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가을 축제 '그래, 없애면 되겠다!'

눈앞에 문제가 닥쳤을 때 당신이 낸 해결책은 무엇인가. 어려운 문제에 머리를 쥐어짜다 ‘그냥 문제를 없애버리고 싶다!’는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해봤다면 8일(월)부터 10일까지 열리는 이번 가을 대동제를 주목하길 바란다. ‘그래, 없애면 되겠다!’라는 다소 당황스러운 이름을 내건 가을 축제는 과연 당면한 골치아픈 문제들을 다 없애버리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인지 학우들이 의심을 품는 계기가 돼줄 것이다.

없애야 이긴다!

‘축제’하면 저절로 발걸음이 옮겨지는 본부 앞 잔디로 가보면 포춘쿠키를 나눠주는 수상한 부스를 만날 수 있다. 포춘쿠키를 여는 순간 대망의 ‘10만원’ 게임이 시작된다. 학교 곳곳에 감춰진 단계별 미션을 완수하다 보면 캠퍼스 구석구석 모르는 곳이 ‘없어’질 것이다. 번뜩거리는 머리를 장착하고 상세한 캠퍼스 지도를 구비했다면 준비 완료. 10만원이 담긴 통장의 비밀번호를 찾아낸 1등에게는 상금에 더해 상품들까지 기다리고 있다고.

서울대 축제의 감초 역할을 하는 트램펄린 쪽에서는 갖가지 것들을 없앨 수 있는 행사들이 진행된다. 전장을 누비며 적들을 없애는 통쾌함을 느끼고 싶다면 ‘서바이벌 물총게임’에 참여해보자. 각종 엄폐물을 뚫고 물풍선 수류탄을 투척해 상대팀을 전부 몰살시키거나, 적진의 중심에 서있는 고릴라리온의 심장을 물총으로 맞추면 당신의 진영이 승리의 함성을 내지를 수 있다. 줄서서 기다리는 시간마저 없애버리고 싶다면 행사팀 김태우씨(조소과·12)에게 사전신청을 해두기를.<문의:010-3712-9960>

하얀 레포트 용지 앞에서 막막함을 느꼈을 당신. 흰 종이로부터 받았던 압박을 없애버리고 싶다면 ‘여백을 없애면 되겠다’는 모토의 핸드프린팅에 참여해 보는 것이 어떨지. 잔디 위에 설치된 거대한 종이 위에 손바닥 도장을 하나 둘 찍다 보면 ‘그래, 없애면 되겠다!’라는 문구와 고릴라리온 가족이 한 폭의 병풍으로 분해 축제를 장식해 준다. 핸드프린팅 참가자들에게는 바로 옆에 설치된 또 다른 빈 종이에 페인트칠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일필휘지에 양초로 칠한 하얀 고릴라리온을 찾으면 당첨 복권을 쥘 수 있다. 상품을 한 아름 안고 돌아갈 수 있는 복권 한 장의 가격은 손바닥 도장뿐이니 주저 없이 참여하자.

한편 잔디에서 축제를 즐길 학생들은 고막이 없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겠다. 데시벨 측정기가 달린 귀 모형과 점수판이 설치돼있는 ‘고함지르기-고막을 없애면 되겠다’ 행사에서는 서울대의 목청왕을 뽑는다. 목청이 터질 듯 소리를 지르다 보면 모든 스트레스가 없어져 버리지 않을까. 목소리가 큰 순서대로 등수를 매겨 순위권 안에 들면 상품을 증정한다. 목청 하나로 상품을 휩쓸어 갈 수 있다니 놓치기 아까운 기회다.

주변에 얄미운 친구, 밀어버리고 싶은 친구가 있었다면 지금이 바로 타이밍이다. 문화관 앞으로 올라가면 바둑알 모자를 쓰고 축제를 맞이해 제작한 특수 의자에 앉아 초대형 바둑판 위에서 미끄러지고 있는 인간 바둑알들을 만날 수 있다. ‘인간 알까기-친구를 없애면 되겠다’는 한 명의 플레이어가 네 명의 인간 바둑알을 ‘까’서 상대 바둑알을 모두 바둑판 밖으로 밀어내면 승리하는 단순한 5:5 전투 게임이다.

물총 쏘랴, 소리 지르랴, 굴러다니랴 온몸이 녹초가 됐다면 문화관 안에서 숨을 돌려보자. 문화관 전시실에서는 공통점을 찾아볼 수 없는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된다. ‘장르를 없앤’ 전시 행사는 주제도, 장르의 구분도 없다. 학우들이 창의력을 망설임 없이 펼쳐낸 작품들을 천천히 감상하며 지친 몸을 달래보자. 작품들을 감상하다 자하연 앞으로 빠져나오면 과거 시험장이 펼쳐진다. 하얀 화선지에 두루마리에 쓰인 시제(詩題)를 담아 장원 급제에 도전해보길. 급제자가 되면 어사화 달린 복두를 쓰고 상품을 받아가는 영광을 누릴 수 있다.

