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청년 편의점주의 죽음
오늘날 청년들의 슬픈 초상과 같아
허울 좋은 청년 정책 내세우기에 앞서
그들의 절망적인 목소리 귀기울여야

권민 사회부장
지난 15일, 어느 청년 편의점주의 죽음이 한 신문에 단독 보도됐다. 사인은 가스 질식으로 인한 사망. 번개탄을 피우고 수면유도제를 탄 양주를 마신 채, 자신이 영업주로 있던 편의점 음료 냉장고 구석에서 29세의 젊은 나이로 그는 그렇게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비난의 화살은 거대기업 본사의 영업점에 대한 불공정한 권력남용으로 향했다.

그러나 과연 그것만으로, 수많은 지난한 삶의 굴곡을 감내해야 했던 그의 결단이 단정지어질 수 있을까. 지난 1월에 있었던 그의 죽음이 지금에서도 이렇게 회자되는 것은, 그의 선택이 우리 사회 20대들의 고통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어서일 것이다. 중학교 시절부터 편의점, PC방 등지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고 재수 끝에 대구대 생물공학과에 입학했지만 미래가 불확실하자 취업이 보장된다는 3년제 거제대에 재입학한 그는 졸업 후 삼성중공업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협력업체 계약직으로 취직했지만 회사가 200명을 정리해고한다는 소식이 들리자 회사를 나왔다.생계를 꾸려야 할 가족이 있는 직원 대신 아직 젊은 자신이 나와야 한다는 판단에서였다. 이후 여러 기업에 원서를 내봤지만 번번이 낙방했고, 결국 여동생이 연대보증을 선 끝에 빚을 내 편의점업을 시작했지만 매달 그를 기다리는 것은 적자 매출과 사채 독촉 문자뿐이었다. 녹록지 않은 현실 앞에서, 청년은 이런 극단적인 방법으로 밖엔 사회에 신호를 보낼 수가 없었다.

20대 하루 평균 42명씩 자살하는 이 나라에서 청년 편의점주의 죽음에는 취직부터 생계걱정까지 이 사회 청년들의 모든 고민이 담겨있다. 그럼에도 사회는 그 심각성을 전혀 인지하고 있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몇 번이나 정권이 바뀌었고 해마다 이 정책들이 크게 실패했음이 대서특필됐는데도, 청년 실업 문제를 수치만으로 접근하려는 빈곤한 발상과 빈곤한 정책은 계속되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대안이라곤 그저 청년인턴제나 창업지원 같은 것들인데, 그 실효성은 차치하더라도, 방향성이 아주 잘못됐다는 건 명백하다. ‘인턴’이라는 허울좋은 단기 비정규직의 양산에 정부가 가세하고, 나아가 성공률이 30%도 채 되지 못해 경제적 위험성이 매우 큰 자영업에 청년들이 뛰어들도록 부추기는 행위는 잠시동안 공식실업률의 수치를 낮출 수는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 모든 ‘도전’이 실패했을 경우의 대안은 아무 것도 마련해놓지 못한 채 청년들의 불안을 담보로 이들에게 도박할 것을 강요하는 것은 또다른 사회적 위험의 시작이며, 이 위험은 또다른 청년 편의점주를 양산해내는 결과밖에 낳지 못한다. 슬픈 것은, 아무도 이 경쟁에서 ‘패배’한 이들의 목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이디어와 창의력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창조경제시대입니다. (…) 청년실업 문제도 해법을 벤처와 창업에서 찾아야 합니다. 대학을 희망의 창업기지로 만들겠습니다.” 박 대통령의 국정과제 토론회에서 한 확신에 찬 발언이다.

일본엔 현재 ‘득도세대(사토리)’가 유행이라 한다. 돈이나 명예에 관심도 없고 그저 주어진 삶을 살아내는, 욕심없는 20대란 말이다. 그러나 그것도 아르바이트만으로 어느 정도의 수입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삶이다. 한국의 젊은이들은 두세 개의 아르바이트를 해내고서도 생계유지마저 힘든데, 이들에게 우리 사회는 ‘청년들은 꿈을 크게 가져야 한다’며 욕심없는 이들을 비난한다.

그러나 이 사회가 청년에게 그런 비난을 할 자격은 있는지 궁금하다. 그들이 어떤 상황이나 여건에도 굴하지 않고 도전하도록, 또 실패하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뒷받침이 전혀 되지 않는 사회에서 그러한 외침은 안이하고 무책임한 태도에 지나지 않는다. 청년들이 꿈을 크게 가질 수 있도록 먼저 제반 환경이 마련되는 것이 우선 아닌가. ‘아직 젊으니까 그들 스스로 잘 헤쳐나오겠지’라 위안하기엔 이미 그들은 너무 큰 빈곤집단이며 사회적 위험이다. 우리의 현실은 불완전 취업자와 취업 포기자를 포함한 청년실업자가 100만 명에 육박하고 고용률은 역대 최저인 55.3%이며 20대 사망 원인의 절반이 자살로 OECD 가입국 중 월등한 1위라는 절망적 사실이다. 그것이 바로 희망없는 우리사회 20대의 현 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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