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띄게 바람이 차가워지고 있는데도 이맘때면 오히려 마음속에 뜨거운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 떠나야겠다”라는 시 구절이 아니어도, 겨울방학 여행계획으로 분주하고 들뜬 마음의 학생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나의 뿌리 깊은 역마살이 꿈틀대기 때문이다.

답답한 일상을 잠시 벗어나고자 하는 단순한 마음에서든, 더 넓은 세상에서 새로운 나를 찾겠다는 거창한 동기에서든, 분명 여행은 현대인의 삶에서 일만큼이나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 특히 과거 비싸고 불편하며 위험하기까지 하던 ‘여행’에서, 값싸고 즐거운 오락이 된 ‘대중관광’의 등장과 함께 관광은 지리학을 비롯한 사회과학자들의 관심의 대상이다.

지리학자들은 무엇보다 관광의 사회·문화·경제·환경적 영향에 주목한다. 누구든 맘만 먹으면 언제든 관광이 가능해진 오늘날, 세계 관광의 주요 목적지가 되고 있는 지역들(특히 저개발국가)에서 ‘관광개발로 인한 득실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그것이다. 오늘날 세계 곳곳에는 경제와 노동시장의 주요 부분이자 해외자본을 끌어들이는 가장 큰 수출사업 중 하나가 된 관광개발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넘쳐난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환경오염을 비롯하여, 범죄·성매매·마약 등으로 악명을 떨치게 된 관광지 목록도 늘어나고 있다. 생물종 다양성의 파괴, 경관훼손 등 환경적 악영향은 물론이고, 관광개발 덕분에 실제 지역이 경제적 이익을 얻는가에 대해서도 우려가 제기되어 왔다. 세계적 자본과 다국적 기업에 의해 휴양지가 조직되면서, 지역공동체와 경제적 연계가 거의 없고 심지어 지리적으로 분리된 ‘폐쇄적 관광지(tourist enclave)’의 등장은 이러한 의구심을 더욱 커지게 한다.


한편 관광의 영향은 관광지와 지역주민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대중관광은 누구보다 관광객 자신들의 관광경험을 변화시켰기 때문이다. 오늘날 관광객에 던져지는 가장 불편한 질문은 ‘당신의 관광경험은 진짜인가?’로 관광지에서 만나게 되는 전통적 의례·공예품·종교의식 등은 대부분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즉, 관광객이 경험하는 것은 지역의 필요와 가치에 의해 자연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관광객에게 판매하기 위해 만들어진 일종의 상품이자, 더 가혹하게 말하면 ‘가짜 사건(pseudo-events)’이라는 것이다.


빛을 본다는 의미의 ‘관광(觀光)’이 만드는 이렇게나 많은 그림자들을 이야기하다보면, 지금이라도 여행계획을 취소하는 것이 나을 것 같은 생각에 빠질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잠시 시야를 넓혀보면, 최근 세계에는 녹색관광·생태관광·공동체기반관광·자원봉사관광·친빈곤관광·공정관광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새로운 관광 개념들이 제시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노력들이 진행 중이다. 이들은 환경보호, 지역사회의 삶의 질 향상, 양질의 관광경험 제공과 같은 다양한 목적을 추구하지만, 동시에 기존 관광의 폐해를 줄이고 관광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특징을 갖는다. 이는 다른 장소, 다른 사람들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 그 속에서 나와 우리 사회를 발견하는 경험이라는 여행이 주는 가장 근원적인 즐거움을 되찾으려는 노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기억할 점은 관광이 제기하는 불편한 질문에 대해 해답을 찾으려 애쓰는 사람들에 의해 새로운 대안들이 계속 제시되고 있다는 사실이 아닐까?


올 겨울 여행을 준비하고 있는 당신, 이러한 질문에 대면할 준비가 되었다면 “떠나자! 두려움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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