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시선의 두려움에 떨고 있을텐가?
언제까지 시선의 두려움에 떨고 있을텐가?
  • 이석현 기자
  • 승인 2013.09.29 05: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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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삽화: 이예슬 기자 yiyeseul@snu.kr

아침에 일어나서 밤에 잠들기 직전까지 당신은 타인의 시선 속에서 살아간다. 지금 내가 입고 있는 옷, 간밤에 SNS에 남긴 글, 심지어 동기 모임에서 꺼낸 말 한마디까지. 다른 사람들이 나의 사소한 행동까지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에 자꾸만 주변 시선을 의식하게 된다. 어느 순간 타인의 시선에 공포까지 느끼게 된 당신에게 고릴라리온이 말을 걸었다. “당신도 시선공포증을 앓고 있나요?”
 

30일(월)부터 다음달 2일까지 서울대학교엔 가을축제 ‘시선공포증’ 주의보가 발령된다. 타인의 시선에 대한 공포를 다룬 축제는 아이러니하게도 모두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학생잔디’에서 열린다.
 

시선공포증을 극복하기 전 우선 이번 축제에서 당신을 괴롭히는 날카로운 시선들을 직접 느껴봐야 한다. ‘따가운 시선 콕콕’에서는 장난감 펜싱 칼이 주어진다. 이 칼은 바로 타인의 시선을 형상화한 것으로 콕콕 찌르고 찔리면서 신나는 펜싱 대결을 펼칠 수 있다. 남들의 따가운 시선은 나만 느끼는 것이 아니다. 시선을 던진 다른 이도 항상 누군가에게 콕콕 찔리고 있는 건 마찬가지다. 결국 모두가 서로의 시선을 받고 있다는 걸 안 당신의 공포증은 한층 누그러진다.
 

평소 눈치만 보느라 서로 다가가지 못했던 선후배들을 위해 ‘학번이 줄줄줄’ 코너도 준비돼 있다. 파릇파릇한 새내기부터 과잠을 입기 머뭇거려지는 선배들까지 잔디밭에 모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세 명의 각기 다른 학번을 가진 학생들이 한 팀을 이뤄 또 다른 학번에 해당하는 학생들을 데려와 가장 긴 줄을 만들면 푸짐한 상품을 받을 수 있다. 이때 한 팀에 같은 학번이 있어선 안 된다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한다. 서로서로 손을 맞잡고 줄을 완성한 순간 우리는 다 같은 서울대생일 뿐 학번 차이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아무리 서로 친한 사람이라도 서먹한 순간은 있기 마련이다. 이럴 땐 친구랑 나란히 손을 잡고 ‘손목이 철컹철컹’에 참가해 보자. 이 프로그램에선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연약한 종이 수갑을 찬다. 1루, 2루, 3루를 거쳐 홈으로 오는 동안 절대로 수갑이 풀리거나 찢어져선 안 된다. 끊어질 듯 말 듯 한 종이 수갑을 차고 이동하려면 상대방과 시선을 마주쳐야 한다. 무사히 홈으로 들어왔을 때 둘 사이엔 다시 편안한 시선이 오가고 있지 않을까.
 

콕콕 찔러도 보고 선후배끼리 손도 잡아보고 수갑까지 차본 당신. 한결 편안해진 당신의 시야에 갑자기 잔디를 나뒹구는 쓰레기들이 들어온다. ‘쓰레기 빵야빵야’에 참여하면 빈 캔, 플라스틱 컵, 막걸리 병을 물총으로 쏴 쓰레기통에 직접 분리수거 시킬 수 있다. 지겹기만 했던 쓰레기 정리를 이제 게임을 통해 신나게 즐길 수 있는 기회다.
 

다음으로 잔디 위에 덩그러니 놓인 노래방 기계로 가보자. 방금 전만 해도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감히 엄두도 못 내던 그곳으로 갑자기 발이 향하기 시작한다. 위풍당당한 발걸음으로 노래방 기기에 다가가 자신만의 ‘18번’을 입력하고 마이크를 입으로 가져간다. 잔디 한 가운데에서 노래의 첫 소절을 부르는 그 순간이야말로 시선공포증을 극복했다는 최고의 증거로 남게 될 것이다.
 

이번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눈치코치 피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생들은 잔디밭 전체를 무대로 펼쳐지는 초대형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에서 열띤 눈치 경쟁을 벌이게 된다.
 

