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이연 시간강사
연합전공 영상매체예술

요즈음 교정을 거니는 학생들을 보면서 문득 인식하게 된 점이 한 가지 있다. 그것은 학교 야구 점퍼를 입고 다니는 남녀노소(?)를 불문한 학생들이다. 일명 ‘과잠’(학과 점퍼)으로 불리는 이 겉옷을 입은 학생들은, 의식하고 나니 비단 캠퍼스 내에서 뿐만 아니라 여느 길거리에서도 쉬이 찾아볼 수 있었다. 학교와 학과의 이름이 새겨진 야구 점퍼를 입고 다니는 행위를 일견 자부심과 우월감의 과시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부분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그러나 시간강사라는 직이 한 학기에 많게는 4-5개의 학교에 출강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어 필자가 살펴본 바에 의하면 이 ‘과잠’ 현상은 특정 학교에만 국한되지 않는, 집단적 현상인 것으로 보인다.

02 학번으로 입학하였으니, 필자가 대학생이었던 시절과 현재 대학생들 사이의 시간적 간격은 비교적 그리 넓지 않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현상은 본인의 대학 재학 중에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을 뿐 아니라, 오히려 다소 낯부끄럽게 여겨 대부분의 학생들이 기피하는 행동이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에 와서 다시 생각해봐도, 필자에게는 자신의 소속이 커다랗게 새겨진 옷을 입고 공공장소를 누빌 자신은 없는 것 같다. 그렇다면 이 ‘과잠’이 현재 대학생들에게는 왜 어필하게 되었을까?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겠지만, 대표적인 이유는 집단의 정체성과 동질성을 확인함으로써 외부와의 차별성을 느끼기 위함일 것이다. 결국 이를 통해 소외되지 않는 어떠한 소속감을 느끼고 싶다는 것이다.

이 현상이 흥미로운 점은 시대적 이념과 같은 집단적 정체성으로부터 전에 없이 자유로운 현재의 대학생 세대가 ‘자발적으로’ 유니폼을 입음으로써 모종의 심리적 안정을 찾는다는 데에 있다. 이는 현재 대학생들에게 소속감을 표현할 문화가 결핍되어 있다는 것과 그들이 심리적으로 부유한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듯이 보인다. 소통의 형태를 분절적이고 표피적으로 만든 주역인 스마트폰을 84%의 대학생이 사용하고 있다는 2011년의 통계는 이미 오래 된 것이고, 수업을 통해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Facebook 같은 SNS 서비스에 두 개 이상의 아이디를 갖고 있는 학생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더욱 더 강력해지는 온라인에 반해 오프라인에서의 교류의 장은 상대적으로 그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디지털 상에서 지극히 개인적이고, 때로는 다중적인 정체성을 관리하며 파편적인 소통을 일삼는 이들이 현실 세계에서는 단체복을 입고 다닌다. 이 모순된 모습에 현재 대학생 세대의 고민이 담겨있는 것 같아 보인다면 과장된 것일까? 사회가 요구하는 ‘스펙 쌓기’와 무관한 활동들에 열정을 쏟기에는 대학생의 어깨는 무거워 보인다. ‘과잠’을 입고 우루루 떼를 지어 걸어가는 학생들의 뒷모습이 때로는 필자에게 외로워 보였던 이유가 여기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투박한 점퍼를 걸쳐 입은 대학생의 모습은 눈부시다. 필자는 학생 시절에 가까운 미래에 대한 조급함으로 그 찬란함을 만끽하지도, 그에 감사하지도 못하며 대학 시절을 보냈고, 그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다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제 곧 봄이 지나가고 여름이 올 것이고, 겉옷을 벗고 짧은 소매의 옷을 입게 되면 ‘과잠’도 당분간 볼 수 없게 될 터다. 이렇게 몇 차례 그 두터운 점퍼를 입고 벗다 보면 금세 시간은 흘러 교정을 떠나게 될 때가 찾아올 것이다. 이 봄이 가기 전에, ‘과잠’을 입고 서로의 고민을 나누며 대학생의 낭만을 만끽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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