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통합진보당 서울대 당원 이경환씨

지난 12일(토) 통합진보당 비례대표후보 경선 부정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열린 당 내 중앙운영위원회(중운위)에서 폭력 난투극이 벌어졌다. 부정의혹의 주축인 당권파측이 중운위 차원의 비례대표 일괄 사퇴안을 저지함으로써 당파적 이익을 고수하기 위해 벌인 일이었다. 당 대표단에게 폭력을 자행했다는 의혹을 받는 주도세력이 지난해 뜨거운 화두였던 반값등록금 의제를 제기하며 청년정치의 아이콘으로 부상한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소속 경기동부연합 학생들이라는 사실은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대학신문』은 통합진보당 서울대 당원 이경환씨(물리학과·05)를 만나 비당권파 학생당원들의 입장을 들어봤다. 당권파 채상원씨(지리학과·08)는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사진: 김은정 기자 jung92814@snu.kr

◇서울대 내 통합진보당 당원, 그 중 비당권파 당원들은 어느 정도 되는가=정확히 파악하기는 힘들지만 통합진보당 서울대 당원은 총 20명 정도로 추정되며 이 중 10명 정도가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6년 민주노동당 서울대 당원이 100명을 넘었던 것에 비교한다면 많다고는 보기 힘든 숫자다. 비당권파에 속하는 것은 나를 포함해 두명뿐이며 나머지는 경기동부연합 당권파에 속해 있다.

◇비당권파 학생 당원들은 이번 폭력사태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나=대부분의 통합진보당 학생 당원들은 대학생이 학생다운 모습을 보이긴커녕 정파의 권력에 이용당해 홍위병같은 모습을 보였다는 것에 엄청난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다. “당권파 꿈나무”라는 표현이나 “독일에 히틀러 유겐트(1933년 히틀러가 청소년들에게 나치스의 신조를 가르치고 훈련하기 위해 만든 조직)가 있다면 한국에는 이석기 유겐트가 있다”와 같은 진중권의 트위터 발언은 학생 당원들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사건에 학생당원이 가담했다는 이유로 나머지 학생당원들까지 경기동부연합의 동원인력으로 매도당하고 있다.

◇비례대표 경선 부정 문제와 폭력사태 이후 당권파 학생들과 비당권파 학생들의 움직임을 요약해 달라=학생 중 당권파의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은 통합진보당 학생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경기동부연합의 간부들이다. 이들은 부실선거 정황은 인정하지만 그 정도는 용인할 수 있지 않냐는 식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 비당권파의 입장을 취하고 있는 사람들은 대체로 계파나 이념이 각기 다른 평당원들이다. 이들은 부실선거 정황에 대해 철저한 책임을 지고 국민에게 납득할 만큼의 설명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당권파를 중심으로 한 학생위원회는 경선 과정에서의 부실선거 정황과 학생당원의 폭력 사실을 부정하는 수습과정에 주력하고 있다. 비당권파의 경우 10일 전 개략적인 조직이 구성됐고 2번의 성명서로 공동대응 의사를 표명했다. 첫번째 성명에는 120명, 두번째 성명에는 50명 정도가 참가했다.

◇이런 일련의 사태의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당권파(경기동부연합)의 독점적 패권주의에서 어느 정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나는 2006년 평택 주한미군기지 확장 반대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학생운동에 발을 들인 이후 당권파와 4년이나 함께 활동했다. 하지만 그들과 결별한 이유는 끝내 그들의 폐쇄적인 이념에 동의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경기동부연합에 속하는 순간 상명하복식의 통일적이고 폭력적인 상하관계에 순응해야 했고 규율적이고 통제된 조직 속에서 우리끼리만의 생활을 해나갈 것을 강요당했다. 이는 우리를 학생사회의 기층 단위인 과반, 동아리 등으로부터 점차 소외시켰다.

이렇듯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경기동부연합의 조직 속에서 특유의 세계관과 신념체계에 갇혀있다 보니 자신들의 사상이 현실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따라서 옳다고 굳게 믿는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되는 것이다. 자기 신념을 이성적으로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신념을 골수에 내면화하는 식의 문화가 가장 큰 문제다.

지금껏 여러 서울권 대학 총학생회와 동아리 축제, 기획, 홍보사업을 진행해온 ‘돈줄’인 CNP전략그룹 이석기 대표를 비례대표에서 내릴 수 없다는 판단 역시 작용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번 사태로 인해 가장 우려되는 결과는 무엇인가=지금껏 진보세력은 반값등록금 요구, 광우병 쇠고기 수입반대, 무분별한 FTA 반대 등과 같은 사회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며 성과를 이뤄왔다. 하지만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통합진보당 당권파뿐 아니라 진보세력 전체를 비판해 부정적 여론을 몰아가고 있다. 이번 사태로 인해 이제껏 쌓아온 진보적 의제들과 청년정치의 가능성이 상실돼서는 안 된다.

◇이번 사태에 대해 청년당원으로서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이번 사태는 통합진보당의 일원으로서 고개를 들 수 없을 만큼 창피한 사건이다. 국민들에게 반성하고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는 마당에 내부에서조차 정리가 안돼 우왕좌왕하는 것은 더더욱 창피한 모습이다. 뼈를 깎는 쇄신을 하려면 사죄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할 텐데 김재연, 이석기 후보는 당파적 이익을 앞세우며 절대 사퇴하지 않겠다는 모습을 보이는 등 내부통합마저 요원해 보인다. 여지껏 변변한 대국민 사과 하나 없는 실정이라는 점이 몹시 부끄럽다. 최근 서기호 판사,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정태인 원장 등이 입당하면서 새로운 진보를 열겠다고 단언한 만큼 통합진보당은 앞으로 소통과 민주주의, 투명함이 겸비된 새로운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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