이 게임은 총 세 개의 라운드로 구성된다. 1라운드 ‘움직이면 죽인다 잔디 밟아도 죽일거야’에서 참가자들은 술래의 눈치를 보며 전진한다. 움직이는 것은 물론 잔디 위에 따로 표시된 위치를 벗어나도 탈락되니 조심하면서 술래에게로 다가가자. 2라운드는 ‘별별 꽃이 피었습니다’로 늘 무궁화만 피던 잔디밭에 다른 꽃들이 등장한다. 각각의 꽃마다 다른 포즈를 지어야 하니 몸개그를 하며 탈락하고 싶지 않다면 어떤 포즈를 지어야 하는지 꼭 기억하자. 다른 사람의 동작을 눈치껏 보고 따라하는 것도 하나의 작전이 될 수 있다.
 

힘겹게 1, 2라운드를 통과하면 마지막 3 라운드 ‘나는 가끔 물을 흘린다’가 기다리고 있다. 여기선 먼저 도착지점에 가기 위해 남들 눈치를 봐야 할 뿐만 아니라 손에 잡고 있는 물컵도 주시해야 한다. 결승선에 먼저 도착해도 물컵에 일정량의 물이 남아 있지 않으면 탈락하기 때문이다. 이리저리 눈을 굴리면서 최대한 흘러넘치는 물을 줄이자. 모든 눈치작전에서 승리하면 전액장학금을 받게 된다. 장학금의 기회를 얻지 못해도 참가자들 중 추첨을 통해 경품이 주어지니 잔디밭 근처를 지나간다면 부담 없이 참가해보자.
 

이번 축제의 가장 큰 변화는 ‘장터’에 있다. 그동안 술만 파는 곳으로 여겨졌던 장터가 이번엔 편견의 시선을 떨쳐내고 새로운 참여행사 부스로 태어났다. 공모전을 통해 선발된 바디페인팅, 로봇 체험 등 7개의 다양한 이벤트를 즐길 수 있다.
 

축제 첫날 정오가 되면 ‘봉천 노래자랑’이 개최된다. ‘잔디 노래방’에서 갈고 닦은 실력을 마음껏 발휘하면 푸짐한 선물을 받을 수 있다. 곧바로 펼쳐지는 행사는 바로 ‘관악게임리그’. 컴퓨터 끄라는 엄마의 눈치도, 옆에서 자기 차례 기다리는 동생 눈치도 볼 필요 없이 장학금과 게임을 향한 열정을 아낌없이 불태울 수 있다.
 

이번 축제를 기점으로 더 이상 볼 수 없는 스타리그와 놓치면 찝찝한 LOL리그도 절대 빼놓지 말자. 흥겨운 분위기에 ‘관객들이 미쳐 날뛸’ 것이다. 밤이 되면 넓은 잔디는 캠핑장으로 변신한다. 음치 박치도 눈치 보지 않고 즐겁게 놀 수 있는 ‘가을밤 어쿠스틱 캠핑’에서 음악과 함께하는 하룻밤을 보내는 건 어떨까.
 

한바탕 신나게 놀고 나면 갑자기 어두운 잔디 한구석에서 비명 소리가 들릴지도 모른다. ‘심야영화제 시선공포中’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오싹한 공포를 느끼다 보면 남들의 시선도 가볍게 떨쳐버릴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날 ‘학생잔디’에선 락 음악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그들은 바로 장기하와 얼굴들, 브로콜리 너마저를 배출한 락 페스티벌 따이빙 굴비. 3호선 버터플라이가 특별 게스트로 함께하는 이번 따이빙 굴비에서 낮을 보냈다면 밤에는 관악 전자음악심포지엄과 함께 불타는 화요일을 보낼 수 있다.
 

셋째 날에는 대망의 폐막제가 펼쳐진다. 엄선된 최고의 동아리들과 특별 게스트 프라이머리, 자이언티의 공연을 즐길 수 있다. 그 누구의 눈길도 느낄 수 없게 프라이머리처럼 상자를 뒤집어쓰고 과제 내라는 교수님의 눈치도, 밤늦게까지 놀지 말라는 부모님의 시선도 모두 잊은 채 마지막 밤을 즐기자.
 

이번 축제는 “서울대생인데 이것도 몰라”라는 말을 들은 축제하는사람들 멤버의 경험담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총 기획을 맡은 이나원 씨(소비자아동학부·10)는 “이번 축제는 끊임없이 눈치를 보는 이른바 ‘시선공포증’을 모티브로 한 만큼 이전에 비해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나원 씨는 “축제 포스터도 옛날 공포영화의 장면들을 이용해 만들어 시선 ‘공포’를 극대화시켰다”며 그간의 노력을 설명하기도 했다. 만반의 준비를 갖춘 ‘시선 공포증’ 축제가 열리는 3일 만큼은 모든 시선에 구애받지 말고 신나게 놀아보자.
 

▲ 삽화: 이예슬 기자 yiyeseul@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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