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진당 해산심판청구, 정부는 더 신중했어야”
“통진당 해산심판청구, 정부는 더 신중했어야”
  • 변성엽 기자
  • 승인 2013.11.10 0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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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 참여연대·민변 공동주최 ‘정부의 통합진보당 해산심판청구 긴급토론회’

지난 5일(화) 정부는 통합진보당(통진당)의 목적과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고 판단해 통진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했다. 현재 청구안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해외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의 전자결재를 받아 헌법재판소에 제출된 상황이다. 하지만 정당해산심판청구가 대한민국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인 만큼 정치권과 전문가 집단에서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이에 대해 지난 8일 참여연대 지하 느티나무홀에서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의 공동주최로 ‘정부의 통합진보당 해산심판청구 긴급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는 한상희 참여연대 운영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이재화 민변 사법위원회 부위원장, 김형철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실행위원, 김종철 교수(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가 참여했다. 토론자들은 통진당 해산심판청구의 정당성과 정치적 의미 및 영향에 대해 논의했는데 사실상 정부의 이번 청구를 비판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 사진: 심수진 기자 jin08061992@snu.kr

정부는 위헌정당해산심판청구서를 통해 통진당의 당헌에 명시된 ‘진보적 민주주의’와 ‘민중주권주의’가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진보적 민주주의는 북한의 건국이념을, 민중주권주의는 북한이 주장하는 인민민주주의를 표방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토론자들은 이념에 대해서는 다양한 정치적 해석이 가능하므로 이것만으로 민주적 기본질서의 핵심인 정당의 자유를 근본적으로 부정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 부위원장은 “진보적 민주주의는 ‘자주와 평등, 평화와 통일, 민주와 민생, 생태와 평등을 가치로 삼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 내용들은 모두 우리 헌법적 가치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중주권주의에 대해서도 “사회적 불평등과 차별, 억압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만들자고 하는 것이지, 민중들만이 주권을 갖는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한편 김 교수는 “정부는 이러한 이념들이 자유민주체제에서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사상임에도 단순히 김일성이나 북한이 사용했다는 이유로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며 “이처럼 북한의 주장만을 잣대로 판단한다면 역으로 북한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수 있도록 대문을 활짝 열어주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통진당의 활동 역시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반된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대표적인 예로 이석기 내란음모 혐의를 꼽는다. 이에 대해 이 부위원장은 “RO(혁명조직)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한 것인지, 그 활동이 통진당의 활동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사실관계가 확정되지 않았다”며 “국정원의 대선개입 사건에 대해서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거론하던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의 이번 태도는 모순적”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청구가 매우 졸속으로 처리되는 등 제소절차상의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청구를 하려 할 때에는 반드시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하는데 박 대통령은 그렇지 않았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김 교수는 “정당해산은 헌법에서 국무회의의 필수 심의사항으로 규정돼 있는데, 이는 국정 최고 심의기관인 국무회의에 대통령이 참여해 국무위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고 이 권한의 발동이 갖는 헌법적 엄중함을 고려해 신중하게 처리하라는 취지”라며 “특히 정당해산제도가 갖는 독재적 위험성 때문에 이러한 심의과정에의 대통령의 관여는 매우 중요한 헌법적 의무이며 이를 소흘히 한 것은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들은 민주적 기본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통진당이 해산돼야 한다는 정부의 태도가 모순적이라는 데 입을 모았다. 자유민주주의의 핵심은 다원적인 정당의 자유가 보장되는 것인데 정부의 이번 청구는 이것을 도리어 침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부위원장은 “위헌정당해산청구권을 규정하는 제8조 4항 자체가 민족공동체의 분단 상황에서, 이념 전쟁으로 조봉암 선생이 만든 진보당 자체를 해산한 것에 대한 반성적 고려에서 제정된 것”이라며 “이처럼 소수정당을 보호함으로써 민주주의를 보다 적극적으로 확장하는 다원주의적 민주주의를 지향하며 제정됐는데 정부가 다른 방식으로 칼을 휘두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실질적, 절차적 정당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통진당 해산심판청구를 한 것이 어떤 정치적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김 실행위원은 “정부가 이러한 무리수를 둔 이유는 정보기관인 국정원, 사이버사령부, 보훈처 등 선거개입에 의한 정당성이 상실되는 상황에서 종북이라는 레드 콤플렉스를 이용해 정권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있다”며 “비록 선거를 통해 정당성을 확보했지만 선거 후 공약파기, 불법선거 논란, 정상회담 회의록 부정 누출 등으로 인한 실질적 정당성의 부재를 극복하기 위해 국민이 위임해 준 권위를 오남용하는 선거권위주의를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토론회에서는 정부를 비판하는 의견이 다수 제기됐지만 국민 여론을 비롯해 헌법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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