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에 몰두하기 위해 학자금을 대출받은 후 제때 돈을 갚지 못한 연체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6개월 이상 장기 연체해 가압류 등의 법적 조처를 받을 예정인 신용유의자들도 7만명에 달해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법적인 조처의 대상이 되는 대출은 2009년 시작된 ‘일반상환 학자금대출’과 2010년 시작된 ‘든든학자금대출’이다. 일반상환 학자금대출은 대출 즉시 이자를 갚기 시작하며 거치기간이 끝나면 매월 일정 액수의 원금과 이자를 함께 납부하는 형태의 제도다. 든든학자금대출은 등록금 전액을 대출받은 뒤 취업 후 150만원을 초과하는 소득이 발생하면 그 추가 소득의 일부로 빚을 갚아가는 제도다. 이러한 정부 보증의 대학 학자금 제도는 학생들이 학비 부담을 줄여 학업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주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제도 도입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학자금 부담은 충분히 완화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기홍 민주통합당 의원이 지난 7일(일) 한국장학재단에서 제공받아 분석한 자료를 보면 대출원금이나 이자를 한달이라도 제때 납부하지 못한 연체자는 2008년 말 4만명에서 2012년 말 9만3천여명으로 4년만에 2.3배가량 늘었다. 또 이러한 연체로 인해 가압류·소송·강제집행 등의 법적 조처를 당한 학생들은 2009년 659명에서 2012년 1807명으로 3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렇게 4년동안 누적된 연체인원만 4800여명이며 그 액수는 301억5천만원에 달한다.

학자금을 제때 갚지 못해 법적 조처를 받는 사회초년생들이 급증함에 따라 이들을 향한 법적인 압력이 너무 가혹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먼저 일반상환 학자금제도는 취업 여부에 관계없이 매월 원금과 이자를 갚아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경제적 능력이 없는 학생들이 학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아르바이트 등을 통해 빚 갚는 데만 몰두한다는 것이다. 그마저도 빚을 갚지 못한 이들은 가압류 등 법적 조처의 대상이 된다. 든든학자금제도의 경우 사회초년생들이 매월 30~40만원씩 대출금을 갚아가려면 최소한 일년동안은 하루 생계비에 못 미치는 생활금으로 살아야 한다는 문제점이 제기된다. 실제로 통계청이 2012년 발표한 「단신근로자생계비조사자료」에 따르면 혼자 사는 34세 이하의 근로자 한달 생계비는 163만원이다.

2009년 대출자 이래로 4~6년간의 학업과 병역을 마치고 취업해 원금 상환을 시작해야 하는 의무를 지닌 사람들이 급증하는 시점이 다가옴과 동시에 청년들의 취업난까지 얽히며 학자금 연체로 인한 법적 조처대상들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일반상환 학자금대출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진후 진보정의당 의원은 “취업도 안한 경제적 능력이 전무한 학생들에게 빚을 갚으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연체 및 신용유의자 증가비율이 가장 높은 일반상환 학자금대출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든든학자금제도에 대해서 유 의원은 “대학을 졸업하고 급여가 높지 않은 중소기업 등에 취업한 젊은이들이 기반을 닦는 중인데 공부하기 위해 빌린 돈을 받으려고 이들의 소득을 가압류하는 것은 가혹하다”며 “현재 150만원인 가압류 기준점을상향조정하는 등 신용유의자들을 향한 법적 조처 기준을 완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연체와 법적 조처의 악순환에 빠진 이들을 위한 구제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학자금 대출로 인한 연체자와 신용유의자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의 빚 감면 정책인 ‘국민행복기금’의 대학생 수혜자는 전체 연체자 수의 4.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 의원은 이에 대해 “박근혜 정부의 ‘국민행복기금’을 통한 학자금 대출자들의 지원이 너무 적다”며 “고액의 등록금과 학자금 대출로 졸업 후에도 고통 받는 청년들을 생각한다면 이들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정 의원은 “근본적인 등록금 인하 정책이나 청년실업 대책이 없다면 학자금 대출에 의한 연체자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학자금 대출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정부의 노력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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