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수진
사진부 기자
지난 1월 도쿄국립박물관에선 우리나라와 연관된 다양한 문화재를 일반에 공개했다. 그 중에 익선관이나 투구, 갑옷 등 지금까지 비공개였던 유물이 공개돼 화제를 모았다. 도쿄국립박물관은 이것이 조선왕실물건임을 인정하고 있지만 입수경위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왕실에 이 물건들이 일본 측에 기증됐다는 기록이 없는 만큼 약탈된 가능성이 크지만 그것을 입증하기 어려워 한국 측에서는 반환을 요구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처음 취재를 시작했을 때엔 문제가 간단해 보였다. ̒일본에서 우리의 문화재를 강탈해 가는 것은 악이고 이를 돌려받는 것은 선이다̓, ̒반환을 요구하는 것은 정당하며 이를 거부하는 일본의 태도는 비합리적인 것이다̓ 그런 생각을 갖고 일본을 방문했다. 그런데 취재를 하면서 어떤 문화재의 경우 불법 반출의 경계가 명백하지 않았다.

한 예로 2002년 효고현에 있는 카쿠린지에서 한 불화가 도난당한 사건이 있었다. 불화는 고려시대에 그려졌지만 오래전 이 절에 들어와 일본의 중요문화재로 등록돼 있다. 이후 한국의 절도단으로 밝혀진 범인은 잡혔으나 불화는 이미 중개상에 넘어간 상태였다. 문제는 카쿠린지에서 이에 대한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카쿠린지에선 이 불화가애초에 한국에서 불법 반출된 것이 아니라 기증받은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절이 원래 고려의 혜편(惠便) 스님과 일본의 쇼토쿠 태자의 마음이 모여 세워졌기 때문이다. 한창 교류가 활발할 때 그려진 불화고 오랫동안 이곳에서 관리됐으므로 불법 반출 주장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카쿠린지의 주장이 사실이면 반환요구 할 필요가 없지만 어느 쪽도 문화재 반출의 경로를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대립의 해소는 요원해 보인다.

사실 일본에 있는 우리 문화재들은 이분법적 판단이 어려운 지점에 있는 경우가 많다. 카쿠린지의 불화가 선물 받은 것이 사실이라면 이를 우리 문화재라고 할 수 있을까. 일본인이 조선인으로부터 주문한 문화재라면 혹은 수집가가 값을 지불하고 수집한 문화재라면 그런 경우에도 반환을 주장할 수 있을까. 그러면 무엇을 기준으로 문화재를 바라봐야 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각각의 문화재들이 가장 가치를 발할 수 있는 자리에서 올바른 상태로 보존되는 것이다. 도쿄국립박물관이 소장한 조선왕조의 물건들은 한국의 국립고궁박물관에 있어야 마땅하다. 반면 카쿠린지의 불화가 한국 측에서 선물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곳에 보관되는 것이 그 우애의 가치를 살리는 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반일감정을 갖기보다는 대화의 자리를 마련해 양쪽의 의견을 수용하고 소통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한국과 일본의 문화재 문제가 하루라도 빨리 해결되고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문화재가 잘 보존되길 바랄 뿐이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