 있는 문제들이 많다. 4대강의 보 문제, 강정 구럼비 문제 등 많은 문제들이 의도적으로 덮이고 있다.

◇언론장악에 맞서 「제대로 뉴스데스크」, 「뉴스타파」와 같은 대안언론 매체가 기존 공영방송에서 방송되지 못한 내용을 내보내고 있다.이들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이들 대안언론은 작금의 언론 행태를 규탄하는 언론인들이 제작하고 있는 뉴스로 현 언론이 국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한 것에 대한 돌파구이자 시민적 자구책이다. 권력의 구조적인 통제를 벗어나 우리가 찾은 진실을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방영하지 못한 것에 대한 우리 기자들의 속죄의 의미도 있다.

◇사장 퇴진이 언론중립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언론중립성이 지켜지기 위해 구조적으로 바뀌어야 할 점에는 어떤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가?=일단은 방송계 내 여당 권력의 인사들이 교체되는 것이 우선이며 그 다음에 제도가 논의돼야 할 것이다.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방송통신위원회의 월권, 기준이 모호한 보도방송 심의제도 등이 전면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언론 파업 자체는 많이 알려져 있지만 파업의 취지는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언론파업의 목적을 어떻게 홍보할 것인지 설명해달라=우리도 파업 목적이 좀처럼 보도되지 않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다. 과거 공장 파업현장에서 카메라를 든 우리를 바라보던 노동자들의 간절함을 이제야 알 것 같다. 고민이 더 필요한 부분이지만 먼저 파업을 하고 있지 않은 나머지 조합원들이 우리 파업을 제대로 알리기 위한 보도투쟁을 해줘야 한다. 무엇보다도 시민들의 협조가 가장 절실하다. 플래시몹과 같은 재밌는 행사로 참여자 수와 행사빈도를 늘려 시민들의 참여 기회를 넓힐 계획이니 트위터 등의 SNS로 적극적 홍보를 해줬으면 좋겠다.

◇공정보도와 언론파업에 관심이 많은 대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즘 대학생들은 등록금, 사학 문제 등 교육사안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서울대 학생들은 특히 법인화 문제에 주목하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사안들은 모두 잘 감시되고 제대로 보도돼야 할 문제들이지만 언론의 환경감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병폐들이 쌓일 수밖에 없다. 언론의 참역할을 되찾고자 하는 우리 싸움을 배부른 노동자들이 힘빠진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진행하는 것으로 오해하지 말아달라.

앞으로 「뉴스타파」,「제대로 뉴스데스크」 등이 매주 꾸준히 나올 예정이다. 좋은 뉴스니 우리 콘텐츠를 보고 부모님이나 주변 친구들에게 많이 알려주셨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언론인으로서 제역할을 다하려면 무거운 책임이 따른다. 특히 지금과 같이 우리 사회가 부당한 힘에 지배되고 있을 때는 온몸으로 그 짐을 떠안고 가야 한다. 이대로 언론이 권력의 하수인으로 전락할 경우 언론인의 존재가 사회의 치욕으로 남을 것이기에 우리는 목숨을 걸고 언론공정성을 되찾으려 하는 것이다. 우리가 왜 항쟁할 수밖에 없는 것인지, 이것이 무슨 의미인지, 우리가 어떤 자세를 가지려 하는지 여러분이 알아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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