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국립 서울대학교’가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로 전환되면서 이사회가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신설됐다. 법인 전환 과정에서 여러 가지 쟁점이 제기됐으나 특히 ̒이사회 체제̓에 대한 논쟁은 상당히 뜨거웠다. 최고 의결기구가 평의원회에서 이사회로 전환됨에 따라 이사회에 과도한 권한이 집중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중심으로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권한 행사와 관련한 논의들이 전개됐기 때문이다. 법인화 이후 2년 남짓 지난 지금도 이사회 체제와 변경된 의사결정 체제에 대해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에 『대학신문』에서는 법인화 이후 이사회 신설로 인한 학내 거버넌스 변화와 그로 인한 쟁점을 짚어보고, 학내의 여러 주체가 함께 만들어가는 거버넌스의 청사진을 모색하고자 한다.

◇법인화가 가져온 의사결정 체제의 변화=국가 산하 기관으로서가 아니라 국립대 특수법인으로의 서울대에 대한 논의가 처음으로 제기되면서 법인을 대표하는 직무권한을 가진 ‘이사회’의 구성과 운영에 대한 논의도 함께 진행됐다. 법인 설립 과정에서 마련된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법인화법) 제10조 이사회 조항에서는 이사회에 대해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에 제12조 각 호에 따른 사항(총장의 선임, 임원의 선임 및 해임, 예산 결산, 정관으로 정하는 주요 규정의 제정 등)을 심의, 의결하기 위하여 이사회를 둔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처럼 이사회 체제를 명시한 법인화법이 2010년 12월 국회에서 가결됨에 따라 법인 전환 후 이사회가 평의원회를 대신해 학내 최고 의결기구로 자리매김했다. 법인화 이전에는 총장 및 단과대 학장 등으로 구성된 학장회가 학내 사안 심의를, 평의원회가 심의, 의결을 담당했으나 법인화법의 통과로 인해 학장회는 평교수 위원을 포함하는 학사위원회로 개편돼 교육·연구 관련 심의를 담당하게 됐다. 평의원회는 심의 기능만을 수행하게 됐으며 최종 의결기구로서의 역할은 이사회가 대신하게 됐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학내 의사결정의 민주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왔다. 일례로 2011년 10월 3차에 걸쳐 진행된 법인전환 공청회에서는 “평의원회가 의결권이 없어지고 심의권만 남아 유명무실화 될 수 있다”, “이사회의 권한을 제외하고는 학내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항이 미흡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제1회 이사회가 열렸던 2012년 1월에는 개최 예정지였던 총장 공관 앞에서 민주적 운영 구조를 요구하는 학생들의 시위가 벌어져 이사진이 회의 장소를 옮기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다른 사립대와 마찬가지로 법적으로 법인 인준을 받은 기관이라면 이사회의 존재는 불가피함에도 이사회 신설을 둘러싼 논란이 거셌던 것은 국립대학법인이 가진 특수성 때문이다. 남익현 기획처장(경영학과)은 “법인이라면 이사회가 있을 수 밖에 없으며 당위적으로 의결권을 갖게 된다”며 “다만 사립대는 재단과 대학이 분리돼 있으나 국립대학법인 서울대는 재단이 따로 존재하지 않아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사회를 둘러싼 논란=법인화법에 의해 이사회가 공식화된 후 이사회는 지금까지 등록금심의위원회 포함 총 20회의 공식 회의를 통해 예·결산안, 정관 개정, 학교 운영계획 등의 사안에 대한 심의 및 의결을 진행해 왔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이사회를 당위적인 학내 대표기구로 보는 관점과 이사회가 가진 법률적 권한이 지나치다고 보는 비판적 관점이 엇갈리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주요 쟁점으로는 △이사진의 내·외부 인사 비율 △이사 선임 및 연임 시의 자기추천제도 △총장 선출 과정에서 이사회의 역할 등이 있다.

