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교수 인터뷰] 안건혁 교수(건설환경공학부)

▲ 사진: 김유정 기자 youjung@snu.kr

16년간 연구한 서적으로 가득한 연구실 안에서 기자를 기다리던 안건혁 교수. 그는 담담한 표정으로 “더 이상 욕심이 없다”는 정년 소감을 밝혔다.

안 교수의 전공 분야는 도시설계다. 그는 “도시설계란 환경, 복지, 정책, 물량, 규제를 포괄한 도시 기획 작업을 의미한다”며 “미국에서도 석·박사 과정을 밟은 뒤에야 다룰 수 있을 만큼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라고 설명했다.

도시 설계에서 인간적인 삶을 우선으로 고려하는 안 교수는 사람들의 삶과 분리된 ‘공간 이기주의’를 경계했다. “요즘 무언가 남기려는 각자의 욕심 때문에 잘 쓰이지도 않고 용도가 불분명한 건물이 곳곳에 들어서면서 좋은 공간을 잃고 있다”며 아쉬움을 토로한 그는 “풍요로운 사회일수록 낭비를 지양하고 자연과의 조화, 삶과의 밀착을 고려한 공간 설계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도시설계의 현황을 묻자 안 교수는 “지난 30년간 한반도에 수많은 신도시들이 들어서면서 해외 시장에 눈을 돌려야 할 만큼 포화상태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80년대 선진국처럼 요즘 우리나라에서 도시재생과 재개발 분야가 각광받고 있으며 큰 규모의 도시설계보단 마을처럼 작은 공동체를 만들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며 새로운 흐름에 대비하라고 주문했다.

안 교수는 새 시대를 준비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2012년 ‘통일한반도 인프라센터’를 설립해 현재까지 소장직을 맡고 있다. “통일 관련 공학 연구는 정치 상황의 영향을 많이 받고 외부 지원이 적어 안정적인 연구가 어려웠다”고 밝힌 그는 “기밀 사항이 많은 공산국가의 특성상 구글 맵이나 탈북자의 구전 정보에 의존해야 할 정도로 상황이 열악하지만 통일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만큼 공학계도 이를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설립 의도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서울대생들에게 해줄 말을 묻자 안 교수는 “오늘 받은 질문 중 가장 어려운 것 같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는 “세상이 하도 빠르게 변하는지라 후학들에게 무언가 충고하는 게 사치스럽고 조심스럽다”며 말을 아끼면서도 “뭘 해도 좋다, 다만 어딜 가든 자신의 일을 사랑하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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