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랑할 수 있을까?
우리, 사랑할 수 있을까?
  • 강혜정 기자
  • 승인 2013.11.24 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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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아미술관 'LOVE IMPOSSIBLE'전

고전소설인 『로미오와 줄리엣』에서부터 오페라 「카르멘」, 「아이다」등에 이르기까지 ‘사랑’은 다양한 장르의 작품에서 마주칠 수 있는 소재다. 여러 작품에서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등장하는 ‘사랑’은 결국은 이뤄지거나 이뤄지지 않거나 둘 중 하나로 귀착된다. 그러나 사랑이 이뤄진다 해도 이것이 현실 속에서 가능할까? 9월 3일부터 이번 달 24일(일)까지 모아미술관에서 열렸던 ‘Love Impossible’전은 ‘사랑’은 이뤄질 수 없다고 외친다. 이번 전시는 ‘시선’, ‘불평등한 권력 관계’, ‘사랑은 불가능하다’는 주제의 3가지 섹션으로 구성돼 54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타인은 나의 지옥이다’라는 사르트르의 말에서 출발한 첫 번째 섹션은 ‘시선’에 대해 이야기하며 이로 인한 불평등에 대해 말하는 두 번째 섹션과 연결된다. 연애는 ‘눈빛’을 교환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시선’을 서로에게 보내는 과정에서 누군가는 결국 고개를 돌리기 마련이다. 기싸움에서 밀린 사람은 관계에서 ‘을’의 위치로 전락한다. 일반적으로 두 사람이 동등한 자격으로 사랑하는 것을 이상적인 연애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연애의 출발점인 ‘시선’ 교환에서부터 불평등한 관계가 만들어지고 따라서 ‘연애는 불가능하다’고 전시는 말한다. 이한빛의 ‘비밀의 정원’은 이러한 시선의 불평등함에 대해 잘 보여준다. 전반적으로 푸른 빛이 감도는 이 작품은 나무들이 내 방을 훔쳐본다는 설정의 애니메이션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람의 몸 형상을 하고 있는 나무들은 타인의 시선을 상징한다. 처음에 가만히 서있던 나무들은 어느 순간부터 움직이며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방에서 옷을 갈아입던 주인공은 벌거벗은 채 나무와 단둘이 마주한다. 침대에 앉은 주인공이 나무를 올려다보는 모습은 ‘시선’의 ‘불평등함’을 보여주는 듯하다.

▲ 사진제공: 모아미술관

연애의 불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세 번째 섹션은 우리가 이상적으로 꿈꾸는 사랑은 만들어진 허상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첫 번째 섹션에서 살펴봤듯이 시선을 교환하는 과정에서부터 서로가 동일한 위치에 있는 상태, 균형을 맞춘 상태는 애초에 불가능하다. 이완의 ‘불가능한 것의 가능성’은 균형 잡힌 관계란 가능한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평형을 유지하고 있는 작품은 이상적인 연애관계를 보여주는 듯하다. 하지만 균형을 이루고 있는 작품엔 안정감 대신 극도의 긴장감이 흐른다. 작가는 자연 상태에선 오히려 불균형한 상태가 당연하기에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은 상태를 안정적이라 보는 인식은 모순이라 한다. ‘불가능한 것의 가능성’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균형을 억지로 유지하기 위해 애쓰는 것이 의미 있는지 생각해보게 한다. 유지숙의 ‘결혼에 관한 에피소드’는 사랑의 ‘결승점’이라 여겨지는 ‘결혼’의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많은 동화책들은 ‘공주님과 왕자님은 결혼해서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로 끝난다. 그러나 작가는 결혼을 통한 행복한 결말에 대한 환상을 깨뜨린다. 3개의 스크린 위에는 작가의 어머니의 모습과 결혼하는 자신, 그리고 결혼 이후의 생활이 여과 없이 펼쳐진다. 작가는 자신의 부모님과는 다른 모습을 꿈꾸며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한다. 하지만 결혼 후 자신의 모습은 TV 앞에서 빨래를 개고 거실 청소를 하는 등 어머니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 긴 영상이 흐르는 내내 들리는 클래식 음악은 결혼에 대한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더욱 강화시킨다. 핑크빛으로 화려할 것만 같은 ‘결혼’도 결국은 허상이며 현실의 문제라는 것이다.

전시가 사랑의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면 이를 받아들이고 확장시키는 것은 관객의 몫이다. 미술관은 관객과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9월부터 11월까지 전시 기간 내내 페이스북을 통해 ‘사랑’이라는 주제 아래 여러 이벤트를 열어 큰 호응을 받았다. ‘Love Impossible’이란 주제와는 다르게 커플을 초대해 전시를 무료로 관람할 수 있게 한 이벤트도 있었다. 차승민 음악가의 퍼포먼스 ‘NO.9 - 버렸지만 차마 버리지 못한 이것들’은 박혜수 작가의 작품 ‘Goodbye to Love’와 연계해 실연에 대한 기억을 음악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 속에 재공연 되기도 했다. 10월 중에는 관객에게 사랑의 가능성과 불가능성에 대한 의견을 받는 이벤트가 있었다. 선정된 의견 중엔 “이별한다 해도 사랑했던 순간만큼은 진심이기에 사랑은 결국 가능하다”는 의견과 반대로 “사랑은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의 사이를 지나가는 무형, 무색의 바람 같은 것”이라는 의견 등 사랑에 대한 다양한 견해가 팽팽히 맞섰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조나현 학예연구사는 “관객들은 이벤트에 참가해 사랑에 대한 자신만의 의견을 생산해 나가며 전시를 더 의미 있게 즐길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지금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이든 사랑을 찾고 있는 사람이든 간에 ‘사랑’이란 감정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전시장을 나서는 관객의 마음속엔 사랑에 대한 회의감이, 혹은 믿음이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핑크빛의 ‘LOVE IMPOSSIBLE’이란 글자는 달콤함과 씁쓸함을 함께 남긴다. 

▲ 사진제공: 모아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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