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업 발전을 통해 세계적인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일본에서 대학과 기업간의 산학협력이 그다지 활발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그동안 학교와 연구소는 기초과학 연구 발전에 역행한다는 이유로, 대기업은 정보유출을 우려해 실용적인 산학연대를 피해왔다. 이에 따라 일본 대학에서 실질적으로 혁신적인 기술을 창출하고 이를 산업화해 성공한 케이스는 거의 없다.

그러나 오랫동안 계속된 일본 경제의 침체는 산학협력의 풍토를 바꿔놓기 시작했다. 도쿄 중심부에서 북동쪽으로 약 60Km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이바라키(茨城)현의 쓰쿠바(筑波)연구학원도시는 일본의 대표적인 연구단지로 손꼽힌다. “쓰쿠바에서 무심코 돌을 던지면 개구리가 아니라 박사가 맞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수많은 연구기관들이 위치한 쓰쿠바시에 자리잡은 쓰쿠바대는 지난 2002년 4월 ‘산학공동연구센터’를 설립해 적극적으로 산학협력을 지원하고 있다.

쓰쿠바대 산학공동연구센터 아사노 테이유우씨는 “산학공동연구센터가 설립된 이후 지금까지 14개의 벤처기업이 설립됐고, 이는 일본 국공립대 산학협력 성과 중 가장 많은 것”이라며 “법인화가 실시되면서 산학공동연구센터를 통해 발생하는 수입이 바로 학교법인의 수입이 되므로 학교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산학공동연구센터는 외부 기업과 공동으로 진행할 프로젝트를 선정·배분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맡는다.

쓰쿠바대 이외의 다른 대학에서도 국립대 법인화 이후 학교 안에 있는 지적자원을 학교 발전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학내 특허권을 관리하는 기술이전기구(TLO)는 이미 많은 대학에서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전역에 약 100여개 정도 분포하는 쓰쿠바시와 같은 이른바 ‘테크노폴리스’는 대체로 성공하지 못했다. 기업들도 아직까지 대학과의 연계에 대해 크게 기대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력 강화라는 지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대학이 먼저 기업쪽에 손을 뻗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의 본격적인 산학협력은 이제 첫 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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