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3일자 『대학신문』에 실린 ‘천막과 본부 사이의 좁혀지지 않는 거리’는 다각적이면서 사건의 쟁점들을 충실하고 간결하게 담아내는 데 성공한 훌륭한 기사였다. 많은 학생들이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같은 호에 실린 4컷 만화 ‘NASHA’는 이와는 반대로 본부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대변하는 느낌이 들어 다소 실망스러웠다.

‘NASHA’의 ‘동상이몽’ 편은 시흥캠퍼스 추진을 재논의할 것을 요구하는 총학생회의 천막농성을 다루고 있었다. 만화는 본부는 ‘RC계획 없는데...’라고 생각하는 한편 천막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학생들은 ‘RC계획 없다고 하면 어떡하지...?’라고 불안해하고 있는 장면을 그린 뒤, 둘 모두가 ‘쟤네는 저기서 뭔 생각하나...’라고 생각하는 장면으로 마무리되었다. 결국 학생들이 있지도 않은 RC계획을 억측해 농성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흥캠퍼스의 문제는 RC계획만이 아니다. 시흥캠퍼스 사업은 학생들과 정보를 공유하거나 논의하는 절차가 일절 없었던 일방적 추진 과정, 부동산 투기에 의존하는 비윤리적이고 불안정한 재정 기반, 시흥과 관악캠퍼스의 거리로 인한 교통 문제와 수업권 침해 등 어느 것 하나 그냥 넘기기 힘든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

게다가 ‘RC계획이 없다’는 본부의 입장도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농후하다. 기획부학(원)장회의 회의록, 이사회 회의자료, 시흥캠퍼스 사업 공모지침서 등 여러 문건들에서 이미 내부적으로 RC계획이 진행되고 있는 정황이 드러났는데도 본부는 아무런 해명 없이 ‘계획이 없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총학생회에서는 ‘앞으로도 RC를 계획하지 않을 것을 확약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본부는 그것 역시 거부하고 있다.
본부는 ‘대화와 이성적 논의과정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지만 사실 총학생회는 천막이 설치된 이후에도, 이전에도 숱하게 본부와 대화했다. 그러나 항상 ‘우리 부처의 소관이 아니다’, ‘정해진 것이 없다’, ‘세부사항에 관한 논의에는 참여하게 해주겠다’는 똑같은 대답이 돌아올 뿐이었다. 대화와 논의는 이미 충분했다. 부족한 것은 소통 그 자체가 아니라, 소통의 상대인 학생들을 학교의 의사결정에 참여할 권리가 있는 주체로 인정하려는 본부의 의지다.

기사가 아니라 만평이나 만화라 하더라도, 신문의 방향성을 담는 컨텐츠이며 시국에 대한 논평의 한 형태다. 결코 진실성과 공정성이라는 기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만화는 가독성이 좋고 메시지 전달력이 강하기 때문에 기사보다 파급력이 떨어진다고 할 수도 없다. 『대학신문』의 지면에 실리는 모든 컨텐츠에 대해 신문 편집진이 보다 강한 책임의식을 가지고 임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유수진
사회학과·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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