쟁점1 이사진의 내·외부 인사 비율

법인화법 조항을 협의하는 과정에서부터 제기된 이사진의 구성에 대한 문제가 지금까지 제기돼 왔다. 현재 법인화법은 이사진 구성 시 과반수의 이사를 외부 인사로 둘 것을 규정하고 있다. 법인화법 시행에 필요한 구체적인 내용을 명시한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정관’(서울대 정관)에서는 이사회 구성원의 내부 인사와 외부 인사의 비율을 7:8로 명시해 놓았다. 실제로 2014년 현재 이사회는 7인의 내부 인사와 2인의 당연직 인사(기획재정부 차관, 교육부 차관)를 포함한 8인의 외부 인사로 구성돼 있다. 이는 이사진의 과반수 이상을 내부 인사로 구성하는 일본이나 영국의 대학법인과 달리 싱가폴 국립대나 미국 주립대가 취하고 있는 외부자형 이사회에 가깝다.

이와 같은 규정의 취지에 대해 2012년 10월 발간된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설립 백서’에서는 “대학이 자율성을 바탕으로 사회적 수요에 부응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내부 인사가 대학의 자율성을 대변한다면 외부 인사는 사회적 수요를 대변한다는 의미로, 균형 있는 인사를 위해 7:8이라는 비율을 서울대 정관에 명시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남익현 기획처장(경영학과)은 “일반 회사도 자산이 일정 기준을 넘으면 사회적 책무를 수행하고 내부만의 리그가 되는 것을 경계하고자 사외이사가 더 많게끔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외부 인사 선임은 ‘서울대의 대학이냐, 국민의 대학이냐’의 대학 운영 철학에 대한 문제”라며 “외부 시선에서 본 대학의 비전 설정이 객관적이고 참신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사진의 과반수를 외부 인사로 구성했을 경우 과연 이사회가 학내 사안을 심의·의결하는 학교의 대표 기구로서 적절한가에 대한 우려도 있다. 이정재 교수협의회 회장(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은 “대부분이 외부 인사로 구성된 이사회가 서울대 각 기관의 기능과 역할, 구성원들의 의사를 잘 이해하고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이사 선임 시의 투명한 검증 절차가 없는 현 상황에서는 이사회의 서울대에 대한 대표성뿐만 아니라 국민에 대한 대표성 또한 그 정당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쟁점2 이사 선임 및 연임 시 자기 추천 제도

이사진의 선임·연임 절차에서 ‘이사가 이사를 추천하는’ 자기 추천에 대한 논란 또한 불거졌다. 이사 선임은 추천 및 초빙을 담당하는 이사초빙위원회가 이사 정원의 3배수를 추천하면 이사회에서 최종적으로 신임 이사를 선출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서울대 정관에 의하면 이사초빙위원회를 구성하는 7인의 초빙위원 중 5인은 이사장을 포함한 현직 이사로, 나머지 2명은 이사가 아닌 학내 인사로 구성해야 한다.

이에 학내 일각에서는 이사회가 이사의 추천권과 선출권을 동시에 가진다는 점과 이사를 추천하는 과정에서 학내 구성원들이 납득할 만한 검증 방법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 회장은 “이사회가 의결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사회에서 최종적으로 이사를 선출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이사초빙위원회를 통해 이사를 추천하는 과정에까지 이사회가 관여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그는 “이사회가 추천권과 선출권을 동시에 가진다면 이사회의 독주를 견제할 수 없다”며 이사회의 개입 없이 공모 절차에 의해 이사를 선임하는 이사공모제를 제안하기도 했다.

평의원회 역시 이사 선임에 있어 이사회가 선출권을 갖는다면 추천권은 평의원회에 주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맥락에서 2013년 9월 평의원회는 이사초빙위원회의 구성을 이사장을 포함한 5인 이내의 이사와 평의원회가 추천하는 4인 이내의 인사로 조직할 것을 포함하는 서울대 정관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사회 안건으로 제출된 개정안은 최종적으로 2인의 내부인사를 평의원회에서 추천하는 것으로 부분 개정됐다.

