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속보도] 서울역 노숙인 강제퇴거 이후 1년

지난해 8월 22일 코레일은 서울역에 있는 노숙인들에게 사실상 강제퇴거나 다름없는 야간노숙금지 조치를 내려 사회 각계의 반발을 샀다. (『대학신문』 2011년 9월 5일자) 『대학신문』은 강제퇴거 조치 1주년을 맞아 서울역 노숙인 강제퇴거 이후의 상황을 돌아봤다.

◇강제퇴거의 상처, 쫓겨난 노숙인=코레일은 4억 8천만원을 투입해 고용한 특수경비용역을 동원해 서울역에 체류하고 있던 노숙인들을 지난 1년간 수시로 강제퇴거시켰다. 노숙자 인권단체 홈리스행동이 서울역 노숙인들을 대상으로 지난달 16-18일 사이에 면담을 통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자의 60%가 노숙인 강제퇴거 조치 이후 직접 강제퇴거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는 야간노숙금지 조치 이후 야간만이 아닌 ‘주간’에도 ‘노숙인처럼 보이는 허름한 차림의 사람들’이 공공의 공간에서 축출되고 있으며 그 방법 또한 노숙인을 위한 서비스에 대한 안내나 연계가 아니라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진: 『대학신문』 사진부 DB

조사에 응답한 노숙인들의 진술에 따르면 강제퇴거 이후 서울역에 집 없는 몸을 위한 공간은 없었다. 한 노숙인은 자신의 강제퇴거 경험을 이렇게 회상했다. “2011년 여름, 대합실에 들어가서 벤치에 앉아 졸고 있었는데 검정색 옷 입은 사람들이 와서 나가라고 했다. 거부했더니 네 다섯명이 함께 와서 팔과 다리를 잡고 서울역 출입문 밖의 계단 앞에 내려놨다.”

보다 모욕적인 경험을 겪어야 했던 노숙인들도 있었다. 나이가 많은 한 노숙인은 이런 경험을 남겼다. “아침 6시쯤 대합실의 화장실에 가려는데 용역 3명과 직원 1명이 반말로 ‘가, 임마’라고 하며 손가락질 하는 것을 경험했다. ‘지하도 가서 싸라’고 말해서 그대로 나갔다. 나도 나이 60대인데 슬프고 죽고 싶은 심정이 들었다. TV를 조금만 보려고 해도 사람들 많은 곳에서 창피하게 소리친다.”

◇"노숙인 숫자” 실제 줄었나=코레일은 강제퇴거 이후로 서울역 노숙인들의 수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왔다. 서울역을 이용하는 승객과 외국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노숙인들을 줄여 서울역의 미관과 시민들의 안전을 제고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서울시는 지난달 21일 기준 서울역에서 생활하는 노숙인이 251명으로 강제퇴거 조치가 취해지기 전인 지난해 8월의 273명보다 22명 줄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직접 활동하는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이를 퇴거조치의 풍선효과라고 평가하고 있다. 노숙인들이 인근 지역으로 분산돼 역사 내에서 보이는 수만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조직국장은 “서울역에서 쫓겨난 노숙인들은 인근 노변, 지하도 등으로 단순히 자리를 옮겨갔을 뿐”이라며 “이들은 최소한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었던 공간에서 쫓겨나야 했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지난 11월 서울역에서 강제퇴거된 후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생활하다 사망한 노숙인과 같은 운명을 맞아야 했다”고 말했다.

대책 없이 서울역 밖으로 내쫓긴 노숙인들은 안전히 몸을 누일 데가 없다는 심리적 공포 아래 시름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노숙인 인권 실태조사에 따르면 강제퇴거 조치 이후 노숙인들의 심리적 반응은 ‘추위, 비나 더위 등 피할 곳이 없어져 걱정함’ 19.5%, ‘왜 노숙인한테만 그러는지에 대한 억울함’ 18.7%, ‘어디로 가야할 지 막막해짐’ 18.3%, ‘노숙인에 대한 시선이 나빠질 것 같아 걱정함’ 12.9% 등으로 집계됐다.

◇가난은 죄가 아니다=전문가들은 근본적인 대책 없는 단순한 강제퇴거는 문제를 키울 뿐이라고 비판한다. 오히려 서울역이 식사나 의료 등 최소한의 노숙인 복지 서비스를 만날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홈리스행동 이동현 활동가는 “노숙인들은 최소한의 안전을 찾아 비바람을 피할 수 있고 교통이 좋은 서울역으로 유입되게 돼 있다”며 “서울역을 중심으로 SOS지원센터 등을 운영해 역사로 흘러들어온 노숙인이 신속히 자활할 수 있는 지원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남기철 동덕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숙인 문제는 선진국에 비해 공공임대주택 등의 주거복지가 취약한 우리나라 복지제도의 결함 때문”이라며 “장기적으로 주택정책의 주거안전성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풍선효과: 풍선의 한 곳을 누르면 다른 곳이 불거져 나오는 것처럼 문제 하나가 해결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겨나는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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