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전근우 기자 aspara@snu.kr

 인공효소의 개척자라 불리는 서정헌 교수. 그는 "인공효소야말로 인류 생존에 직결되는 식량·환경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라고 연구 분야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서 교수가 연구하는 인공효소는 '아밀로이드 질환'의 발병을 억제한다. 현재 불치병의 대명사 격인 암이 정복되면 남는 것은 알츠하이머, 당뇨, 파킨슨, 광우병 등으로 모두 단백질이 병을 일으키는 '아밀로이드 질환'이다. 그는 "아밀로이드 질환을 조절할 수 있는게 인공효소"라며 "특히 인공효소는 열에 약한 천연효소의 단점을 극복하고 장점만을 극대화해 획기적"이라고 강조했다. 분야의 선구자답게 그는 생체반응에 쓰일 인공효소 연구로 1993년 한국과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퇴임 전부터 차근차근 마음을 정리해왔다는 서 교수는 "미련도 충격도 후회도 없다"며 "무사히 끝내서 다행일 따름"이라고 담담하게 퇴임 소감을 말햇다. 그는 "모든 것은 결국 자기 기억 속에 갖고 가는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사람의 기억력에는 한계가 있으니 지금껏 쓴 논문들은 잘 정리해 모아뒀다"고 고백하는 모습에서 학자 특유의 꼼꼼함을 엿볼 수 있었다.

퇴임 후 계획 역시 소탈한 학자의 길에 어울렸다. 그는 "정신에 묻은 때를 씻어내는 일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인의 사무실 일과 강의가 있어 소일거리는 충분하니 다행"이라며 "내 할 일은 건강관리면 됐다"고 덧붙였다.

그가 좌우명으로 삼은 『논어』의 구절 "人不知而不慍(인부지이불온) 不亦君子乎(불역군자호)"의 뜻을 풀이하면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으니 군자 아닌가"이다. 과거 경력도, 퇴임하는 지금 순간도, 퇴임 이후의 미래도, 묵묵히 내면을 튼튼히 하는 데 일관하는 서 교수의 모습이 『논어』의 구절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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