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 「춤으로의 여행 2012」

지난 6일(금)부터 오는 8월 19일까지 대학로 성균소극장에서 국내 21개 무용단의 20개 작품이 참여하는 「춤으로의 여행 2012」가 펼쳐진다. 매주 금요일부터 사흘에 걸쳐 열리는 이 기획공연은 각 무용단이 21주간 번갈아가며 무대를 꾸리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전통무용, 한국 창작무용, 발레, 현대무용, 신체극, 해외 민족무용 등 무용의 전 장르가 이번 무대에 올라 무용수와 관객이 소통하는 장을 마련하고 있다.

삽화: 선우훈 기자 mrdrug@snu.kr

◇다양함을 불어넣는 한국 무용의 든든한 버팀목=기성 무용단은 야무진 실력을 토대로 다채로운 시도를 꾀하고 있다. 분주한 발걸음을 재촉하며 한국 무용계의 외연을 넓혀가는 이들의 무대는 눈여겨 볼 만하다.

오는 20일부터 열리는 코리아플라멩코컴퍼니의 「플라멩코의 밤」에서는 스페인의 전통 예술 장르인 ‘플라멩코’의 정열적인 매력을 느껴볼 수 있다. 발을 강렬히 구르는 무용수는 손뼉을 치고 상자 모양 타악기 까혼을 두들기면서 빠른 리듬을 만든다. 하지만 이 화려함 이면에는 비정함과 애절함의 정서도 묻어나 플라멩코에 본래 담겨있는 스페인 남부 지역 집시들의 애환이 살아난다. 이처럼 이번 공연은 무용, 기타연주, 노래 3요소가 탄탄한 조화를 이루며 풍성한 볼거리를 무대에 펼쳐놓는다.

한편 6월 15일부터 도도댄스는 신체극 「나는 원한다」를 통해 현대인들의 아픔과 고통을 몸짓으로 보여준다. 이 작품은 정신분열증, 애정결핍, 대인기피 같은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현대인의 모습을 몸으로 담아낸다. 극은 이들을 치료하는 의사들까지도 환자로 묘사하며 병들어 쓰러질 듯한 현대 사회의 우울한 모습을 거침없이 꼬집는다. 무용수들은 무언의 몸짓 연기에 심혈을 기울이며 난해하게 느껴질 법한 주제를 관객에게 친근히 풀어놓으려 노력한다.

만약 제3차 세계대전이 발발한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6월 29일부터 무대에 오르는 류미경현대무용단의 전위예술 작품 「3차 전쟁」은 전쟁을 가정하며 그때의 감정을 몸으로 상상해보는 과감한 무대를 선보인다. 시종일관 어두컴컴하게 무대를 비추는 영상과 온몸으로 극단의 절망을 드러내는 무용가의 행위 예술은 전쟁의 어두움과 황폐함을 적나라하게 표현한다. 하지만 최악의 상황을 맞닥뜨렸음에도 주인공들은 끊임없이 춤을 추며 희망을 향해 나아가려 몸부림친다. 이는 춤이라는 예술이 있는 한 어떠한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인간은 한 줄기 빛을 쥐어볼 수 있으리란 메시지를 전해준다.

◇한국의 혼을 담은 전통춤 공연=한국 전통춤의 고유한 색채를 잃지 않으면서 이를 계승해 나가려는 무용단들도 있다. 이들의 공연은 한국 전통무용의 오늘과 미래를 확인하게 해준다.

놀이패 한두레는 7월 13일부터 「바람결」 무대를 통해 봉산탈춤 ‘첫목춤’, 통영오광대놀이 ‘문둥북춤’, 고성오광대 ‘말뚝이춤’ 등 각 지역의 대표적인 탈춤 열 가지를 선보인다. 같은 지역일지라도 각 춤은 미묘한 차이점을 띠고 있어 춤마다 서려있는 고유한 ‘춤맛’을 한 무대에서 느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탈춤 공연은 일반적으로 춤, 노래, 연기가 함께 어우러지지만 한두레는 이번 공연에서 춤 자체에만 집중하며 흥겨운 들썩임으로 달궈진 무대를 선사한다.

8월 3일부터 춤 이음무용단에서 선보이는 「해설이 있는 김백봉의 춤이야기」는 한국 무용사에 한 획을 그은 김백봉 선생의 작품들을 재조명한다. 김백봉 선생을 기리고자 이 자리를 마련한 제자들은 그의 대표작인 ‘부채춤’을 공연의 하이라이트로 꼽는다. 김백봉 선생이 정착시킨 부채춤은 여러명이 화려한 부채를 접고 돌리며 아름다운 형상을 만들어내는 군무로, 흔히 우리가 떠올리는 바로 그 춤이다. 해설 영상까지 곁들인 이 무대는 관객이 김백봉 선생의 춤 이야기를 짚어보며 한국 춤의 역사에 바투 다가설 수 있게 한다.

◇젊은 무용가들이 벌이는 신선한 춤판=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하며 획일성을 지양하는 젊은 무용가들이 펼치는 무대는 어떨까.

오는 27일부터 열리는 원댄스컴퍼니의 「휴먼춤곡 ‘사계’」는 비발디의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와 한국 춤의 만남을 꾀한다. 이 작품은 계절이 바뀌면 인간의 감정도 변한다는 데 초점을 두고 공연을 풀어나간다. 인간의 일곱가지 감정인 희노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欲)은 계절의 변화와 맞물리며 우아한 춤사위로 무대 위에서 펼쳐진다. 하지만 이는 자칫 추상적인 단계에만 머무르는 감정 표현에 그칠지도 모르기에, 이 작품에는 칠판에 계절과 감정의 변곡점을 손수 짚어주는 연극인이 등장해 관객의 이해를 돕는다.

6월 22일부터 공연되는 유니크 콜렉션의 「雪나비」는 눈(雪)을 보고자 하는 나비의 도전과 시련을 춤으로 표현한 창작 발레 작품이다. 나비는 따뜻한 봄 한 철을 화려하게 누비다 겨울의 눈을 보지 못하고 사라지는 만큼 그 과정은 쉽지 않을 터. 나뭇잎 같이 오므린 손짓과 발레 특유의 걸음걸이는 따스한 봄날 눈을 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나비의 필사적인 날개짓과 꼭 닮아있다. 라이브 연주와 영상까지 어우러져 생동감이 한층 높아진 이 작품은 관객들의 눈앞에 동화 속의 한 장면을 펼쳐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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