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 아흐레 남았군.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는 어떤 정당들이 등록했을까? 중앙선관위 홈페이지에 들어가 볼까? 와우, 무려 20개 정당이 이름을 올렸네. 그래서 이번엔 투표용지 길이가 무려 31.2cm나 된다고. 새누리당, 민주통합당, 자유선진당, 통합진보당까지는 안 봐도 알겠는데 나머지 16개 정당은 뭘까? ‘창조한국당’이라. 아 ‘유한킴벌리’ 문국현 전 사장. 그런데 이번에는 그 사람이 안 보이네. 은퇴했나? ‘국민생각’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으나, 새누리당 공천에서 떨어진 전여옥씨가 비례대표 1번이군. 어라 우리나라에도 ‘녹색당’이 생겼네. 탈핵, 생명, 환경을 모토로 삼았는데 기존 정당 조직과는 좀 다르군. 당 대표, 중앙당, 사무총장이라는 명칭 대신 운영위원장, 사무처, 사무처장이라는 용어를 사용했군. 탈권위적인 느낌이 드네. 독일 ‘녹색당’이 수권정당의 위치에 오른 것처럼 한국 ‘녹색당’도 2~30년 후에는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 수 있을까? 홍세화씨가 대표로 있는 ‘진보신당’은 학벌 사회를 개선해 나가자는 의미로 후보자 학력을 기재하지 않았네. 대박, 비례대표 1번이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다. 6번은 티코노프 블라디미르라고 해서 누군가 했더니 박노자 교수구나. 한국으로 귀화하기 전 이름이 가족관계등록부에 올라가 있어 어쩔 수 없었다고 하네. 허걱, 마지막 20번이 ‘한나라당’인데 얼마 전 그 당이랑은 다르겠지? 몽고, 연해주, 남·북한, 동북3성을 포괄한 5연방 1체제 1국가 건설을 추진하는군. ‘친박연합’이 있는데 왜 ‘새누리당’에 들어가지 않았을까? 음, 이 정당은 박근혜가 아니라 박정희를 추종하는군. 그 외 ‘가자! 대국민중심당’, ‘국민행복당’, ‘기독당’, ‘대한국당’, ‘미래연합’, ‘불교연합당’, ‘정통민주당’, ‘청년당’, ‘한국기독당’, ‘한국문화예술당’ 등 클릭하기도 힘들군.

집으로 가는 길. 선거 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됐군. 개사한 대중가요의 리듬에 맞춘 운동원들의 요란한 율동으로 거리가 시끌벅적하다. 후보마다 자신만이 민주주의의 수호자인 양, 지역 발전의 적임자인 양 유세를 떠는데 정말 저 사람들을 뽑으면 우리 공동체의 삶이 좀 더 나아질 수 있을까? 먼 옛날, 민주주의의 꽃이 활짝 폈던 아테네에서는 공직 선출의 가장 중요한 원칙이 ‘추첨’이었다던데. 물론 여성, 노예 등을 제외한 남자 시민에게만 피선거권이 주어지긴 했지만, 권력욕에 물든 사람들이 입법, 행정, 사법을 농단하는 일은 없었다고 하더군. 사실 대의제는 과두제를 벗어날 수 없으니, 민주주의의 참뜻에는 이러한 제비뽑기가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네. 현실이 서글프다 보니 별의별 망상을 다 하는군. 그런데 가라타니 고진 같은 사람도 현대 민주주의의 폐해를 극복할 방법으로 선거와 추첨을 결합한 방식을 제시하더라구.

어쨌건 20개나 되는 정당 중에서 하나를 고르긴 해야 되는데. 사다리나 타 볼까?

장준영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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