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복지부)는 지난 7월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해소하고 국민정신건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정신건강증진법을 입법예고했다. 그러나 본래의 취지와 달리 법안이 정신질환자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개정안은 △정신질환의 범위 축소 △비자발적 입원(강제 입원)제도 개선 △보험가입 시 가벼운 정신질환을 이유로 차별 금지 △정신건강증진사업 규정 신설 △생애 주기별 정신질환 조기 발견 체계 구축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복지부는 “보호자에 의한 정신의료기관 비자발적 입원 조건을 엄격히 하고, 입원 적정성 심사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강제입원 시 기존에는 보호자 2인과 전문의 1인의 동의가 필요했지만, 개정 후에는 보호자 2인과 전문의 2인의 동의가 필요하게 된다. 입원 적정성 심사 주기도 6개월에서 2개월로 단축된다.

개정안에서 정신질환자의 범위는 ‘입원치료 등이 요구되는 중증환자’로 축소된다. 정신과의사와 단순상담만 한 사람과 외래치료로 일상생활이 가능한 경증환자는 제외되는 것이다. 이번 개정안을 통해 정신질환자 수가 현재 약 400만명에서 100만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복지부는 예상했다.

그러나 법안의 당사자인 정신질환자들은 정신건강증진법이 정신질환자의 인권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 평가한다. 비자발적 입원으로 인한 인권침해를 막기 위해 전문의 2명의 동의를 얻도록 제도를 개정했지만 실질적인 개선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정신장애인지역사회생존자연대 김락우 대표는 “사실상 담당의 1명이 강제입원을 결정하고 다른 의사는 도장만 찍어주는 방식”이라며 “이를 통해 장기·강제입원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한국정신장애인연맹 등 정신장애 관련 인권단체 6곳도 성명서를 통해 “해당 법안은 환자의 동의 없이 강제로 입원과 치료를 할 수 있도록 해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을 명백히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신과 진료를 받았다는 이유로 중증의 정신장애로 오인되는 사회적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경증환자는 정신질환자에서 배제됐지만,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경증환자도 언제든지 증상이 악화돼 중증환자로 될 수 있어 범위 축소는 큰 실효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경증환자를 방치해 국민 전체의 정신건강이 악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정신건강증진법에 취업 관련 조항이 추가되지 않고 치료목적이 사회 복귀에서 재활로 변경된 것도 이번 법안의 한계로 평가된다. 김 대표는 “정신질환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사회 복귀와 취업”이라며 “새로운 정신건강증진법은 치료의 목적을 재활에 한정해 정신질환자의 사회 복귀를 어렵게 한다”고 법의 맹점을 지적했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