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신설된 자유전공학부가 올해로 출범 4년을 맞았다. 보다 자유로운 학부 교육 체계와 학사 운영으로 설립 당시부터 학·내외의 큰 주목과 관심을 끌어온 자유전공학부에서 본격적으로 졸업생을 배출하기 시작했다. 『대학신문』은 자유전공학부의 지난 4년을 돌아봄으로써 자유전공학부가 출범 당시 제시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어떠한 학사과정을 운영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자유전공학부의 발전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한다.


탄생부터 지금까지

자유전공학부는 법대와 약대가 전문대학원으로 전환되면서 생긴 신입생 정원을 흡수해 탄생했다. 물론 출범 당시에는 특정 학과 편중 문제, 전문대학원의 전단계화 등의 우려점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서울대는 강화된 기초 교육과 다양한 비교과 프로그램을 통한 학생들의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학문 탐구를 목표로 제시하며 자유전공학부를 개설키로 했다. 특히 현재의 고등교육상 분리돼 있는 문과와 이과의 경계를 허물어 분과 학문 간의 장벽에 구애받지 않도록 한다는 취지에 대한 학내·외의 공감이 자유전공학부 출범의 원동력이 됐다.

하나의 독립된 단과대로 출범한 자유전공학부의 학사운영은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추세다. 그간 자유전공학부는 교양 이수요건이 까다로워 여러 전공 중 자신에게 맞는 전공을 탐색해야 할 1~2학년 시기에 전공탐색의 시간이 부족하다는 문제 제기가 있어왔다. 이에 12학번 학생들부터는 교양 이수조건을 완화해 다양한 전공탐색 과목을 수강할수 있도록 했다. 또 2014학년도 신입생부터 문·이과 계열 구분이 사라지고 100% 수시 전형으로 선발한다. 2009년 신입생 150명을 시작으로 어느덧 800여명의 재적생이 속해 있는 자유전공학부는 지난해 3년 만에 졸업한 1호 졸업생을 포함해 지난달 26일(화) 제67회 전기 학위수여식에서는 24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문·이과 구분을 넘어, 자율과 창의를 향해

자유전공학부는 지금까지 입학 당시에 인문계열과 자연계열로 분리해 선발해왔으나 전공 선택 시 교차 선택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학칙에서 제한하고 있는 전공(△간호대 △사범대 △수의대 △의대 △약대 전공)을 제외한 서울대 내의 모든 전공과 연합전공 68개 중 주전공을 학점 제한 없이 선택할 수 있다. 2개 학기 이상 등록, 지정교과목 일정 학점이수 등의 요건을 충족하면 전공을 신청할 수 있고 전공 선택 후 정규학기 4학기 내에는 졸업을 할 수 없다.

‘학생설계전공’ 역시 가능하다. 학생설계전공은 2개 이상의 학문의 융합을 토대로 한 학제적 교과과정을 학생 스스로 구성해 이를 전공으로 이수하는 것으로 학생들은 인문·사회·자연 등 기존의 분과 학문 간의 경계를 넘나들며 전공을 설계할 수 있다. 이는 서울대 자유전공학부만이 가진 독특한 제도로 현재 40명의 학생들이 인권학, 평화통일학, 범죄학, 운동과학 등 33개의 학생설계전공을 주전공으로 이수중이다.

또 자유전공학부는 학생들의 통합적 사고를 기르기 위해 주제탐구세미나, 고전탐구세미나, 창의탐구세미나, 자율연구 등 자체적으로 다양한 교과목을 열고 있다. 특히 주제탐구세미나1 강좌는 전공필수 과목으로 생명, 시간, 사랑, 지식, 공간, 문명 등의 키워드에 대해 서로 다른 전공의 교수들과 함께 자료를 읽고 토론하는 수업이다. 한경구 학부장은“자유전공학부 수업은 소규모 토론식이 많아 교수들이 학생들 개개인을 파악하며 지도할 수 있게 설계돼 있다”며 수업의 의미를 밝혔다. 자유전공학부 개설의 여러 강의를 들은 김다진씨(자유전공학부·11)는 “다양하고 독창적인 생각을 통합적으로 이끌어내는 경험을 바탕으로 서로 다른 전공을 선택한 학생들과의 토론을 통해 폭넓은 사고 함양에 도움이 됐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서로 다른 전공을 선택한 학생들이 토론식 수업을 통해 한 주제를 다양한 학문의 관점으로 보는 것에 익숙해지도록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문·이과와 학문 간의 경계에 매몰되지 않도록 한다는 자유전공학부 본래 취지에도 부합하는 것이다.


