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주한미군의 일부 병력이 이라크로 차출된다.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주한미군의 성격을 다른 지역의 분쟁에 신속하게 개입할 수 있는 기동군으로 바꾼다는 소식도 있고, 주한미군 사령관의 계급을 하나 낮추고 동북아시아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의 핵심 기지를 일본으로 옮긴다는 소식도 있다. 주한미군이 감축되거나 철수하면 우리의 안보는 어떻게 될 것인가?


한국전쟁 1년 전에 철수했던 미군은 한국전쟁 개전과 함께 다시 한반도에 주둔하기 시작했다. 전쟁 후 정전협정 체제가 장기간 유지되면서 주한미군의 규모는 조금씩 줄어들었다. 1950년대 6만여 명으로 감축되었던 주한미군은 70년대 다시 4만여 명으로 감축되었고, 최근에 와서는 다시 소규모 감축이 이루어졌다.

주한 미군의 감축을 막기 위하여 이승만 대통령이 한국군의 인도네시아 파병을 제안해도, 박정희 대통령이 베트남에 한국군을 파병했어도 주한미군은 감축됐다. 북한의 특수부대가 청와대를 습격하고, 미국의 정보함을 나포하고, 도끼로 사람을 찍었을 때에도, 주한미군은 감축됐다. 세계정세와 미국의 세계전략 변화에 따라서 주한미군의 규모뿐만 아니라 성격도 바뀌고 있다.

한미동맹의 성격은 영원한 것이 아니다. 역사가 살아서 움직이며 계승과 단절을 보여주듯 한미동맹도 시기와 상황에 따라 그 성격이 변화할 수밖에 없다.

미군이 한반도에 영원히 주둔할 수는 없다. 그것이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미군은 언젠가는 한반도로부터 철수할 것이다. 아니 철수할 수밖에 없다. 주한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동안 세계는 냉전에서 데땅트로, 그리고 신냉전에서 냉전의 해체로 진화되어 나갔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미국과 일본의 안보조약은 조금씩이나마 개정되었다.

한국전쟁 이후 50년 동안 세상의 변화에도 굴하지 않고 버틴 정전협정과 한미상호방위조약도 현실에 맞도록 고쳐야 할 것이다. 이후의 세계질서에 적응하지 못했던 미국이 9.1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했던 것처럼, 세계 질서의 변화에 무감각한 우리 역시 위기를 맞이할지도 모른다. 주한미군의 감축이 위기가 아니라, 세상의 변화를 읽어내지 못하는 우리 스스로가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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