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 '예술과 재난: 새로운 지각?'

지난 14일(금) 서울스퀘어 독일문화원 유럽홀에서 제7회 서울 국제 미디어아트 비엔날레 토론회 ‘예술과 재난: 새로운 지각?’이 열렸다. 토론회에서는 ‘예술가들은 재난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가지고 사진작가 박진영(Area Park)을 포함해 5명의 패널이 재난을 다룬 예술가와 그들의 작품을 소개했다. 또한 자연 재해를 통해 드러난 현대사회의 제 문제를 예술가들이 어떻게 표현해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도 진행됐다.


우선 일본 대지진의 현장에서 직접 활동한 예술가들의 작품에 대한 소개와 해석이 이뤄졌다. 발제를 맡은 박진영 사진작가는 ‘재난지에서의 작가의 관점’이라는 주제를 중점적으로 다뤘다. 일본 동북 지역의 해안에서 일어난 쓰나미 피해를 작품으로 다룬 박 작가는 “인간과 자연의 대치가 일어날 때 작가의 관점은 자극적인 저널리즘 사진과 일상적인 지역 주민들의 사진의 중간에 있어야 한다”며 “사진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보는 사람들에게 충격이 아닌 공감을 불러일으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발제를 맡은 독일의 비주얼 아티스트이자 필름메이커 니나 피셔와 마로안 엘 사니는 ‘재난이 지난 후 일상에 나타난 작은 변화들’에 초점을 맞췄다. 야채를 살 때 후쿠시마가 원산지인지의 여부를 확인하는 주민들의 모습이나, 방사능이 퍼진 일본 북쪽 지방의 관광을 권장하는 정부의 캠페인을 찍은 작품들을 소개하며 “예술가들은 언뜻 봐서 느끼기 어려운 변화들을 잡아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술가들의 발제 후에는 학자들의 토론이 이어졌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박진희 소장은 “21세기에는 제어와 예측이 힘든 첨단 과학 기술들이 재난의 원인이 되고 있는데 미디어와 정부는 이를 낙관하고 있다”며 “예술가들은 현실을 사실적이고 비판적으로 바라본 후 작품을 창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회는 미디어아트센터 유키코 시카타 큐레이터의 발제와 함께 마무리됐다. 그는 “모든 사람이 미디어를 이용해 예술가가 될 수 있는 사회에서 교묘하게 포장되고 있는 사회문제들을 꼬집어 내는 것이 예술의 과제”라며 주제와 소재 면에서 예술이 사회적 확장을 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를 맡은 서울 국제 미디어아트 비엔날레 유진상 전시총감독은 “사건을 왜곡해 다루는 많은 미디어에 가려 재난을 당한 당사자들 사이에서 공유되는 진솔한 감정은 전달되지 않기도 한다”며 “오늘의 대화를 통해 동시대의 예술가가 가져야 할 윤리성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고 토론회의 의의를 밝혔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