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사태의 진상규명을 위한 대학가와 시민사회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각계각층의 단체에서는 유신 이후 가장 많은 시국선언을 발표하고 있으며 온·오프라인 서명운동과 규탄집회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289개 시민단체들의 공동결의=시민단체의 활동을 가장 크게 주도하고 있는 곳은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진상 및 축소은폐 의혹 규명을 위한 시민사회 시국회의’(국정원 시국회의)이다.

지난 6월 전국 각계 213개(현재 289개) 시민단체의 결의로 출범한 국정원 시국회의는 범국민 촛불대회를 주최하면서 시민운동을 이끌고 있다. 이들은 시국선언과 촛불집회를 통해 국정원 사태의 철저한 진상규명,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표명, 국정원 개혁 등을 요구하고 있으며 국정조사가 끝난 현재는 특별검사 수사를 요청하는 국민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국정원 시국회의에 참가한 참여연대 박근용 협동사무처장은 “289개 단체가 모여 보여준 시민의 힘은 박근혜 정부를 긴장하도록 만들기에 충분했을 것”이라며 국정원 시국회의의 의의를 설명했다.

◇종파를 초월한 종교계의 목소리=국정원 사태와 관련해 종교계도 시국선언에 동참했다. 지난달 14일 새누리당 대구시당 앞에서는 천주교 대구경북지역 사제와 수도자가 모여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천주교 대구대교구의 사제들은 87년 6월 항쟁 때도 시국선언을 하지 않으며 줄곧 보수적 노선을 지켜왔지만 이번 시국선언문에서 묵시록을 인용 “모든 거짓말쟁이들이 차지할 몫은 불과 유황이 타오르는 못뿐”이라며 정치권에 대해 준엄하게 경고했다.

한편 지난 8월 21일에는 기독교 목사 1천명이 시국선언문을 발표했으며 불교, 원불교 등도 시국회의를 발족해 진상규명 촉구를 위한 목소리를 이어가고 있다.

◇대학생이 앞장서 민주주의 수호를 외치다=국정원 사태의 진상규명과 재발방지책 마련을 요구하는 시민사회의 움직임은 대학생들로부터 시작됐다. 지난 6월 서울대 총학생회가 국정원 사태 및 축소수사 의혹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한 후 이화여대, 경희대, 성공회대 등 전국의 대학에서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성명이 잇따르면서 국정원 사태에 대한 재조명이 시작됐다. 이어 지난 8월 25일에는 서울대를 비롯한 10개 대학 및 3개 단체가 결의한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대학생 시국회의(대학생 시국회의)’가 출범했다.(『대학신문』 2013년 8월 26일 자)

국정원 규탄 촛불집회를 시작한 것도 대학생이었다. 지난 6월 21일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이 주최한 ‘국정원 규탄 대학생 촛불문화제’를 시작으로 시민들의 호응을 얻은 국정원 규탄 촛불집회는 국정원 시국회의가 주최하는 범국민 촛불대회까지 확대됐다. 한대련의 박지향 정책선전위원장은 “개강을 맞아 학생들과 교수님이 함께하는 개강맞이 촛불문화제, 모의시국법정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민주주의 훼손에 격노한 교수들=국가기관의 민주주의 훼손 의혹에 대해 대학 교수들 역시 지탄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6월 말부터 전국 70여 곳의 대학 교수 및 연구자들은 민주주의 기본질서 회복과 국정원 사태의 근본적 해결을 염원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해 왔다. 국정조사를 앞둔 지난 8월 5일에는 전국 시국선언 교수 대학별 대표자들이 국회의사당 앞에 모여 정쟁을 중단하고 사태해결에 집중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기도 했다.

하지만 국정조사가 파행을 거듭해 성과 없이 끝나자 격노한 교수 및 연구자들이 다시 모였다. 지난 8월 30일 국정원 앞에서 열린 ‘국정원 불법선거개입규탄 교수·연구자(국교련) 시국대회’에서 이병운 국교련 상임대표는 시국선언문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에게 사과하고 국정원의 근본적 개혁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이어 공연자로 나온 ‘국정원 감시단’은 상복을 입고 노래를 하며 국정원을 향해 절을 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청소년도 민주사회의 시민이다=대학가에 이어 청소년들도 국정원 사태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에 나섰다. 지난 7월 17일 ‘국정원 선거개입 규탄 민주주의 수호 청소년시국회의(717청소년시국회의)’는 청계광장에 모여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날 연사로 나선 임하빈 양(16)은 “배운 것과 다른 현실에 분노한다”며 “어른들은 부끄럽지도 않느냐”고 일침을 가했다. 현재 717청소년시국회의는 내부 의견 차이를 이유로 지난달 29일 해체를 선언한 후 개별적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6월 출범한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인천 청소년시국선언(인천 청소년시국선언)’은 서명운동과 촛불집회를 통해 국정원의 정치개입 의혹을 비판하는 동시에 청소년의 정당한 정치 참여 보장을 주장하고 있다. 인천 청소년시국선언의 전탁경(19) 추진위원은 “청소년도 엄연한 대한민국 시민인 만큼 국정원 사태에 대한 정치적 입장을 밝힐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외 교민·유학생 시국선언 잇따라=전 세계 교민·유학생 사회에서도 선거개입 의혹을 규탄하는 시국선언과 집회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6월 16일 미국 ‘사람사는 세상을 위한 미주 희망연대’의 시국선언을 시작으로 프랑스, 캐나다, 호주, 독일 등의 유학생 및 교민들이 잇따라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재불 유학생·교민 파리시민연대는 시국선언문을 통해 “87년 항쟁 때처럼 국민 중 누군가 먼저 피 흘리고 쓰러지길 기다리는 것인지 묻고 싶다”며 정치권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했고 독일 동포·유학생은 “고국에서 이 사태 해결을 위해 힘 쏟고 있는 동료시민들에게 뜨거운 지지를 보낸다”며 응원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해외 한인사회에서는 촛불집회 후원금 모금, 지역 시위 등을 통해 고국의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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