이사 선임을 둘러싼 일련의 논란에 대해 본부 측은 이미 자체적인 이사 선임 원칙을 마련해 놓고 있으며 이사회도 하나의 기구로서 자율성이 확보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기획처장은 이사 선임 시 다양성을 기준으로 객관적인 인사 관련 운영을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사 추천은 결코 이사회가 마음대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서울대가 국민의 대학으로서 각계각층에서 최대한 다양한 인사를 초빙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며 “직능, 연령, 성별 등 다양한 카테고리 별로 각계 최고 인사를 ‘초빙’해 오는 것인데 여기에 ‘검증’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생각해 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사 구성에 있어 이사회의 자율성이 확보돼야 할 필요성에 대해 기획처장은 “대법관 추천위원회의 경우도 상당수를 대법원 내 인사들이 차지하고 있다”며 “이는 기관 존속을 위해 기관의 이해를 잘 반영할 수 있는 사람을 추천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존중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쟁점3 총장 선출 과정에서 이사회의 역할

한편 학내 사안에 대한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직접적인 갈등은 오는 6월로 예정된 총장 선거와 관련해 총장추천위원회(총추위) 구성과 선호도 조사 등 구체적인 선출 과정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25대 오연천 총장의 임기는 오는 7월 19일 만료된다. 법인화법과 서울대 정관에 따라 26대 총장 선거부터는 총추위에서 추천한 3인의 총장 후보자 중 1인을 이사회에서 채택한 뒤 교육부의 제청과 대통령 임명을 거쳐 총장을 선출하게 된다. 법인화법 제7조에서는 ‘총장추천위원회는 이사회가 추천하는 사람,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교직원 및 외부 인사 등을 포함하여 30인 이내로 구성한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이 경우 역시 이사 선임 문제와 마찬가지로 이사회가 총장에 대한 추천권과 선출권을 동시에 갖기 때문에 문제가 됐다.

서울대 정관 제9조 3항에서는 그러한 지적을 받아들여 이사회가 총추위 위원의 3분의 1 이내의 인사를 추천하고 평의원회는 나머지 인사를 추천하는 것으로 규정했다. 정관에 따르면 이사회는 최대 10인을 총장추천위원으로 추천할 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사회가 약 10인의 총추위 위원을 추천하게 되는 것만으로도 총장 선출의 전 과정에서 이사회의 영향력이 과도하다는 의견이 학내 곳곳에서 제기됐다. 이에 따라 평의원회는 지난해 10월 본회의에서 △이사회의 추천 가능 인원을 3인(외부인사 2인, 내부인사 1인)으로 제한 △총장예비후보자 심사시 적합성 및 선호도 조사 실시를 요구하는 안을 본부에 제출했다.(『대학신문』 2013년 9월 30일자) 선호도 조사는 총장 후보자 개개인의 심사에 총추위의 선호도 조사 결과를 반영함으로써 최종적인 총장 선출 과정에서 이사회의 독단을 최소화하려는 취지로 제안됐다. 교수협의회는 이사회의 추천 가능 인원을 1인으로 하는 안건을 제안하는 한편 전임교수 천여 명을 대상으로 이사회의 추천 가능 위원 수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해당 설문조사에서는 이사회의 추천 가능 인원을 1명으로 하는 교수협의회 안이 61.93%로 다수를 차지했다.

최종적으로 지난해 12월 이사회가 총추위 구성을 이사회에서 추천한 5인과 평의원회에서 추천한 25인으로 하는 안을 의결하면서 총추위 구성에 대한 논의는 일단락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학내 의견을 수렴했는가에 대한 문제와는 별개로 이사회가 절대적인 의결권을 갖는다는 점이 다시금 부각됐다. 이러한 논란은 지속돼 같은 달 평의원회 의장 및 4인의 상임위원장이 사퇴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평의원회 정근식 의장(사회학과)은 “국회는 논의를 통해 입법을 할 수 있는데 평의원회는 학내 구성원의 대표기구임에도 불구하고 의사 표현에 제약이 많다는 것이 중론”이라며 “전임 의장 및 상임위원장 사퇴의 배경에 깔려 있는 평의원회 역할에 대한 회의감은 비단 평의원회가 의결권뿐만 아니라 규정에 대한 제안권조차 없다는 데서 온다”고 말했다.

