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한반도 정세를 논하다

조동준 교수
(정치외교학부)
한반도 정세에는 기록적인 한파가 지속되고 있다

봄의 화려한 잔치가 시작될 조짐이 교정 곳곳에서 보인다. 하지만 한반도의 정세에는 기록적 한파가 지속되고 있다. 2012년 12월 12일 북한의 은하 3호 미사일 발사 이후 조성된 한반도의 긴장은 악화일로이다. 두달 뒤 북한은 3차 핵실험을 감행하여, 한반도 위기를 한 단계 높였다. 3월 초순부터 북한의 험한 말과 위협은 더 강해져, 핵전쟁 불사, 선제타격, 무자비한 보복 등 무시무시한 폭언이 평양으로부터 연일 나왔다. 4월 10일까지 북한에 주재하는 외국 대사관과 국제기구에 철수 권고를 할 정도로 전쟁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한미 양국은 기선을 제압당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선명하게 보이고 있다. 한국 국방장관은 도발 원점은 물론 지원세력까지 타격하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혔고, 청와대로부터 전면전 불사라는 말까지 흘러 나왔다. 그 외에도 북한의 위협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사는 여러 경로를 통하여 나오고 있다. 미국은 한국의 동맹국으로서 의무를 이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다양한 군사적 자산을 동원하였다. 북한군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는 첩보 자산을 포함한 방어용 무기를 먼저 선보인 후, 구식 전폭기 B-52, 레이다에 포착되지 않는 전략폭격기 B-2, 최신예 전투기 F-22를 순차적으로 군사훈련에 참가시켰다.

북한의 험한 언사와 북한의 속내는 다르다

북한의 험한 언사에 비하여 북한의 속내는 애처롭게 보일 정도로 소박하다. 북한의 본심은 2013년 3월 11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월내도 방어대 방문 과정에서 이미 살짝 드러났다. 이날 김정은은 ‘타격 순서’와 ‘화력집중도’를 최종적으로 확정해주는 공세적 태도를 취했지만, “적 군함들이 군사분계선 해상수역에 접근할 때에는 위압적인 경고사격을, 군사분계선을 침범할 때엔 강력한 조준·격파사격을 가할 것”이라며 단계별 대응조치를 규정해주었다. 북한군의 대응조치를 사전에 정하여 현장 지휘관이 독단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여지를 줄인 셈이다. “나의 명령이 내려오면 조국 통일대전의 첫 포성, 첫 신호탄을 쏘아 올려야 한다”는 김정은의 말은 발포권을 그에게로 귀속시키려는 의도를 반영한다. 무력분쟁을 피하려는 북한의 의도가 드러난다.

2013년 4월 8일 개성공단에서 북한 근로자를 전원 철수하겠다는 김양건 북한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의 담화에서도 북한의 속마음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김양건은 “국방부 장관 김관진은 인질구출작전을 떠들며 개성공업지구에 미군 특수부대를 끌어들일 흉심까지 드러냈다”고 비난하며, “개성공업지구를 북침전쟁도발의 발원지로 만들려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김양건의 담화는 3단계 논리적 추론으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북한 근로자 전원을 개성공단에서 철수시킨다. 둘째, 개성공단이 사실상 가동될 수 없도록 하여, 개성공단에 주재하는 한국인과 외국인이 개성을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조성한다. 셋째, 개성공단에 있는 주재원을 구출하기 위하여, 한국이 작전을 수행할 상황을 사전에 제거한다. 즉 무력분쟁의 개연성을 줄이기 위하여, 개성공단의 가동중단으로 인한 피해를 감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셈이다.

삽화: 강동석 기자 tbag@snu.kr

북한의 험한 언사는 정치체제의 약점 때문이다

북한의 소박한 속내에도 불구하고 험한 언사를 내뱉는 원인은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국내체제의 속성으로 인하여 험한 말을 해야지만 상대국의 관심을 끌기 때문이다. 독재정권의 허황된 협박이 먹히지 않는다 하더라도 국민이 이를 견책할 수 없기 때문에, 독재국가는 국내적 부담을 약하게 느낀다. 따라서 독재국가는 허풍을 쳐서라도 상대국으로부터 양보를 얻어내고 싶은 유혹에 쉽게 빠진다. 반면,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허황된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국내 유권자는 허풍을 친 정치인과 정치 세력을 엄하게 처벌할 수 있다. 따라서 민주주의 국가의 정부는 허풍을 피하려 한다. 이와 같은 정치체제의 차이로 인하여 독재국가가 보내는 신호는 액면 그대로 수용되지 못하고 의심을 받게 된다. 독재국가의 지도자가 험한 말을 해야, 상대국으로부터 관심을 끌 수 있다.

둘째, 김정은의 권력 장악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분파적 활동이 돌출하고 있다. 김정일 운구 차량을 호위했던 8인방 가운데 군부 출신 4명이 정치권력의 핵심에서 밀려날 정도로 북한의 정치지형은 유동적이다. 이 상황에서 김정은은 자신의 권좌를 유지하기 위하여 안정을 원하지만, 김정은 중심의 권력재편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영향력을 상실한 세력은 국면을 전환하기 위하여 무리수를 두게 된다. 북한군 총참모장에서 4군단장으로 강등되었던 김격식이 연평포격을 거치면서 군부의 실세로 다시 등장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독재국가에서 1인자의 영향력이 확고하지 않은 경우 2인자들은 강경 태도를 보여 자신의 입지를 구축하려 한다. 그러다보니 북한 군부는 북한 정치지형에서 우세를 차지하고자 최고사령부와 총참모부의 이름으로 번갈아 가며 험악한 말을 내뱉는다.

말투는 부드럽게, 눈빛은 강렬하게

1대1 대결에서 최고 승리는 실제 싸움을 하지 않고도 상대방을 제압하는 것이다. 1대1 대결에서 약자는 과도한 몸짓과 허세를 부린다. 싸움의 달인 서두원은 1대1 대결에서 약자를 싸움으로 제압하라고 조언하지 않는다. 오히려 “말투는 부드럽게, 눈빛은 강렬하게” 하여 싸우지 않고 상대방을 제압하라고 조언한다. 싸움으로 약자를 제압한다 하더라도, 승자 역시 어느 정도 피해를 입기 때문이다. 진정한 싸움꾼은 자신의 물리력으로 상대방을 제압하기보다는 싸움없이 상대방을 제압한다. 서두원은 손자병법에 있는 “不戰而屈人之兵 善之善者也(싸우지 않고 적병을 제압하는 것이 상책 중의 최상책이다)”를 실전을 통하여 몸으로 익혔다.

서두원의 조언에서 현재 한반도 위기국면을 대처하는 데 함의를 찾을 수 있다. 북한이 약하기 때문에 북한은 허세를 부리고 험악한 말을 내뱉는다. 약자 북한의 도발이 북한만 아니라 대한민국에게도 피해를 준다. 그렇기 때문에, 대한민국 정부는 위기를 조성하려는 북한의 시도에 냉정하게 대응하여야 한다. 북한의 도발을 억제할 수 있는 강력한 보복 의지와 능력을 넌지시 보이면서 부드러운 말로 대응하면 충분하다. 정부가 국내정치적 상황을 고려하여 북한의 험한 말에 대응을 해야만 한다면, 언론을 통하여 전달하면 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언론에 흘리듯이 한 말이 독재국가에서 최고 지도자가 인상을 쓰고 삿대질을 하면서 내뱉는 말보다 더 무게감을 가진다.

 

조동준 교수

정치외교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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