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회] 김세균 명예교수(정치외교학부)

지난달 30일(수) 아시아연구소(101동)에서 ‘민주주의에 대해 다시 생각한다’는 주제로 김세균 명예교수(정치외교학부)의 강연이 진행됐다. 이번 강연은 총동창회와 평생교육원이 공동 주최한 ‘진리는 나의 빛-관악에서 다시 만나는 명강의’ 시리즈의 첫 번째 강연이다. ‘진리는 나의 빛’은 재학생을 주요 청중으로 서울대 유명강의를 진행하는 ‘관악에서 다시 만나는 명강의’와 일반인을 대상으로 서울대 명예교수 4명이 강의를 진행하는 ‘SNU 미니토크’로 구성돼있다. 모든 강연은 동영상으로 촬영돼 서울대 온라인 지식나눔(SNUi)의 온라인 평생교육 프로그램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평일 오후 시간임에도 100여 명의 사람들이 강연장을 찾았다.

▲ 사진: 전수만 기자 nacer8912@snu.kr

김세균 교수는 “대한민국 헌법에는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라고 명시돼있다”는 말로 강연을 열었다. 이 문장은 1919년 4월 상해임시정부 수립 당시 아시아 최초로 선언됐을 정도로 오랜 기간 사용됐지만 대한민국은 독립 이후 약 70년의 기간 중 40여 년을 독재 정권 아래 말뿐인 민주공화국으로 보냈다. 1987년 민주항쟁 이후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걸음마를 떼기 시작해 발전했지만 아직까지 국가 기관이 선거에 개입하고 민간인을 사찰하는 등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김세균 교수는 “민주공화국다운 민주공화국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 연장선상에서 그는 “각자가 생각하는 민주주의를 살펴보고 다시 한 번 성찰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며 강의 주제의 ‘다시’에 대해 설명했다.

강연은 민주주의를 다시 보기 위한 이론적인 배경과 ‘민주주의를 다시 보는 것’을 통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어떤 길을 가야하는지에 대한 내용으로 진행됐다. 민주주의를 다시 보기 위해서는 우선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그 배경과 분류를 알아야 한다. 민주주의란 국가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국가의 모든 권력이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사상을 말한다. 18세기 이전까지 ‘민(民)’은 통치에 복종하는 존재인 신민(臣民)이었지만 민의 정치적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정치참여의 권리를 지닌 시민(市民)으로 변화했다. 그렇게 시민이 정치에 참여하는 민주주의가 여러 나라로 전파되면서 오늘날에는 보편적인 정치이념이 됐다.

김 교수는 민주주의를 그 형태에 따라 두 가지로 구분했다. 시민이 직접 참여할 것인가 대표자를 선출할 것인가에 따라 ‘직접민주주의’와 ‘간접민주주의’가 구분된다. 현재 대부분의 국가들은 대표자를 선출해 대표자가 위임받은 권한으로 정치를 한다. 하지만 간접민주주의는 시민이 자신의 권한을 소수의 정치인에게 위임했다는 점에서 직접민주주의에 비해 축소된 민주주의다. 또 민주주의는 민주주의의 실현 정도를 보는 관점에 따라 ‘절차적 민주주의’와 ‘실질적 민주주의’로 구분할 수 있다. 절차적 민주주의는 민주주의가 규정하는 개념을 토론절차나 다수결의 원리 등과 같은 형식적인 부분에서 소화되고 있다면 민주주의가 어느 정도 실현됐다고 보는 관점이다. 형식적인 부분만을 따지기 때문에 절차적 민주주의는 ‘최소한’의 보편적 민주주의를 나타낸다. 실질적 민주주의는 사회 속에서 민이 차지하는 실질적인 정치적, 사회경제적 위상을 중요하게 보는 입장으로 실제 사회가 민주적인가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이론적 바탕을 둔 김세균 교수가 의 주장은 간단하다. 우리가 민주주의가 확대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직접민주주의는 시민들이 직접 정치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의 이상에 가장 적합한 민주주의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현실 정치에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하기에는 어려움이 많기 때문에 역사 속의 민주주의는 항상 미완성이었다. 김 교수는 “이런 미완성의 민주주의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직접민주주의적 요소를 더 늘리고 절차적, 실질적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더 확대된 민주주의를 지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위해 민(民)이 가져야 할 세 가지 태도를 제시한다. 첫째, 민은 특정 정치인이나 지도자를 맹목적으로 지지하지 않고 일정한 거리를 두고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정치인에게만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은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행위는 민주정치를 ‘우민정치’로 전락시키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둘째, 절차적 민주주의가 훼손되는 사태가 발생하면 민은 이에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절차적 민주주의는 최소한의 민주주의를 말하기 때문에 절차적 민주주의가 훼손되면 더 이상 민주주의라 부를 수 없어진다. 마지막으로 민은 현대에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간접민주제를 당연하게 여기지 말고 직접민주제를 확대시킬 방안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을 한 문장으로 줄여 김 교수는 “민의 정치참여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서 청중들은 평소 현실 정치에 대해 궁금했던 점들에 대한 김 교수의 생각을 묻는 질문을 던졌다. 한 대학원생은 “이명박 정권과 현 정권을 통해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는 시각이 있는데 이가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한 시련의 과정인지 80년대 상태로 후퇴하는 것인가”라며 질문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민주주의가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80년대 정치로 돌아가기는 어렵다”며 “민주주의는 확대와 축소를 거듭하며 발전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번 행사에 대해 강연에 참석한 일반인 위현희 씨는 이번 행사에 대해 “학교 다닐 때 민주주의에 대해 배웠던 것이 생각나 좋았다”며 “다음 강연에도 또 오고 싶다”며 강연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령부가 대선에 개입하고 경찰이 민간인을 사찰하는 등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시련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번 강연을 통해 많은 이들이 민주주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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