하지만 총장 선출 과정에서 이사회의 역할은 철저히 법인화법에서 명시된 내용에 근거했으며 제기된 문제에 대해 서울대 정관 제정 과정을 통해 충분히 중재했다는 관점도 있다. 기획처장은 “기존에 법인화법의 총추위 관련 규정에서 ‘이사회가 추천하는 사람’을 우선적으로 명시한 것, 이사회가 심의, 의결하는 사항으로서 ‘총장의 선임에 관한 사항’을 첫 번째로 명시한 것은 이사회 자체가 학내 운영에 있어 총장과 별개의 존재가 아니라 총장 선출에 주도적인 기구로서 기획됐다는 법 해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럼에도 학내의 비판 여론을 수렴해 정관 제정과정에서 이사회 추천 가능 인원을 1/3으로 제한하는 규정을 추가한 것”이라며 “이사회의 추천 가능 인원을 1인으로 하는 안의 경우 운영 규정의 모태가 되는 법인화법의 해석과는 맞지 않다”고 답했다.

불충분한 사전 논의에 대한 아쉬움

일련의 조율 과정을 거치며 이사회를 최종 의결기구로 한 현재의 거버넌스가 다른 학내 기구와 원활한 의사소통을 전제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먼저 평의원회의 의결권이 이사회로 양도되는 과정에서 관련 공지가 없었고 서울대 구성원들과의 논의도 부족했다는 절차적 정당성의 문제가 제기됐다. 2009년 9월 평의원회 본회의에서 법인화법이 의결될 당시 의결권 양도에 대한 별도의 공지가 없었다는 것이다. 정 의장은 “당시 평의원회 의원들은 법인화와 이사회 설립에 대해서는 찬성 의사를 표했지만 평의원회가 의결 권한을 잃는다는 것은 논의한 적이 없었다”며 “의결권에 대한 공식적인 양도 절차가 없는 상태에서 평의원회가 심의 기구로 전락한 것에 대해 평의원회 내에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고 말했다.

또 평의원회 측은 교육·연구에 대한 의결권은 평의원회 권한으로 남겨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평의원회는 2013년 9월 교육·연구 안에 대해 평의원회가 의결권을 위임받는다는 조항을 포함한 서울대 정관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정 의장은 발의 취지에 대해 “당시 토론회 등에서 예·결산, 세제 등에 대한 내용은 재정적인 전문성을 갖춘 이사회가, 학내 교육·연구 및 복지에 관련된 사항의 의결권은 평의원회가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해당 개정안에는 의결권 위임 외에도 △이사후보초빙위원회 구성원 변경 △평의원회 심의사항 확대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이후 이사회가 2013년 6차 이사회에서 정관 내 평의원회 조항에 ‘교육연구 및 교직원 복지 관련 정관의 변경에 관한 사항’을 심의 사안으로 명시하고 입학정원이나 모집단위, 전공 및 협동과정 설치 등 교육, 연구 관련 사안에 대해 이사회가 평의원회에 의결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평의원회의 개정안을 부분 수용 했다.

