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 500인 원탁토론 '시민, 대선을 논하다'

식민지 시대 미국에서는 ‘타운미팅’이라는 회의를 통해 지역 시민 모두가 모여 지역의 현안을 토의하고 정책을 결정하는 민주주의 전통이 있었다. 이후 이 회의는 선거입후보자 혹은 정책결정자들이 시민에게 정책을 설명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 ‘타운홀미팅’으로 발전했다.
 
18대 대선을 맞아 지난 13일(화) 저녁 당산역 그랜드컨벤션센터에는 ‘타운홀미팅’의 개량형인 원탁토론이 열렸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와 코리아스픽스가 주관한 500인 원탁토론 ‘시민, 대선을 논하다’에는 각계각층의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정책에 선호도를 매기고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냈다.
 
토론회는 테이블 별로 배치된 시민 10명이 각 주제에 대해 의견을 나눈 후 다시 종합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토론에 앞서 주제마다 사전에 조사한 결과가 제시됐고 이후 토론을 거쳐 주제별 안건에 대한 재투표를 진행하는 형식이었다.



토론은 ‘2012 당신의 삶을 팍팍하게 하는 것은?’이라는 주제로 시작됐다. 사전조사에서 ‘가장 삶을 팍팍하게 하는 것’으로 ‘불공정한 관행과 제도, 부패문제’, ‘고용과 일자리 문제’가 선택됐다. 이를 두고 시민들은 열띤 토론을 벌였다. 기자가 착석한 테이블에서 홍천희씨(60대)는 “제도의 허점을 악용하는 사람들 때문에 관료사회에서 부패가 일어난다”며 “지도자는 적재적소에 인사를 배치해 부패를 감독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30분가량의 토론 후 시민들은 사전조사 항목 중 가장 문제라고 생각되는 것에 투표했다. 가장 높은 지지를 얻은 것은 ‘낮은 정치의식, 정부의 민주주의 후퇴 정책’, ‘불공정한 관행과 제도, 부패문제’였다.

‘올해 대선에서 우선 해결해야 할 정책과제는?’이라는 주제의 토론도 진행됐다. 기자가 참석한 테이블의 김종선씨(50대)는 “지금까지 소통은 위에서 아래로만 이뤄져 왔다”며 “소통 구조를 수평적으로 변화시켜 관료주의를 타파하고 사회 갈등을 조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김민철씨(20대)는 “IMF 이후 심각한 양극화가 빚어졌다”며 “대기업 위주의 정책 및 경제 구조를 개선하고 비정규직의 고용보장과 노동환경 개선에 힘써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이후 주최측이 각 테이블의 진행요원을 통해 의견을 수렴한 결과 ‘행정혁신과 갈등관리’가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고 ‘경제체질개선, 성장동력을 통한 서민경제 해결’이 뒤를 이었다.

공론의 장이었던 이번 토론회를 통해 시민들의 높은 참정 열의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토론에 참석한 김종선씨(59·고양시)는 “다양한 배경의 시민들이 무작위로 배치돼 수평적 구조를 이루는 것은 민주적 원탁 토론에서 중요한 요소”라며 “이러한 토론문화와 수평 구조가 가정, 사회, 정치권에 확산돼 민주주의 완성을 이뤘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토론회는 목표한 500인에 못 미치는 300여 명으로만 진행돼 행사의 취지가 퇴색됐다는 한계도 있었다. 또 대선공약 전반을 아우르다 보니 논의가 피상적으로 다뤄진 점도 아쉬움으로 지적됐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정현곤 운영위원장은 “약 300명의 시민이 바쁜 와중에도 토론회에 참석했지만 정치참여에 소극적인 사람들의 의견을 더 많이 수렴하지 못했다”며 “앞으로 작은 규모의 쟁점별 토론회를 개최해 시민의 목소리를 정치권에 전달할 것”이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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