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승환 기자(사회부)

국정조사가 끝난 지난달 23일 청계광장에는 3만여 시민이 모여 촛불을 들었다. 촛불 파도타기를 하고 함성을 지르는 시민들의 모습에서 정의 실현을 염원하는 시민들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이 날 청계광장에서는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들을 인터뷰 할 수 있었다. 아버지를 따라 나온 최등현 군(푸른초·6)의 “부정선거로 반장이 된 친구의 말을 따를 수는 없어요”라는 말에는 공정한 선거의 중요성이 담겨있었다. 우윤식 씨(직장인·29)는 “단편적 사건에 분노로 대응하면 시민들은 곧 지칠 것”이라며 “촛불집회를 이어갈 새로운 동력원이 필요하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촛불집회 현장에서 대학생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결국 집회가 해산된 뒤 십여 분 간 광장을 더 헤맨 후에야 대학생을 찾을 수 있었다. 청계광장 뒷정리를 하고 있던 조아론 씨(중앙대·산업경제·03)에게 왜 이렇게 대학생이 없는지 묻자 그는 “취업경쟁이 치열해져서 그런지 친구들이 학원에 다니는 등 바쁜 것 같다”며 “개강을 하면 대학생들이 국정원 사태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촛불집회에 참여해 주길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

요즘 20대는 단군 이래 가장 좋은 스펙을 가졌지만 희망이 없는 세대라고 불린다. 집회 현장에서 만난 많은 중장년층들은 사회문제에 수동적이고 취업과 스펙 외에는 관심 없는 20대의 개인주의를 지적하며 선배들이 피 흘려 얻어낸 민주주의를 이제는 후배들이 지켜줄 것을 당부했다. 그렇지만 이번 국정원 사태에 대한 관심을 다시 촉발시킨 것은 대학가의 시국선언이었으며 가장 먼저 촛불을 밝힌 것도 대학생이었다. 지난달 25일에는 서울대를 비롯한 10개 대학 및 3개 단체가 결성한 대학생 시국회의가 출범했다.

최근 국정원 사태는 점점 미궁 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다. 진실 공방이 이뤄지는 가운데 정치권은 무의미한 힘겨루기에 들어갔고 시민들은 정치적 구호에 지쳐가고 있다. 과거에 비춰볼 때 진실이 은폐되기 좋은 형국이다. 하지만 대학가는 개강을 맞이해 다시 활기를 되찾고 있다. 캠퍼스에 방학을 쉬고 온 학생들의 생기가 넘친다. 많은 대학의 총학생회에서는 방학동안 잦아든 국정원 사태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시국투표, 강연회, 토론회 등을 준비하고 있으며 촛불집회 참가 학생도 늘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대학생의 활기가 촛불집회로 다시 옮겨가길 바란다. 개강 후 열리는 다음 촛불집회에서는 페이스북에서 촛불집회 관련 글에 ‘좋아요’를 눌렀던 대학생들의 목소리가 광장을 가득 메우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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