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사망원인통계 분석]

지난 13일(목) 통계청에서 2011년 사망원인통계결과를 발표했다. 통계에 따르면 20대 사망원인의 절반 가까이가 ‘고의적 자해(자살)’로 인한 사망이었으며 이 수치는 90년대부터 계속해서 증가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층 자살의 지속적인 증가는 과연 어떤 심리와 상황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대학신문』에서는 20대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적 현상을 분석하고 우울한 청년층의 현실을 진단한다.

청년 사망원인 부동의 1위, 자살

이번 통계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2, 30대 젊은 층의 사망원인 1위가 바로 자살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20대 사망자 3,476명 가운데 47.2%인 1,640명이 고의적 자해로 목숨을 잃었다. 이는 사망 원인 중 2위를 차지한 15.3%의 운수사고와 10.2%로 3위를 차지한 암으로 인한 사망을 합친 것보다도 많은 수치다. 한창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달려야 할 20대가 스스로 삶을 저버리고 있는 것이다.

20대 자살은 90년대 이후로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1990년 903명이던 자살자 수가 꾸준히 증가해 2003년에는 운수사고를 제치고 사망원인 1위를 기록했으며 2010년에는 1,728명에 달했다. 특히 20년동안 약 100명이 증가한 20대 초반에 비해 20대 후반의 경우 1990년 447명에서 2011년 1,082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20년동안 청년 인구의 숫자가 130만 명 이상 줄어든 데 비하면 이같은 결과는 더욱 놀랍다. 그러나 20대 초반과 후반의 자살자수 격차가 처음부터 벌어져 있었던 것은 아니다. 1990년 각각 456명과 447명이었던 수치는 95년부터 뒤집히기 시작해 외환위기가 닥친 98년 경 각각 616명과 900명으로 크게 벌어졌다.

청년은 왜 스스로 목숨을 끊는가

통계청에서 2010년 분석한 「자살에 대한 충동 및 이유(15세 이상 인구)」에 따르면 20~29세 젊은층의 7.5%가 자살충동을 느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자살충동을 느낀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어려움 때문으로 전체의 30%를 차지했다. 외로움과 고독 때문이라는 답변이 16.5%로 뒤를 이었고 3위는 직장문제, 4위는 가정불화 순이었다. 경제적인 위기가 자살을 생각하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실제로 급격한 경제적 변동이 청년층의 자살 증가를 가져온다고 분석한다. 경제위기가 닥칠 때마다 국가와 기업이 앞다퉈 인원감축, 정리해고 등의 조치를 취하면서 일자리수가 감소하고 비정규직이 증가해 20대 취업이 어려워지게 됐기 때문이다. 2008년 7.0%를 보이던 청년 실업률은 미국발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09년 7.9%로 증가해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아예 구직활동을 포기하는 청년층도 증가했다. 취업자 수는 꾸준히 감소해 2000년 449만명에서 2011년 365만명이 됐고 경제활동참가율도 줄어들어 2005년 66.3%에서 2011년에는 63.2%가 됐다. 대규모 청년 실업의 시대가 도래한 셈이다. 통계 수치를 보면 경제적 위기는 청년층의 자살률과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IMF 외환위기가 발생했던 1997년 1,233명이었던 청년 자살수는 1998년 1,516명으로 급증했다. 이후 미국발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1,643명의 청년이 자살한 데 비해 2009년에는 1,806명으로 그 수가 훌쩍 뛰었다. 두 차례의 큰 경제적 파동이 있던 시기에 청년층의 자살수 역시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청년 자살, 구조적 모순이 불안한 심리로 표출된 결과

