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홍익대 노동자를 비추는 공연 <불빛>

지난 16일(목) 오후 7시 홍익대 정문 앞에서 ‘홍대 노동자를 비추는 공연 <불빛>’이 열렸다.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홍익대분회와 홍익대 행동연합 플라멩고가 공동 주최한 이번 행사에는 약 60명의 조합원들과 학생들이 참여했다.

사진: 주현희 기자 juhieni@snu.kr

지난해 1월 용역업체의 입찰 포기로 홍익대 청소노동자들은 집단 해고됐다. 당시 해고노동자들은 이에 반발해 학교 건물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였다. 이에 홍익대측은 점거행위가 경제적 손실을 입혔다며 오히려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홍익대는 최근 다시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이번 공연은 이러한 홍익대의 태도를 규탄하는 의미로 마련됐다.

음악행사로 시작한 이날 공연은 조합원의 기타 연주와 서강대 인디밴드 ‘악어들’의 개성있는 열창 등으로 지나가던 이들의 발길을 끌었다. 공연 이후에는 타 대학 조합원들의 응원을 담은 영상 메시지를 상영하는가 하면 전국학생행진과 진보신당 청년학생위원회 등 다양한 학생단체 소속 학생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특히 이번 공연은 일반적으로 참여자들이 집회를 벌이고 운동구호를 외치던 기존의 투쟁방식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도였다. 주최하는 조합원들과 공연을 하는 학생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화합의 장이 마련됐다. 서강대 인디밴드 ‘악어들’의 공연 도중 한 조합원은 빨간색 투쟁조끼를 벗고 보컬과 어우러져 막춤을 선보였는데 활짝 웃으며 보컬과 같이 춤을 추던 조합원의 춤사위는 바라보는 관객들까지도 웃음짓게 만들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김태완 조직부장은 “홍익대가 축제기간이라 많은 사람들이 몰릴 것으로 예상해 공연날짜를 16일로 잡았다”며 “이를 통해 평소 사회 문제에 관심이 없고 노동운동에 참여하지 않던 사람들에게도 현재 어떤 문제가 벌어지고 있는지 조금이나마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어진 자유발언 시간에는 이번 홍익대 비정규직 사태에 대해 해당 용역업체 뿐 아니라 제3자의 입장에 머물렀던 홍익대 총학생회의 태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전국학생행진 소속 서선주씨(연세대 사회학과·10)는 “악질 용역회사에 맞서 파업투쟁을 했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가장 어이없던 현실은 총학생회가 노동자측에게 등을 돌린 것”이라며 “총학생회는 비정규직 사태에 대해 제대로 된 관심을 보이지 않고 학교점거에 따른 자신들의 피해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가 모두 예비 노동자임을 인정하고 투쟁을 밥그릇 챙기기로 보기보다 노동자의 권리를 스스로 지키려는 노력으로 봐야 한다”며 관심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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