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월)부터 전임교원의 재임용 횟수를 1̴2회 등으로 제한했을 경우 이 교원들을 대학정보공시의 전임교원확보율에서 제외하는 조치가 발효됐다. 대학이 이를 어기고 허위로 입력할 경우 정원감축 등의 행정·재정적 조치를 받게 된다. 사실상 ‘비정년트랙’을 전임교원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비정년트랙(Non-tenure track)’이란 전임교원과 처우가 비슷하지만 정년 보장이나 재임용 횟수 등에서 제한을 받는 교원을 말한다. 이들은 전임교원과 똑같이 사립학교법에서 정한 교원채용절차에 따라 뽑힘은 물론 4대 보험 등의 혜택은 똑같이 받는다. 그러나 임용시 재임용 횟수가 1̴2회로 제한돼 임기가 만료되면 퇴직이 당연시되며, 원칙적으로 승진도 불가능하다. 이뿐만 아니라 많은 경우 급여가 정년트랙 교원보다 열악하고 대학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가 제한되는 등의 불이익을 겪는다. 2003년 연세대가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이라는 이름으로 도입한 이후 당시 교육인적자원부가 이를 전임교원확보율에 포함하는 것을 허용해 비정년트랙 제도가 대학사회에 급속도로 확산됐지만, 비정년트랙의 전임교원으로서의 불분명한 위치는 지속적으로 논란이 돼왔다.

이후 비정년트랙은 정부 재정지원이나 대학 구조조정 평가에서 중요한 지표인 전임교원확보율을 높이기 위해 흔히 사용돼왔다. 대학의 입장에서 비용을 많이 들이지 않고 전임교원확보율을 높일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올해도 지방의 한 대학은 전임교원 전부를 비정년트랙 교수로 뽑았다. 비정년트랙 전임교원 채용 공고를 내면서 계약기간은 1년, 재임용기회는 1회로 제한한다고 명시했다. 목원대의 경우 작년 3월 신규 채용한 65명의 전임교원 중 61명이 비정년트랙 교원이었으며, 정년을 보장받는 교원은 4명뿐이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교수신문」의 자료에 따르면 2012년 새로 임용된 교수 1557명 가운데 총 38.2%인 589명이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이었다.

비정년트랙을 다시 전임교원확보율에 포함하지 않겠다는 교육부의 이번 조치에 대해 대학들은 “대학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고 항변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방 대학의 교무처장은 “많은 지방 대학들이 지속적인 입학생 감소나 등록금 인하 요구 등의 재정적 압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적은 비용으로 유지가 가능한 비정년트랙 제도를 운용하고 있는 것”이며 “최근 재정지원제한대학은 물론 각종 사업 평가에서 전임교원확보율이 크게 영향을 끼치는데 비정년트랙이 여기서 제외되면 대학은 큰 불이익을 받게 된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각 대학들이 비정년트랙 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을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전임교원의 재임용심사신청권을 배제하는 것은 사립학교법 53조 2항을 위반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러 대학들이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의 재임용 기회를 제한하고 있는 현재의 위법상황을 처벌하지 않고 이를 전임교원확보율에서 제외하겠다고만 하는 것이 지나치게 소극적인 처분이라는 것이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이수연 연구원은 “교육부가 전임교원의 권리 침해에 대해 당연히 취해야 할 행정·재정적 처벌을 가하지 않는 것은 위법을 방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대학인사담당 황혜경 주무관은 “비정년트랙은 대학들이 전임교원이라고 이름붙이고 있을지 모르나 고등교육법에 근거해 판단하면 비전임교원에 해당되기 때문에 이들 비전임교원의 재임용 기회를 제한하는 것은 위법이 아니다”라며 전임교원확보율에 비정년트랙을 포함시킨 이전 교육부의 태도와 모순되는 반응을 보였다.

또 교육부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실제 비정년트랙 교원들에 대한 처우는 별달리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명목상 재임용 기회 제한을 없애는 대신 이들을 다른 종류의 불안정한 지위로 이동시키기 위한 각종 ‘꼼수’들이 생겨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국대학신문에 따르면 대전의 A대학은 지난해 비정년트랙으로 채용한 61명의 교원 전원에 대해 재임용 횟수 제한 항목을 삭제했다. 다만 ‘2년마다 심사를 거쳐 65세까지 정년을 보장한다’고 밝혔다. 지위의 불안정성이 실질적으로는 거의 개선되지 않은 조항이다.

전문가들은 궁극적으로 비정년트랙 제도 자체를 없애는 등의 근본적 해결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한국비정규교수노조 부산대분회 배혜정 사무국장은 “많은 수의 고등교육 인력을 대학들의 노동유연성 확보를 위해 불안정한 처우나 지위에 두는 것은 교육의 질과 직결된다”며 “정부는 한국 대학의 고질적인 문제인 비정규 교원 문제에 보다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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