전문가들은 한국사회의 오랜 구조적 모순과 병폐가 청년 자살 증가의 원인이 됐다고 지적한다. 1997년 이후 정부가 신자유주의적인 정책을 잇따라 펼치면서 크게 변화한 한국의 경제적 상황이 새로 사회에 진입하는 20대에게 후폭풍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기업은 고용 없는 성장을 계속했고 일자리도 대부분 저임금 비정규직에 불과해 20대를 향한 사회의 문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대학 교육 비용도 급증해 10년 새 고등교육 소비자물가지수가 두배 가까이 뛰었다. 여러 차례의 경제 위기를 겪어 부모 세대의 경제 여건이 안정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청년들에게 이같은 상황은 큰 경제적 부담이 됐다. 사회적 양극화 현상이 점차 심화돼 빈부격차는 더 벌어지고 교육도 시장화돼 경제적 자립도가 약한 청년은 부모세대의 지위를 그대로 되물림받을 수밖에 없게 된다. 즉 청년이 경제 위기 등의 사회적 위험에 처했을 때 이를 벗어날 수 있는 대안이 한국 사회에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청년들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게 된다는 것이다. 장경섭 교수(사회학과)는 “청년층은 자신의 채무나 생계에 대한 부담이 나아질 가능성이 없다는 사실을 인지했다”며 “그들이 처한 극한적인 상황이 어느 시점에서 자살이라는 극단적 방식으로 표출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이 현상은 근본적으로 시장자본주의의 무한경쟁 논리가 우리나라에서 극대화되면서 나타난 필연적인 결과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급속한 경제발전을 거치면서 사회에 만연하게 된 성장과 효율지상주의는 청년층에게 성공하지 않으면 사회에서 도태된다는 불안의식을 심어줬다는 것이다. 무한경쟁의 사회는 경제・사회적 주류에 편입되지 못한 이들을 패배자 취급했고 사회에서 쓸모없는 존재로 낙인찍었다. 결국 20대가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남과의 경쟁을 통한 승리만을 추구하게 됐다. 박경숙 교수(사회학과)는 “직업이나 보수 등 물질적인 성취가 곧 행복의 척도가 돼버렸고 청년층은 경쟁에서 이기는 것과 자아실현을 동일시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학교나 가정에서마저 소통의 창구가 단절된 채 경쟁에서의 승리를 최우선의 목표로 삼은 청년들은 결국 원만한 관계맺음을 통한 사회성이 형성되지 못했다. 결국 경제적인 성취가 좌절됐을 때 정신적 혼란을 겪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고 외부로부터의 스트레스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조영태 교수(보건대학원)는 “실제로 무한 경쟁에서 도태된 인구는 우울증 등 장애에 빠지기 쉬우며 이것이 자살로 연결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강조했다.

청년문제 해결 위한 대책 필요

정부는 우울과 강박 등 정신적 문제를 겪는 청년들을 위해 몇 개의 자살예방센터를 건립했다. 또 자살예방 캠페인을 전개해 문제의 심각성과 생명의 소중함을 알리며 상담센터를 24시간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단기적 방책 이외에 청년층이 처한 구조적 어려움을 구제할 국가적 보장제도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청년층이 아노미 상황과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사회로 진출한다 하더라도 이들 앞에는 기본권도 보장되지 못하는 비정규직의 암울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다. 사회는 이들에게 일자리 보는 눈을 낮추라고 제안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에게 ‘학자금 대출’이라는 미봉책만을 제시한다. 무한경쟁이라는 낭떠러지 끝에 선 청년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늘어나는 빚과 ‘모두가 힘드니 견뎌라’, ‘아프니까 청춘이다’와 같은 캐치프레이즈다. 장경섭 교수(사회학과)는 “현재의 사회보장제도는 이론적으로 노동이 가능한 청년층을 보호대상으로 보지 않았기 때문에 이들에게 발생할 사회적 위험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청년들이 자살이라는 극단적 방법으로 사회에 보내는 적신호를 정부가 더 이상 방기하고만 있어서는 안된다고 소리 높여 비판한다. 특히 청년층 자살은 개인적 차원에서 끝나지 않고 집단적 좌절감과 패배의식의 증가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박경숙 교수(사회학과)는 “청년층의 불안과 우울의 원인은 국가적 정책 실패때문이지 자신의 탓이나 윗세대의 이기심으로 인한 일자리 부족에 있는 것이 아니다”며 “문제에 대한 적극적 공론화를 통해 정부정책의 변화가 실질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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