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우 시간강사
(국어교육과)
요즘 착한 식당을 소개하는 TV 프로그램을 종종 보고 있다. 원래 이 프로그램은 우리가 즐겨먹는 일반 식당의 음식들이 어떤 문제가 있는지 고발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고발 프로그램과 달리 방송 끝에 항상 좋은 재료로 정직하게 장사하는 음식점을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름 하여 착한 식당. 이 방송의 매력은 정말 정직하게 장사하는 음식점이 있을까 하는 의심과 기대로 끝까지 지켜보게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매번 방송을 볼 때마다 느끼는 점은 이른바 착한 식당이라고 하는 정직한 식당보다는 그렇지 않은 나쁜 식당이 더 많다는 것이다. (이 방송의 부작용이 바로 여기에 있다. 매주 방송을 볼 때마다 외식할 수 있는 음식의 목록이 줄어든다.) 음식의 재료를 속이는 것은 물론이고, 사람이 먹어서는 안 될 것 같은 첨가물들을 넣어서 그럴 듯하게 판매하고 있는 곳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방송을 보면 이런 의문이 든다. 정직하게 장사하는 가게가 잘 될까? 아니면 편법과 거짓으로 장사하는 가게가 잘 될까? 정직하게 장사하는 가게가 잘 된다고 말하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정직하면 손해를 보는가?’라는 설문 조사에 우리 사회가 ‘그렇다’라고 답하는 비율을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저울을 속이고 나쁜 식자재를 쓰는 가게가 더 잘 될까? 그리고 정말 잘 되길 바랄까? 시청자들은 착한 식당에 열광을 하고 많은 지지를 보내지만, 실제 방송 내용을 보면 그런 식당이 항상 잘 되는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손님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영업이 되지 않아서 문을 닫은 곳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소망과 다른 현실의 괴리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정직하고 진실하게 장사하는 가게는 왜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가? 먹는 문제와 같이 원초적인 문제는 아니지만 비슷한 의문을 『사기(史記)』의 「백이열전」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사마천은 백이·숙제와 같이 착한 사람은 어진 덕을 쌓고 행실을 깨끗이 하였지만 굶어죽었고, 도척과 같이 포악무도한 짓을 함부로 하며 천하를 어지럽히던 사람은 천수를 누리고 죽었다고 기록하였다. 공명정대한 길을 걷는 자가 화를 당하고 악행을 저지른 사람은 향락과 부귀를 누린다고도 하였다. 이런 현실은 매우 당황스럽지만 과거에도 그리고 현재도 일어나고 있다. 착한 사람이 보상을 받고 악한 사람이 벌을 받는 흥부와 놀부 이야기와 같은 일이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현실이 그리 이상하지도 않아 보인다. 적어도 이 TV 프로그램에 비추어진 현실만큼은 그렇다.

물론 정직하지 않은 행동으로 사회적 해를 끼치면 법적 제재를 받는다. 그러나 모든 사회 문제를 법이나 사회적 제도로만 해결할 수는 없는 일이다. 사마천은 이 문제에 대해 역사라는 심판의 잣대를 내세웠다. 후세의 역사가 그들의 행실을 평가할 것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부귀를 추구하는 삶과 명예를 추구하는 삶은 다른 것이며 각각 자기가 원하는 바를 얻으면 그것으로 만족했을 것이라 하였다.

대학에서 강의를 하면서 쓰기 윤리가 아니더라도 정직하게 공부하고 평가 받기를 가르쳐 왔다. 정직하게 살기 위해서는 강한 신념과 용기가 있어야 하고, 그에 따를 수 있는 손해를 감수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정직하게 살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에 대해 공감한다. 그래서 착한 식당을 만나게 되면 감동하게 되고,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살기 위해 잎 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했던 삶을 흠모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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