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 한국미래소비자포럼 주최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 평가 토론회

2년 전 대규모 순환 정전사태가 일어난 이후 에너지 수급 불안에 대한 경각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특히 2009년 이후 전열난방기구 사용의 증가로 겨울철 전력 수요량이 여름철 전력 수요량을 앞지르면서 현재의 발전 설비로는 올 겨울 에너지 수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이에 정부는 지난달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안’을 발표했으며 그 계획의 일환으로 21일(목)부터 평균 전기요금의 5.4%를 인상했다.(산업용 6.4%, 주택용 2.7%)

이와 관련해 지난 19일 서울시 정동 달개비에서는 한국미래소비자포럼이 주최한 ‘소비자의 눈으로 본 2차 에너지 계획’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2차 에너지기본계획이 소비자에게 미칠 영향과 국내 에너지원 수급 구조의 바람직한 방향을 논의하는 데 주안점을 뒀으며 특히 토론회 직전에 전기요금 인상안이 발표돼 전력세제에 관한 논의도 함께 진행됐다.

에너지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동안 정부는 2차에 걸쳐 에너지기본계획을 세웠다. 2008년에 발표된 ‘제1차 에너지기본계획’은 석유 의존도의 축소와 친환경에너지 생산 비중의 확대를 주목적으로 한다. 이에 비해 지난달 발표된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은 에너지 수요관리의 측면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특히 전기 에너지 수요의 15% 감축을 통한 에너지원 수급 불균형의 해소를 주 목표로 삼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국내 에너지원 수급 구조가 왜곡된 원인으로 전기 에너지와 다른 에너지 간의 상대가격 차이가 지적됐다. 조영상 교수(연세대 정보산업공학과)는 “낮은 전기요금과 그에 비해 높은 기타 에너지 가격의 차이 때문에 에너지원의 수급 비중이 전기 에너지로 편중됐다”며 “에너지 간 가격 차이를 좁혀서 전기 에너지로 집중되는 수요를 줄이고 에너지원 수급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가정의 전력 수요는 전기요금 인상을 통해 감소시키기 어려우며 오히려 가계 부담만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반론이 제기됐다. 이성림 교수(성균관대 소비자학부)에 따르면 가정에서 가전기기나 조명에 사용되는 전기 에너지는 다른 에너지로 대체되기가 어려운데, 이 때문에 가정에서는 전기요금이 오를 시 수요를 탄력적으로 줄일 수 없다. 결국 정부의 목표인 가격 인상을 통한 전력 수요 감소는 달성하지 못한 채 국민의 경제적 부담만 가중시키게 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주택용 전기요금보다는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것이 전기 에너지로 집중되는 수요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이라며 전력 수요 조절을 위해서는 산업용 전력 수요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전기 에너지의 가격 책정과 관련해서는 전력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사회적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됐다. 전기 에너지는 석탄, 석유 등을 가공해서 만들어지는 에너지기 때문에 다른 에너지에 비해 생산 효율이 낮으며 발전·송전·배전하는 과정에서 추가적인 비용 또한 발생한다. 때문에 이를 고려한 가격 책정이 이뤄져야 하는데 현행 전기요금 체계는 이를 고려하지 않아 전기요금이 다른 에너지 가격보다 지나치게 저렴하게 책정됐고 이것이 전기 에너지로의 편중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또 전기요금 인상의 방법과 관련해 조 교수는 소비자에게 추가적인 경제적 부담이 발생하지 않도록 ‘세수 중립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수 중립의 원칙은 세제의 변경이 있더라도 국민이 조세를 부담하는 정도가 변해서는 안 된다는 것으로 특정 세수가 확대됐을 시에는 다른 부분의 세수가 축소돼야 함을 의미한다. 소비자시민모임 이은영 사무총장은 “에너지 관련 세수 부담을 추가로 늘리기보다는 유류세를 인하하면서 전력에 과세하는 것이 정책의 수용성, 세수 중립의 차원에서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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