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학교 비정규직 총파업에 부쳐

전국의 초·중·고등학교에서 약 15만명의 노동자가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 영양사, 조리원, 사서, 교무·행정·과학·전산실무원, 특수교육실무원, 돌봄강사, 전문상담사, 당직기사 등이 모두 비정규직이다. 불필요한 직종은 하나도 없지만, 공무원이나 교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학교에서 이른바 ‘최하위 계급’에 속한다. 이들이 겪는 설움과 차별은 이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조리실무원 A, “쉬는 시간도 없이 일해요. 어려운 요리를 만들고 나면 아이들이 좋아해서 뿌듯하지만, 정작 우리는 밥먹을 시간도 없다니까요? 근데도 10년 일해서 올해 겨우 월급 100만원 받았어요. 한숨만 나오죠.”
교무실무원 B, “교장선생님이 교무실 캐비넷을 열어보시더니 도대체 왜 교무실무원은 정리도 못하고 있냐고. 그래서 선생님들과 상의해서 정리할 시간을 달라고 말씀드렸더니 감히 교장에게 대드냐고 노발대발하는 거에요. 앞으로 한번 더 이렇게 행동하면 인사위원회에 회부할테니 알아서 잘 하라고요.”

비정규직노동자들은 자신들의 문제가 비정상적인 교육구조, 빈곤을 양산하는 사회구조에서 기인하는 것임을 알리고자 한다. 차별과 부당함에 맞서 노동조합을 만들었고, 이제 그 노동조합을 인정받기 위해 싸우고 있다. 기다리기라도 한 듯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현재 전체 조직대상자의 25%가 넘는 4만명의 사람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했다. 모래알처럼 흩어져있는 비정규직들이 뭘 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도 있었지만, 조합원들의 열기는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 2년간 교육감이 사용자라고, 호봉을 인정하라고, 무기계약을 회피하지 말라고 외치며 도교육청, 교과부, 국회 할 것 없이 찾아가 목이 터져라 외치고 투쟁했다. 앉아만 있어도 온 몸이 얼어붙는 것 같은 아스팔트 위에서도, 탈수하기 직전의 뜨거운 도심에서도 외치고 또 외쳤다.

정부는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분류하고 있지만, 그것이 기간제의 다른 이름일 뿐이라는 것을 정부 빼고 다 안다. 노동부에서 학교비정규직의 사용자는 교육감이라고 분명한 행정해석을 내렸지만, 진보교육감이 있는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10개의 교육청은 아직까지도 교섭을 거부하고 있다. 결국 중앙노동위원회와 지방노동위원회도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권을 인정했다.

정부가 책임회피와 무대책으로 일관한 결과 역사상 처음으로 전국의 초·중·고등학교에서 파업이라는 ‘사건’이 벌어지게 됐다. 11월 9일 전국 동시 경고파업이다. 교과부와 교육청이 끝까지 대화와 교섭을 거부한다면 더 높은 수위의 투쟁도 불사하겠다고 결의를 밝혔다.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다. 20년 가까이 학교 담장 안에 갇혀 있던 목소리가 드디어 세상 밖으로 터져나오고 있는 것이다. 예상대로 보수단체들은 성명을 통해 “아이들의 밥을 볼모로 한 파업”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노동부도 인정한 합법파업을 왜곡하여 선전하는 이들이야말로 반교육적인 행동을 하는 건 아닌지 스스로 돌아볼 일이다. 문제 해결을 원한다면 힘없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아닌, 교육감과 교과부를 상대로 항의해야 할 것이다.

노동조합은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가고 있다. 학교에서 일하는 사람 모두 ‘선생님’이고 ‘교육주체’라는 것을 인정받기 위한 싸움을 계속할 것이다. “끝까지 파업은 바라지 않는다. 우리 아이들이 불편을 겪지 않았으면 한다”는 마음으로 모든 조합원들이 정부의 대책을 주시하고 있다. 이제 공은 넘어갔다. 대선을 앞둔 2012년 격동의 하반기, 너도 나도 비정규직 없는 미래를 제시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현실로 만드는 힘이다. 그 힘을 현장에서부터 키워가고 있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함성으로 비정규직 철폐, 새로운 세상에 대한 희망이 확대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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