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교수 인터뷰] 이창복 교수(지구환경과학부)

▲ 사진: 김유정 기자 youjung@snu.kr

정년 소감을 묻는 질문에 주저 없이 “내가 가진 능력에 비해 훨씬 재주 있는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어 행복했다”면서도 “이젠 짐을 벗은 느낌이라 조금은 후련하다”는 이창복 교수. 그는 “30여 년간의 교수 생활이 고스란히 담긴 책과 자료들을 정리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시원섭섭함을 전했다.

이 교수와 바다와의 인연은 우연히 시작됐다. 서울대 해양학과 첫 입학생이었던 그는 “아무것도 모른 채 지질학 과목 책 한 권만 읽고 해양지질학을 선택했던 것 같다”고 웃었다. 그는 뒤이어 “모든 학문이 다 마찬가지겠지만 새로운 것을 찾아내고 발견해낼 때의 기쁨으로 공부와 연구를 계속할 수 있었다”며 전공분야에 대한 열정을 보였다.

그러나 그의 의욕에 비해 연구 환경은 녹록하지 않았다. 이 교수는 “90년대까지만 해도 해양학은 생소한 학문이었던 까닭에 지원이 늘 부족했다”며 “연구를 수행할 때마다 장비를 빌리기 위해 다른 대학들을 수소문해야 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해양학이 어엿하게 자리 잡은 것을 보면 감회가 새롭다는 그는 “이제 제자들의 연구 수준은 세계와 겨룰 정도”라며 “한국 해양학을 이끌어갈 후학들이야말로 교수 생활의 가장 큰 보람”이라고 흐뭇해했다.

이 교수는 해양학자로서는 최초로 문화재청 문화재 위원으로 활동하며 우리 바다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동시에 자연유산을 보호하고 지키는 데 힘써왔다. 특히 그는 “알아야 지킨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백령도 콩돌 해안을 방문했을 때의 일화를 들려주며 “아름다운 자갈들이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채 외화벌이 목적으로 일본으로 팔려갔다는 점이 안타까웠다”며 “바다 유산을 지키는 첫걸음은 그 가치를 제대로 아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 교수는 최근의 독도와 관련된 영토분쟁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남극이나 북극만큼 우리가 동해를 아느냐”고 운을 뗀 그는 “우리 바다, 특히 동해 연구는 일본 학자들의 연구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이 교수는 “해양 지식은 인류 전체의 복지에도 기여할 수 있다”며 “우리 바다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와 지식 축적이 독도를 지키기 위한 최고의 방법”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바다에 대한 열정으로 바쁘게 달려온 그가 그간의 발걸음을 추스르고 그의 새로운 바다를 향해 멋진 첫걸음을 내디딜 수 있기를 성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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