한편 법인화법 제정 당시부터 제기된 총장-이사장 분리 체제에 대한 우려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법인화법 및 서울대 정관에 의해 초대 이사장은 총장이 겸직했으나 총장의 임기가 만료되는 올해 7월부터 총장과 이사장은 별개의 선출 과정을 거친다. 2009년 4월 발간된 ‘서울대학교 법인화 방안 연구보고서’에서는 총장-이사장 겸직시 총장 권한이 비대해질 위험성, 이사회의 효과적인 감독 기능 수행을 고려해 총장-이사장 분리 방안을 채택한다고 밝히고 있다. 분리 체제의 예상되는 문제점으로 이 회장은 “이사회가 총장의 선출 과정에서 갖는 영향력이 작지 않은 현 상황에서는 앞으로의 이사회가 총장의 직무수행에 과도하게 개입할 소지가 있다”며 “교직원의 총의를 이끌어내야 하는 총장이 교직원보다 이사회에 치우치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기획처장은 ‘상호 견제를 통한 대학 발전’이라는 분리 체제의 근본 취지를 다시금 상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총장과 이사회는 상호 견제 기능을 수행하는만큼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문제제기를 할 수 있다”며 “이사회에서 보는 시선이 문제에 대한 착안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데 이를 개입으로 표현하는 것이 적합한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명예교수의 이사 분류에 대한 문제도 논의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 정 의장은 “명예교수가 현직 교수나 직원과 마찬가지로 내부인사로 분류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해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이러한 논의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변화에는 한계가 있다. 법인화법과 이에 입각하여 제정된 서울대 정관이 현 의사결정 체제의 근간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평의원회에서 본부에 발의한 정관 개정안의 경우 법인화법에서 이사회를 의결기구로, 평의원회를 심의기구로 명시했기 때문에 평의원회에 대한 직접적인 의결권 양도가 불가능했다. 때문에 법인화법의 효력 하에서 거버넌스의 변화를 꾀하기 위해서는 법인화법 자체의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정 의장은 법인화법의 제정 과정에서 충분한 학내 논의가 부족했던 점을 지적하며 “법과 규정은 존중돼야 하지만 현재의 법이 충분히 논의된 채 민주적으로 결정됐는지에 대해서는 학내 구성원마다 의견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법안 개정을 통해 각종 쟁점을 비롯해 총장-이사장 겸직 문제와 같이 모호한 상황에 대한 합의를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교수협의회에서는 2013년 7월 △이사회의 자기선출 방지 △이사회의 총장후보 추천권과 선출권 분리 등의 주요 내용을 포함하는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의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하기도 했다. 이에 정 의장은 “현재 상정 중인 교수협 개정안 이외에도 총장 선거 이후 새로운 총장과 평의원회, 교수협이 법률 개정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하다는 내부적 요구가 있다”고 말했다.

◇모두의 서울대를 위한 정반합=자기추천제, 총추위 구성, 의결권 등 여전히 합의점을 찾지 못한 쟁점들이 산재해 있지만 이 모든 쟁점에 대해 이사회와 다른 학내 기구가 직접적으로 소통할 만한 창구가 없다는 점이 공통적인 문제점으로 지목되고 있다. 현 체제 하에서는 평의원회를 비롯한 대표 기구에서 본부에 안건을 건의하면 이사장을 겸직하고 있는 총장이 이사회에서 이를 발의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이사회에서 의결하는 순간 사안이 종결될 뿐 재심의를 요청하거나 직접적으로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 통로가 없다는 점이 문제시된다. 이 회장은 “교수협의회가 총장 선출방안 및 이사후보초빙위원회 구성에 관한 전임교수 설문조사 결과를 공문으로 본부에 제출했으나 어떤 답변도 들을 수 없었다”며 이사회와의 직접적인 소통 절차가 마련돼 있지 않은 점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정 의장은 평의원회와 이사회, 본부(총장)의 유기적인 소통을 위한 개선책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그는 “현재처럼 이사회-평의원회의 유일한 연결 통로가 총장인 상황에서는 이사장, 총장이 분리됐을 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한 학기에 한 번 정도 평의원회와 이사회, 본부 간 정책협의회를 개최하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본부와 이사회에서도 학내 모든 기구가 의사결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공유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기획처장은 이사회와 평의원회 간 소통 창구를 신설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사회에서도 그간의 갈등이 의사소통 상의 오해에 기인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견이 제기됐다”며 “평의원회의 제안을 받아들여 어떤 형식으로든 의사소통을 위한 모임의 자리를 추진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사회 일원인 박명규 교수(사회학과) 역시 “이사회와 평의원회 간의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소통 증진을 위해 유연하면서도 실질적인 소통이 가능한 방식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한편 학내 의사결정 과정에 학생과 직원이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경로가 미비하다는 점 또한 풀어가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현재 학생은 평의원회 참관만이 가능하며(학부생 대표 및 대학원생 대표 각 1명) 직원대표에 할당된 평의원회 의석은 3석이다. 서울대노조 측은 지난 1월 평의원회가 추천 가능한 총추위 위원 25인 중 3인(외부인사 1인·내부인사 2인)을 노조 측 추천 위원으로 할 것을 요구하는 안을 평의원회에 발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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