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하는 사회, 인문학에 길을 묻다
방황하는 사회, 인문학에 길을 묻다
  • 허정준 기자
  • 승인 2013.03.31 02: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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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행사] 「서양 고전, 인간을 말하다」

지난 26일(화) 문화관(73동)에서 중앙도서관과 재단법인 플라톤 아카데미가 공동으로 주최한 「서양고전, 인간을 말하다」 강연이 진행됐다. 「서양고전, 인간을 말하다」는 이번 강연을 시작으로 한 학기 동안 총 12회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행사를 개최한 플라톤 아카데미는 ‘인문학의 심화와 확산’을 목적으로 2010년 설립된 재단이다. 이 재단은 현재까지 지식나눔콘서트 「아이러브人」, 10대를 위한 인문학 교실 「책 읽는 토요일」 등 인문학 활성화를 위한 많은 활동을 펼쳐 왔다. 플라톤 아카데미는 이번 행사에 대해 “힐링이 범람하는 시대에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인생의 길을 보여주겠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이른 시간부터 강연장에는 교복을 입은 학생들을 비롯한 관악구 주민들과 서울대 재학생들로 붐볐다. 강연이 시작할 즈음 16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문화관 대강당이 가득찰 정도로 강연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관악구 주민 김미숙 씨는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하는가 하는 고민 때문에 강연장을 찾았다”고 이번 행사 참석 이유를 밝혔다.

첫 강연은 플라톤 아카데미 본부장인 김상근 교수(연세대 신학과)가 ‘인문학의 고향, 고대 그리스를 가다’라는 제목으로 진행했다. 김 교수는 첫 강연자인 만큼 인문학이 무엇인지에 대해 주로 강연했다. “인문학의 고향인 그리스부터 여행을 시작하자”며 강연을 시작한 김 교수는 네 명의 인물(호메로스, 소크라테스, 플라톤, 알렉산드로스)을 통해 그리스 인문학이 후대 사람들에게 무엇을 남겼는가에 대해 설명했다.

사진: 전수만 기자 nacer8912@snu.kr

김 교수는 호메로스에 대한 이야기로 강연을 이어갔다. 그는 호메로스의『오디세이아』에서 나타난 “죽은 자들의 왕 노릇을 하는 것보다는 이승에서 종살이를 하는 것이 낫다”는 아킬레우스의 대사를 통해 인생에 대한 찬미, 삶에 대한 긍정을 읽어낼 수 있다며 이를 그리스 문명의 특징으로 꼽았다. 더불어 이를 ‘죽음의 문명’인 이집트 문명과 비교해 ‘생명의 문명’이라 칭하며 “이러한 인생에 대한 태도는 그리스의 조각과 예술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수십톤의 돌덩이를 깎아 만든 섬세한 조각상들과 인간의 고뇌와 첨예한 갈등을 다룬 『오이디푸스』, 『안티고네』 등의 문학 작품들이 인간에 대한 ‘찬미’에서 비롯된 인간을 향한 ‘관심’에서 탄생했다는 것이다.

이어 김 교수는 소크라테스의 ‘숙고하는 삶’에 대해 강연했다. 『소크라테스의 변명』에서 소크라테스는 “숙고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고 말한다. 김 교수는 ‘성찰하는 삶, 숙고하는 삶’을 소크라테스가 후세에 남긴 가장 큰 선물이라고 설명했다. 소크라테스에 대한 강연을 마친 김 교수는 소크라테스의 제자인 플라톤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갔다. 플라톤은 ‘보이지 않는 것의 가치’에 대해 강조한 철학자다. 플라톤은 ‘동굴의 비유’에서 쇠사슬을 끊고 밖으로 나가 태양(idea, 이데아)을 보고 돌아와 다른 사람들을 밖으로 데려가려 노력하는 사람의 모습을 그렸다. 김 교수는 ‘동굴의 비유’의 의미를 “자신의 쇠사슬을 끊기 위한 갈망과 주변 사람들의 쇠사슬을 풀어주기 위한 사랑”으로 설명했다. 이 지점에서 김 교수는 청중들에게 더 ‘탁월한 삶(arete, 아레테)’을 살기 위해 고민하고 갈망할 것과 주변 사람들을 사랑하고 함께 인문학에 빠질 것을 당부했다. 그의 강연은 이를 몸소 실천한 알렉산드로스 대왕을 다룬 부분에서 절정에 이르렀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제자인 알렉산드로스가 그리스 문명, 인문학을 문명화되지 않은 다른 세상에 전파하기 위해 전쟁에 나섰고 이민족들을 문명화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리스 문명에도 한계는 있었다. 김 교수는 그 한계를 ‘플라톤’에서 찾았다. 플라톤은 이상적인 국가의 모습으로 스파르타를 꼽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스파르타에 대해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없었고 외부인들을 괴물로 표현할 정도로 배타적인 사회였다”고 평가하며 그 배타성이 그리스의 한계라고 지적했다. 그리스의 정신을 이어 받은 로마에 대해 김 교수는 “이러한 한계점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던 로마의 건국자들은 같은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 개방성을 중시하여 8만km에 이르는 도로를 건설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리스의 향연(symposium)이 ‘함께 마시다, 즐기다’의 의미인 반면 로마의 향연(convivio)이 ‘함께 살다’의 의미인 점이 로마가 그리스의 쇠퇴에서 배운 교훈임을 강조하며 김 교수는 강연을 마쳤다. 강연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많은 질문들이 쏟아져 열정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이번 강연에 참석한 오연천 총장도 질문을 던져 눈길을 끌기도 했다.

1,600여명의 사람들이 듣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조용하고 집중하는 분위기 속에서 강연은 90분 가량 진행됐다. 강연에 대한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관악구에 사는 홍호근씨는 “강의가 좋아 꾸준히 나올 예정”이라며 강연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또 이정환씨(물리천문학부·11)는 “이데아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학교에서 배우는 것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하는 고민이 들었고 인문학이 가깝게 느껴졌다”며 강연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유종필 관악구청장은 축사에서 “빵을 주는 물질적 복지를 뛰어넘어 지식의 혜택이 모두에게 미치는 지식 복지가 활성화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다양한 사회구성원들의 인문학에 대한 관심을 느낄 수 있는 기회였다. 앞으로 남은 강연에서도 많은 이들의 참여와 좋은 강연들이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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