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9세기 프랑스에서는 귀부인이 자신의 살롱에 음악가를 초청해 지인들과 감상을 나누는 살롱 음악회가 크게 유행했다. 이는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 자택 같은 개인 공간을 개방해 소규모 연주회를 개최하는 ‘하우스 콘서트’로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

격식 속에서 진행되는 일반 콘서트홀 공연과 달리 하우스 콘서트는 연주자와 관객이 가까이서 소통할 수 있어 음악 애호가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즉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편안하고 자유롭게 주고 받을 수 있는것이 장점이다. 최근 하우스 콘서트는 집에서 탈피해 카페나 스튜디오 등의 공간으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인기의 폭을 넓히고 있다. 여러 사람이 모여 문화를 공유하는 장으로 거듭나고 있는 하우스 콘서트를 살펴보자.

제공: 오픈스튜디오21

◇음악 애호가가 한자리에=18~19세기 프랑스의 살롱 음악회는 귀부인의 성향에 따라 분위기는 물론이고 공연의 질에서도 차이가 있었다. 오늘날의 하우스 콘서트 역시 주최자가 누구인가에 따라 공연이 사뭇 달라지기도 한다. 특히 주최자가 음악 전문가일 때는 더욱 풍부한 프로그램이 마련되고 음악 애호가가 몰려드는 경우가 많다.

도곡동 율하우스에서 격주로 금요일마다 열리는 피아니스트 박창수씨의 「더 하우스 콘서트」가 가장 대표적인 예다. 박씨에게는 학창시절 친구와 집에 모여 서로의 연주를 공유했던 경험이 인상깊게 남았다. 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지난 2002년 7월 자택 한편을 공연장으로 개조해 국내·외 유수 연주자들이 음악 애호가들과 한데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꾸렸다. 클래식을 중심으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무대에 올리는 이 하우스 콘서트는 벌써 1,200명이 넘는 연주자의 발길이 닿았을 뿐 아니라 관객도 연이어 매진 행렬을 이루는 등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다. 박창수씨는 “하우스 콘서트만의 매력이 여러 연주자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을 타고 퍼져 직접 문의 전화를 주는 일도 잦다”며 “현재 1년에서 1년 반 정도의 공연이 이미 잡혀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공연이 끝나면 주최자, 연주자, 관객은 함께 담소를 나누거나 흥이 오른 연주자의 즉흥연주를 즐기며 그날 공연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기도 한다.

동작구 대방동에 위치한 성악가 최강지씨의 VK아트홀에서는 2주 간격으로 금요일 밤에 하우스 콘서트 「벨라 세라타」가 열린다. 아트홀이란 이름을 들으면 대개 대규모 공연장을 떠올리기 마련이나 실제로 아담한 이 소규모 공연장은 연주자와 관객이 가까이서 호흡하기에 적격이다. 두달 전에 개관한 VK아트홀은 신인 발굴 및 양성에 주력하는 공간으로 거듭날 계획이다. 음악 애호가들과 신인들이 미리 만나 보는 것도 미래 음악계의 발전을 위해 중요하기 때문이다. 최강지씨는 “신인 연주자들을 대상으로 오디션도 준비하고 있다”며 “하우스 콘서트의 뒤풀이 음악회에서 이들이 역량을 뽐낼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옛 음악을 품은 하우스 콘서트=하우스 콘서트가 유럽 살롱 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기에 장르도 클래식 등에 국한될 것이라는 편견을 갖기 쉽다. 하지만 우리 전통음악도 하우스 콘서트라는 형식을 빌려 관객에게 바투 다가서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매주 목요일과 토요일 신당동에 위치한 가례헌에서는 2003년부터 「사랑방음악회」라는 국악 하우스 콘서트를 선보이고 있다. 이곳은 저녁식사와 다과를 함께한 후 목요일에는 판소리, 민요, 굿 등 국악 제반 분야를 중심으로, 토요일에는 국악기와 서양악기가 한데 빚어낸 퓨전국악을 중심으로 공연이 구성된다. 연주가 마무리되면 한껏 신명난 관객과 연주자는 둘러앉아 막걸리와 파전을 먹으며 뒤풀이를 즐기기도 한다. 이 콘서트를 주최한 명창 박정욱씨는 “극장에서 국악 공연을 열기가 쉽지 않아 연구실 내로 사람을 초청한 것이 그 시작점”이라며 “극장이 아닌 사랑방에서는 보다 포근한 분위기 속에서 국악에 대한 이해를 더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회와 함께하는 발걸음=음악 애호가들이 단순히 관심사를 나누는 공간의 특성에서 벗어나 사회에 문화 나눔으로 기여하려는 하우스 콘서트도 있다. 그렇기에 하우스 콘서트는 문화를 즐기는 동시에 공연 기부금 조성 등 직·간접적으로 소외 계층에게 사랑을 전하는 자리가 되기도 한다.

피아니스트 최수연씨, 배은경씨는 2008년부터 서초역 인근에 하우스 콘서트장 「오픈스튜디오21」을 열어 문화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매달 둘째·넷째 주 목요일마다 연주자들은 재능기부 형식으로 무대에 올라 관객에게 다채로운 공연을 선보인다. 관객이 지불한 관람료 일부는 YWCA ‘폭력피해 여성쉼터’ 기금과 지역 차상위계층 및 빈곤층 학생의 장학금으로 사용된다. 최수연씨는 “어렸을 때부터 어려운 이들과 나누며 지내야 한다는 생각이 깊게 배 있었다”며 “사회적 나눔과 음악적 재능을 모두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을 고려해보니 이같은 장을 꾸리게 됐다”고 말했다.

오르가니스트 김진씨와 쳄발리스트 김희정씨가 운영하는 종로구 신교동 「오르겔하우스」도 이 행보에 동참하고 있다. 이곳은 오르간과 쳄발로의 강습소지만 매달 마지막주 금요일에는 하우스 콘서트장으로 탈바꿈한다. 이들은 관람료 전액을 중증 뇌성마비 장애아 요양시설 ‘애니아의 집’에 기부하며 문화를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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