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전수만 기자 nacer8912@snu.kr

지난 11일(수) ‘국가정보원(국정원) 사건을 통해 진실과 정의를 말하다’라는 주제로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와 박주민 변호사의 캠퍼스 초청 순회 강연회가 열렸다. 참여연대의 주관 이번 강연회는 고려대, 이화여대에 이어 서울대에서 세 번째로 열렸다.

강연회는 조국 교수(법학전문대학원)의 인사말로 시작됐다. 조국 교수는 이번 국정원 사건은 진보·보수 혹은 좌·우익의 이념문제가 아니라 헌법과 민주주의의 문제임을 강조했다. 조 교수는 “민주주의 국가의 핵심은 대표자를 뽑고 그 사람에게 권력을 위임하는 것인데 현 사태는 국가기관이 법을 어기면서 국민의 의사를 왜곡한 명백한 범죄행위”라고 강조했다.

표창원 전 교수는 반국가적, 반헌법적, 반민주적인 국정원 사건에 국민이 조용한 것은 학습된 무기력증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7·80년대부터 이미 우리는 불의와 싸워왔지만 싸워서 이겼다고 생각한 뒤 다시 독재가 시작되고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사건들이 발생했다”며 “계속해서 불의와 싸워도 결국에는 강자가 이기게 되면서 국민이 학습된 무기력증에 빠지게 된 것 같다”고 현 상황을 분석했다.

또 표 전 교수는 한국이 경제, 사회, 문화, 스포츠 모두 60년대에 비해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으나 정치만은 그대로인 점을 지적했다. 표 교수는 “아직도 한국 정치는 한 쪽은 빨갱이, 한 쪽은 친일파의 후손으로 생각하는 냉전시대의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며 “진보와 보수 모두가 나름대로의 근거를 가지고 있는 사상들이니 한쪽을 무너뜨려 없애려고 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정원 사건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냉전상태의 후유증을 계속 가져가게 될 것”이라며 “정쟁하지 말고 경쟁을 하며 우리의 민주적인 정치 현실을 진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주민 변호사는 강연을 이어가며 일단 선입견을 갖게 되면 논리나 설득이 필요 없는 한국사회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박 변호사는 “공직선거법위반으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수사하는 검사가 운동권 출신이라는 얘기가 재판 중에 나왔다”며 “재판에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그 검사는 종북이라는 딱지를 붙이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단 딱지가 붙으면 그 다음부터 논쟁, 논리, 설득이 소용없다”며 “이런 식으로 한국사회가 변하면 앞으로 우리는 우리의 미래상을 찾기 위해 토론 같은 것을 할 수 없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국정원 개혁이 어느 정도 선까지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이 나왔다. 박 변호사는 “국정원에게 너무 많은 권한이 쥐어져 있다”며 “국내파트와 국외파트를 나누고, 민간인이 참여할 수 있는 감독·감찰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표 전 교수는 “민주적 통제장치를 갖추고 어느 한 권력자에 의해 좌우 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비밀성과 책임성 중 책임성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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