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국가의 중요한 기관장들에 대해 임기가 정해져 있다. 임기제는 대통령이나 정치권력이 바뀔 때 각 기관장들이 정치적으로 영향 받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고, 이를 통해 국가의 각 기관장들은 선거철과 권력교체 시기에도 소신 있게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사회에서 권력이 교체되는 시기 특히 대통령이 교체되는 시기에는 기관장의 임기를 보장하는 제도가 항상 다양한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새로운 정권 입장에서 보면 기관장의 임기 보장은 고려되어야 할 여러 요소 중의 하나이고, 손발이 잘 맞는 인재들을 주요 거점에 새롭게 배치하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
 

감사원장이 제 임기를 모두 채우지 못하고 얼마 전 사퇴한 바 있고, 최근에는 채동욱 검찰총장이 사퇴의사를 표명해 28일 결국 사표가 수리됐다. 모 일간지에서 현직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의혹을 보도한 뒤 법무부가 채 총장에 대한 공개감찰을 지시하면서 불거진 사태다. 채 총장은 24일 의혹을 제기한 일간지를 상대로 정정보도를 요구하며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히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검찰총장은 2년의 임기를 보장받도록 법이 정하고 있는 자리이다. 이번에 제기된 혼외아들 의혹은 아직까지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일방의 주장에 불과한 상황이다.
 

사실관계가 선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권력기관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다면, 정부는 기관장이 일단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조치한 뒤 사실관계를 확인했어야 한다. 검찰과 같은 권력기관은 국민의 생명과 인권, 국가의 안위와 직결된 직무를 수행하는 곳이다. 권력기관이 외부의 압력에 휘둘리면 국민의 인권이 침해받고 법치와 민주주의가 유린될 위험도 높아진다. 만약 권력기관장의 잘못된 처신이 드러났고 이로 인해 합리적인 직무 수행이 어렵다면 이는 결격사유가 될 수 있다. 또 업무집행의 과정에서 국가의 주요 의사결정과 커다란 마찰을 빚어 일반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면 국가정책의 통일성이 임기제의 정신보다 중요하게 고려될 수도 있다. 국가기관의 권력은 대통령의 지휘와 조정 아래 적절하고 조화롭게 행사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언론의 일방적 주장에 의해 검찰총장이 낙마하고 정부가 이에 부응했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더군다나 입증이 쉽지 않은 사실을 근거로 의문을 제기하고, 의문이 제기된 자에게 이를 입증하도록 하는 방식은 법치주의의 정신에 반하는 것이다. 정부는 기관장의 임기를 보장하려는 의지를 진지하고도 적극적으로 표방하고 실천함으로써 이번 사건이 나쁜 선례가 되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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