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규 전집 발간 『형이상학 강의2』, 『플라톤 후기철학 강의』

작년 출간된 『희랍철학 논고』, 『형이상학 강의1』에 이어 박홍규 전집 두 권이 추가로 나왔다. 1946년부터 38년간 서울대 철학과 교수로 재직한 그는 희랍철학과 프랑스철학 분야에서 많은 제자를 배출했다. 『대학신문』은 올해 서거 10주년을 맞아 그의 연구 업적을 전집의 내용과 함께 살펴보았다.


철학도 문학처럼 모든 종류의 삶과 우주 전체를 그 대상으로 하므로, 누구나 사용하는 일상 언어를 사용하지 않을 수 없고, 그렇게 하는 것은 또한 철학의 덕목이기도 하다. 그러나 자신의 삶을 나름의 눈으로 보고 평가할 수 있는 문학과는 달리, 철학에는 일정한 방법과 기초가 있다. 그러하기에 철학은 발생부터 신화(mythos)적 사유를 극복하는 사유방식으로 태어났으며, 모든 인생관과 견해, 각자의 사상 같은 것들을 소견(doxa)이라 부르고, 자신은 그것과 엄밀히 구별되는 참된 인식(episteme)임을 스스로 천명했었다. 그러므로 플라톤이 문학을 비판한 것은 처음부터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아름다운 시도 철학자의 눈에는 적어도 그 속에 담긴 사상 내용만으로는 또 하나의 소견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결국 철학은 아무나, 아무렇게나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수학처럼 일정한 기초가 있다는 말이다. 기본 산술도 모르면서 미적분을 한다는 따위의 이야기는 적어도 학문의 세계에서는 곤란하다.

 

박홍규의 업적은 무엇보다도 우선 철학이 무엇이고, 어떻게 하는 것이고, 그 기초가 무엇인지를 우리에게 가르쳐 주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는 우리에게 일종의 계몽 철학자이다. 물론 그의 가르침이 모든 사람들에게 흡수된 것은 아니고, 가령 오늘날, 철학은 문학과 똑같이 하나의 생산임을 주장하는 사상도 버젓이 철학이라는 이름을 달고 횡행하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는 물론 역사 발전의 단계론을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시대와 장소에 따라서, 다른 나라에서 다른 이야기가 나오면 그것은 그것대로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다른 나라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올 때에는 그것이 나올 수 있는 기초와 정신의 높이가 마련된 후에, 일정한 시대적 문제의식의 바탕 위에 나오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역사의 발전 단계론이 반드시 맞지는 않는다고 해서, 지능의 발달 심리학이 맞지 않는 것은 아니다. 박홍규는 우리 민족의 지능 발달 수준의 후진성을 고발하고, 그것을 높이려 평생을 공부했다. 그에게는 친구도 없었다. 오직 제자들만 있다. 그가 생전에 내 놓은 책은 없으며, 오직 제자들과의 대화만 녹음으로 남아 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업적으로 남을 죽은 글이 아니라, 살아있는 생생한 분석력이었기 때문이다.

 

그 녹음을 제자들이 문자화하여 책으로 내 놓은 것이 ‘박홍규 전집’이다. 현재 4권이 나왔고, 나머지 두 권이 더 나오면 총 여섯 권으로 완간된다. 이 중 제1권 『희랍철학 논고』만 생전에 쓴 몇 안 되는 논문을 모은 것이고, 나머지 『형이상학 강의 1, 2』와 『플라톤 후기철학 강의』는 모두 강의를 녹취한 것이며, 『창조적 진화 강의 1, 2』라는 제목을 달고 앞으로 나올 두 권도 마찬가지이다. 이 중 일반 독자에게 가장 권하고 싶은 책은 『형이상학 강의 2』이다. 내용이 비교적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매우 재미있는 주제들이 다뤄지고 있고, 그의 철학의 핵심도 파악할 수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플라톤과 베르그송을 넘나들면서 서양철학의 핵심은 무엇이고, 그 원천은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 역사의 굴곡의 의미는 무엇인지를 밝히고 있다.

 

청년들이여! 이런 책은 읽어 주자. 좀 어렵더라도 두려워하지 말고 뛰어 들자. 그리하여 내 머리도 맑게 하고, 나아가 우리 민족의 지능지수도 높이자. 진정으로 우리의 자부심을 찾고 싶다면, 우리 시대의 고귀한 정신, 우리의 위대한 철학자를 놓치지 말자. 우리의 소크라테스와 만나서 대화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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