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밤에 몰래 만나다

원재길 지음, 문학동네, 8500원

엉뚱한 상상력과 몽환적 구성 속에 소외된 현대인의 모습을 그려 주목받은 원재길씨가 4년만에 단편 12편을 묶어 세 번째 소설책을 냈다. 이번 소설 역시 비현실적인 등장인물과 이상한 사건들이 어우러져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를 통해 저자는 ‘비정상성’에 대해 냉혹한 현대 사회를 보여주고, 그러한 사회 속에서 ‘정상성’의 기준으로부터 일탈한 사람들이 받는 고통을 날카롭게 그리고 있다.


한 잔의 붉은 거울

김혜순, 문학과 지성사, 6천원

독특한 상상력과 감각적인 이미지의 세계를 보여준 작가의 여덟 번째 시집. 저자는 끔찍하도록 적나라하면서도 아름다운 이미지로 환상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 안에서 현실의 부조리함을 보여준다.  ‘붉은 장미 꽃다발’, ‘저 붉은 구름’, ‘붉은 이슬 한 방울’ 등의 시에서 보이는 붉은 이미지가 인상적이다.


바다호수

이시영 지음, 문학동네, 7천원

1970, 80년대 군사정권 시절 민주화 운동에 참여한 저자의 9번째 시집. 이번 시집에서는 숨막힐듯한 독재의 탄압을 꿋꿋이 견뎌낸 당시의 사람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리고 있다. 김남주, 황석영, 고은 등 그 시대를 함께했던 문인들의 소소한 뒷얘기가 신선함을 주기도 한다. 단순한 산문이나 메모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그 속에서 풍자와 해학의 미를 엿볼 수 있다.


이방인, 신, 괴물

리처드 커니 지음, 이지영 옮김, 개마고원, 2만 3천원

‘우리’와는 항상 상대적 개념인 ‘이방인’, 인간을 뛰어넘는 다른 세계에서 항상 우러러보아야 하는 ‘신’, 인간에게 위협적인 존재로 다가오는 ‘괴물’. 이 세 가지 주체가 인간의 정체성 정립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가에 대해 서구 고대에서 현대까지의 신화 ㆍ종교ㆍ인류학ㆍ문학ㆍ철학의 영역을 종횡무진하며 보여준다. 저자는 타자성이라는 개념에 대해 내 안에 또 다른 타자가 있음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억 투쟁과 문화운동의 전개

나간채 정근식 강창일 외 공저, 역사비평사, 3만원

역사와 기억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하는 유동적인 것이다. 이 책은 주요 문화 예술적 장르인 문학, 음악, 미술, 연극, 영상 다큐멘터리와 영화를 통해 4ㆍ13과 5ㆍ18에 대한 역사와 기억의 재현이 시기별로 어떠한 양상과 추이를 보이는가, 특히 그것이 당대의 정치적 지형과 어떠한 관계에 있는가를 검토하고 있다. 1부는 4ㆍ13문화운동에 관한 7편의 글로, 2부는 5ㆍ18문화운동에 대한 7편의 글로 구성되어 있다.


나츠메 소세키 문명론

나츠메 소세키 지음, 황지헌 옮김, 소명출판, 1만7천원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등으로 유명한 나츠메 소세키의 문명비판론을 소개한 책. 서구 근대 문명의 기초와 경로, 그리고 그것의 윤리적 정당성을 살펴보고 ‘외발적 근대’라고 할 수 있는 동아시아의 근대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책이다. 이 책은 「도락과 직업」등 소세키가 여러 지방에서 강연한 강연록을 모은 1부, 소세키 자신이나 당시의 시대 상황을 전해주는 시론들을 선별해 실은 2부로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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