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총학 투표가 진행될 때의 일이다. 자하연 점심식사 줄에서 본의 아니게 앞 사람들의 대화를 엿듣게 됐다. 조금 긴 이야기였지만 두 줄로 요약하자면 ‘이번 선거는 무산될 거다, 학생사회의 위기니까’ 정도였다. 이곳저곳에서 학생사회의 위기라는 말이 자주 들린다. 그러나 이는 꽤나 오래된 문제다. 대학신문 홈페이지에서 ‘학생사회 위기’를 검색해보면, 가장 오래된 자료는 2006년 10월 14일자 기사다. ̒적어도̓ 2006년부터 학생사회 위기는 시작됐다는 뜻이다. 다음은 ‘운동권·반권 싸움엔 관심없다’라는 기사의 각 꼭지 소제목이다.

◇무기력한 서울대 학생사회 ◇총학생회장 탄핵돼도 관심 없는 학생들 ◇학생사회 위기, 학생회 탓? 시대 탓? ◇‘무관심’ 장벽, 어떻게 넘나

예나 지금이나, 하고 혀를 한번 찼다. 2006년 이후 학생사회의 위기는 적어도 8년은 된 문제고, 다시 말하자면 8년 동안 해결되지 않은 문제인 것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과제의 틈바구니 속에서 나는 어느새 ‘학생사회의 위기’를 잊게 됐지만, 지난 호 대학신문 기사를 보고 다시금 ‘학생사회’를 떠올렸다. 1면의 ‘제55대 총학생회 재선거 「서포터즈」 당선’이라는 제목의 기사는 총학생회와 더불어 사회대, 자유전공학부도 학생회가 세워졌다는 소식을 담고 있었고, 4면의 총학생회장과 부회장의 인터뷰 기사에는 학생회가 풀어야 할 과제들과 그 구체적인 계획들이 적혀있었다. 바야흐로 학생사회의 봄날이 온건가? 나는 선거가 무산될 거라 호언장담했던 그 학우를 마음 속으로 비웃었다.

그러나 이것으로 이 글이, 그리고 학생회와 학생사회가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다. 학생회가 세워진 것은 축하해야 마땅한 일이지만, 이제야 겨우 첫발을 내딛었을 뿐이다. 이번 총학생회가 학생사회 위기의 해결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수도 있지만 학생사회 위기를 ‘적어도 8년은 된 문제’에서, ‘적어도 9년은 된 문제’로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학생사회 위기란 학생회 혼자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다양한 구성원들의 노력을 필요로 한다.

그렇다면 총학생회가 만들어진 지금, 학생사회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대학신문』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첫째는 학생 개개인과 학생회 간의 의사소통의 창구 역할이다. 학생회의 일을 학생들에게, 학생들의 목소리를 학생회에 전해주는 일이다. 둘째는 학생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짚어주는 역할이다. 그간의 기사들을 보았을 때『대학신문』은 이 두 가지 역할을 잘 해내고 있는 듯하다.

내가 당부하고 싶은 것은 마지막 역할, 즉 학생회가 왜 필요한지를 끊임없이 되묻는 일이다. 학생회가 이미 세워졌으니 나중에 생각해도 될 문제가 아니다. 8년째 학생사회의 위기가 지속되고 있는 지금 ‘학생회가 어디로 가야하는가?’보다 ‘학생회가 정말 필요한가?’에 대한 대답이 더욱 절실하다. 새로운 학생회와 대학신문이 각자의 방면에서 그 대답을 해주기를, 적어도 그 질문을 항상 간직하길 기대해본다.

천윤수
미학과·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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