‘자유’로운 ‘전공’ 선택을 위해

이러한 자유전공학부의 문제로 꾸준히 지적되는 것은 ‘전공 편중’ 현상이다. 현재 총 641명의 학생이 전공 선택이 가능한 68개 전공 중 인문대 14개, 사회대 10개, 자연대 7개, 공대 8개 등 총 50개의 전공에 진입해 이수 중에 있다. 그중 경제학 전공을 선택한 학생은 187명, 경영학 전공을 선택한 학생이 147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공 선택 건수를 기준으로 851건 중 334건에 해당하는 수치다. 주전공을 2개 선택하거나 연계전공·부전공을 추가로 선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자유전공학부 학생은 “경영·경제학으로의 쏠림 현상은 자유전공학부만의 문제는 아니다”라며 “사회적인 분위기상 타대생들의 복수전공 역시 경영·경제학으로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범수 부학부장은 “경영·경제학으로의 전공 쏠림 현상은 완화되고 진입한 전공 역시 점차 다양화되고 있는 추세”라며 “다양한 전공 선택이 자리잡아 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매학기마다 경영·경제학을 선택하는 학생 수의 비중이 점차 감소해 2010년 선택된 전공의 55.4%였던 경영·경제학이 지난해에는 31.8%의 수치를 보였다.

자유전공학부는 학생들이 다양한 전공을 올바르게 선택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이 전공을 선택하기 전 여러 도움을 받거나 교수와의 면담을 할 수 있는 ‘전공설계’ 교과목 △각 전공의 교수나 대학원생이 부스를 차려 전공을 설명하는 ‘전공박람회’ △각 전공의 선배를 멘토로 소개해주는 멘토링 프로그램 △자유전공학부 학생 중 전공에 진입한 학생을 초청해 진행하는 설명회 등이다. 이번 학기에 전공을 선택한 신민철씨(자유전공학부·12)는 “학부가 제공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막연하게만 알고 있던 전공들에 대해 구체적이고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고 실제 전공 선택에 도움이 됐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또 학부 차원에서는 전문위원을 둬 학생들에 대한 밀착지도를 시행하고 있다. 한경구 학부장은 “교수들과 전문위원들이 학부 학생들 개개인에게 관심을 갖고 성장을 지켜보면서 조언을 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여전히 넘어야 할 문제는

그렇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남아있다. 우선 전임교수 부족 문제다. 800명이 넘는 자유전공학부 재적생을 전담하는 전임교수는 7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장홍준씨(자유전공학부·11)는 “학생 수에 비해 전임교수의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며 “전공 선택 관련 면담 등으로 학생들과의 접촉이 많은 학부의 상황에서 전임교수 부족 문제는 심각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그중에서도 이현제씨(자유전공학부·12)는 이과 계열의 교수가 부족하다는 점을 시급한 문제로 꼽았다. “교수 구성 비율이나 수업 방향이 인문사회계열에 치우친 경향이 크다”며 “학부 특성을 살리기 위해서는 보다 다양한 전공의 전임교수 확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자유전공학부 학생들의 소속에 따른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학생들이 전공을 선택하면 해당 전공으로 소속이 옮겨가는 일부 대학의 경우와 달리 서울대의 경우 졸업할 때까지 학적은 그대로 자유전공학부에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일부 학과의 행정 업무나 수강신청 시 수강반 제한 등으로 불이익을 보거나 학과․학생회 관련 행사에서 소외되는 경우가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인문사회계열 전공의 한 자유전공학부 학생은 “학과 행사 등에서 연락을 받지 못하거나 기존 학과 학생들과의 차별 대우를 경험한 적이 있다”며 “다른 전공을 선택한 자유전공학부 동기들에게서도 심심치 않게 듣는 이야기”라고 밝혔다.

최근 들어서는 자유전공학부의 위상 문제도 지적된다. 이번 학기부터 인문대, 사회대, 사범대에서는 신입생의 70%를 전공예약생으로, 30%를 광역단위로 선발해 신입생 모집에서 전공예약생의 비중이 증가했다(『대학신문』 2013년 3월 11일자). 광역단위인 학부에 비해 학과 단위의 비중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자유전공학부의 위상이 애매한 위치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이에 한경구 학부장은 “학부나 계열 모집 후 전공을 선택하도록 하기 위한 기본적인 체제나 준비가 부족하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며 “자유전공학부 역시 이러한 고민의 결과 여러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학과제 비중 증가의 흐름이 자유전공학부와 반대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또 김범수 부학부장은 “학과제와 학부제 모두 장단점이 있다”며 “자유전공학부 체제는 학과제와 학부제의 절충적 성격”이므로 “함께 병행해 상호보완적으로 운영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자유전공학부는 매해 심포지엄을 개최해 학부 교육의 미래와 자유전공학부 교육의 다양성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자유전공학부와 유사하게 운영되는 해외 대학이나 이화여대 스크랜튼학부 등과의 교류와 경험 공유를 통해 학부 교육의 다양한 실험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김범수 부학부장은 “자유전공학부는 연구보다는 오롯이 학부 교육을 전담하는 기관단위”라며 “학부 교육에 시도하는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서울대, 더 나아가 한국 대학 학부 교육의 좋은 모델로 자리하도록 노력하겠다”며 자유전공학부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이제 막 자리를 잡아가는 자유전공학부의 시도가 향후 한국 고등교육 전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