밤의 정적을 없애버리겠다

매년 열리는 간판 프로그램들은 이번 축제에서도 여지없이 학우들을 찾아온다. 8일 오후 7시 본부 앞 잔디에서는 끼 넘치는 관악인들이 모두 모인 ‘샤우팅’이 가을 축제 공연의 시작을 알린다. 이번 샤우팅에는 ‘1등을 없애자, 장르를 없애자’라는 취지가 담겨 더욱 특별하다. 노래도 뮤지컬도 장르 구분 없이 무대에 올라 학우들에게 선보여지고 3등의 상품이 1등의 상품보다 큰 충격적인 시상식이 벌어진다고 한다. 무대에 오를 10팀의 실력이 출중하고 특별 게스트 가수 ‘빈지노’가 출연해 흥을 더할 예정이니 기대해도 좋다고.

다음날 오후 6시 같은 장소에서는 서울대만의 락 페스티벌 ‘따이빙굴비’가 열린다. ‘당근과채찍’, ‘강감찬밴드’ 등 7개 학내 밴드가 재즈 발라드부터 헤비메탈까지 서늘한 가을밤을 뜨겁게 달굴 예정이다. 인디 밴드 ‘눈뜨고코베인’도 무대에 오르니 라이브 음악을 즐기고 싶다면 본부 앞 잔디로 달려가 보자.

‘온게임넷’ 채널에서 중계한 ‘스타크래프트1’의 마지막 경기를 보며 눈물지었던 스타크래프트 팬이라면 ‘스타1 리그’ 관전은 필수다. 10일 저녁 6시 아크로에서는 스타크래프트1의 추억을 간직한 고수들의 게임리그 결승전이 치러진다. 여기에 더해 최근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리그오브레전드’ 두 번째 리그도 열린다. 32팀 160명의 선수가 참여한 가운데 불꽃 튀는 경쟁을 통해 올라온 두 팀이 결승전을 펼친다. 관악게임리그의 슈퍼스타인 전용준 캐스터와 함께 아크로 계단에 앉아 다시 한 번 눈물과 열광의 경기 관람 풍경을 재현해보자.

9일, 관악에 달이 뜨면 본부 앞 잔디는 열정적인 클럽이 된다. ‘나 판 좀 돌린다’는 학내 디제이들이 ‘관악 전자음악 심포지엄(관전심)’에서 화려하게 재능을 펼칠 계획이기 때문이다. 4명의 수준급 학내 디제이들과 특별 게스트 ‘inside core’의 신나는 디제잉이 새벽 3시까지 이어지며 축제의 밤을 활활 불태울 예정이다.

신나는 음악에 정신없이 몸을 맡기다 체력이 0에 수렴하게 됐다면 잔디에 설치된 텐트에 들어가 잠시 쉬는 것도 좋다. 봄 대동제에만 진행됐던 ‘캠핑’이 막차 시간을 생각하기 싫은 학생들을 위해 가을 축제에도 찾아왔다. 재빠른 ‘광클’로 나만의 텐트를 얻어 냈다면 램프를 들고 잔디 위에서의 하룻밤을 즐기러 오라. 추운 관악의 가을밤에 감기 조심은 필수, 두꺼운 담요를 준비하는 것은 옵션이다. 밤을 지새는 학우들을 위해 준비된 이벤트도 있다니 기대하길.

축제는 아직 없어지지 않았다

10일 저녁, 늘 그렇듯 축제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은 본부 앞 잔디에서 열리는 폐막제다. MC 박재민과 함께하는 폐막제에는 학생회관 불꺼질 날 없이 맹연습에 임했던 학내 동아리들이 무대에 오른다. 피에스타의 「강남스타일」, 몰핀의 「브리트니 스피어스-3」 등 다양한 공연이 준비돼 있고 특별 게스트인 ‘노브레인’이 뜨거운 공연을 선사한다고 하니 남은 체력을 마저 쏟아내도록 하자.

사흘 천하로 끝나는 축제라 해서 너무 아쉬워하지는 말 것. 과제와 시험을 미처 없애지 못해서 축제를 즐기지 못한 학우들을 위해 19일 오후 5시 학생회관 2층 라운지에서는 ‘축제 애프터 파티(축프터파티)’가 열린다. 관악의 소수정예 밴드와 디제이들이 축제 때의 작은 아쉬움마저 모두 없애주기 위해 축제가 끝나고서도 학우들을 기다려왔다. 마지막 열정을 불태울 수 있는 기회니 부푼 기대를 안고 라운지로 달려가 보자.

‘축하사’ 회장 김형래씨(산림과학부·08)는 “‘과연 없애버린다고 문제가 해결될까?’라는 생각이 이번 축제를 기획하게 된 계기”라며 “학우들이 이번 가을 축제에 참여해 이것저것 없애보면서 없애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인가에 의구심을 가져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실에서 ‘없애는’ 해결책이란 대개 미봉책에 불과하다. 이에 공감하는 학우라면 ‘그래, 없애면 되겠다!’라는 익살스러운 이번 축제의 표어에 피식 웃음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온통 없애버리는 코너로 가득한 이번 축제는 “이래도 모든 것을 없애는 것이 답이야?”라고 패기있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뭐든 없애버리는 것만이 문제 해결의 능사가 아니긴 해도 이번 축제에서는 적어도 스트레스만큼은 족히 없애버릴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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